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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34화 (134/201)

134화

퍼시벌은 올림푸스의 12신과 싸우는 김진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전위에 슨 낫을 든 해골 저승사자와 그와 정반대인 여전사 발키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오로지 맨손으로 저승사자의 낫과 죽음의 기운을 쳐내고 발키리의 창을 피하며 그들의 몸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 과정에서 김진석의 몸에도 상처가 났지만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하지만 저승사자와 발키리의 뒤에는 올림푸스의 신들이 있었으니. 그중에는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귀하다는 힐러. 그것도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인 힐러가 그들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동시에 헤라를 비롯한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김진석이 그들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공격하며 끊임없이 디버프를 넣고 있었다.

게다가 화염과 활을 다루는 플레이어와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 싸우는 플레이어까지.

온갖 다양한 능력을 가진 올림푸스의 12신들이 전부 김진석을 노리고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그 모든 공격을 버티고 버티다 못해 아레스를 지키듯 서 있었다.

당연히 지키는 건 아니었고 저들이 끌고 가면 분명 치료할 것이 분명하니 데려가지 못하게 잡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김진석은 시선이 싸우고 있는 그들이 아닌 한 백발의 남자. 제우스에게 향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려올 건가?”

김진석은 그 어떠한 무기도, 방어구도 사용하지 않고 옷이 전부 찢겨 너덜너덜거리고 있는 데다가 그가 입은 트레이닝 복은 그의 피로 젖어있었다.

“그거 아나? 너희는 내 동의 없이 곧바로 나를 공격했어.”

하지만 눈에 띄게 상처가 낫고 있는 게 보였고 그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즉 PK 플레이어로서 내가 너희를 죽여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지.”

아레스의 갑옷을 밟고 있던 김진석은 발에 힘을 주었더니 아레스의 갑옷은 뿌드득 소리와 함께 아레스의 흉부를 압박할 정도로 짓눌리고 있었다.

“진심을 다해라. 올림푸스. 아니면 진짜 죽여 버릴 거니깐.”

물론 올림푸스도 진심으로 김진석을 죽이려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선민의식에 찌들어있다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던 용납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으니깐.

…라고 생각한 김진석의 착각이었다.

제우스를 제외한 모든 올림푸스의 일원들은 진심으로 임하고 있었다. 밝혀진 건 없었지만 혹여나 그가 흑기사와 관련됐거나 흑기사 본인이라면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테니깐.

그리고 김진석은 이미 증명했다.

“…괴물 새끼.”

올림푸스의 신들이 싸우는 동안 모습을 숨겨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달려들었지만 그의 지팡이를 가볍게 쳐내고 목을 잡힌 남자, 마찬가지로 올림푸스의 신이 말했다.

아무리 올림푸스의 신들 중 가장 강한 제우스를 제외했다고 하지만 모든 이가 달려들었는데도 김진석 하나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충 누군지 알겠군. 날개 달린 신발을 신으면 나도 너처럼 되나?”

김진석은 그가 신고 있던 날개 달린 신발을 보며 말했다. 모습을 투명하게 만드는 건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의 움직임은 김진석이 봐도 대단했다.

레벨에 비해 속도도 꽤 나 빨랐고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달리면서 방향을 마음대로 바꾸며 허공을 박차고 날아들었다.

물론 김진석에게 막혔지만.

정작 김진석은 그자의 목을 잡았지만 한숨을 쉬며 올림푸스의 신들을 향해 그를 던져줌과 동시에 슬슬 꿈틀거리던 아레스를 발로 차 그들에게 보냈다.

“…무슨 짓이지.”

해골의 모습을 한 저승사자. 비록 갈비뼈 하나 두 개가 없었지만 그가 앞으로 나서 김진석을 경계하며 물었다.

사실 올림푸스의 일원들은 지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흑기사가 나타나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해 두었으니 그들은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고작 몬스터 따위 하나에게 휘둘리는 중국을 이해하지 못했다.

1년 동안 최고로 군림해왔던 그들은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나 플레이어들을 본 적이 없었으니.

“힐러는 누구지? 헤스티아인가?”

“…네?”

올림푸스의 12신 중 유일한 힐러인 헤스티아는 자신이 불리자 당황했다.

“그래도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인데 사지가 잘리거나 해도 치료할 수 있지?”

하지만 김진석은 물음의 답을 듣기도 전에 인벤토리에서 성기사단의 대검과 세이버 대거를 꺼냈다.

“치료할 수 있어야 할 거야…….”

이미 김진석의 인내심은 바닥난 지 오래였다. 미국에서 촉망받고 가장 강하고 뭐 이렇기 때문에 봐주는 건 이미 끝.

김진석은 정말 오랜만에 스킬을 사용했다.

“뭣……?!”

“아폴론! 어디 있나 빨리 찾아라!”

“감지가… 안 돼.”

갑자기 사라진 김진석의 모습에 혼비백산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급히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을 바라봤지만 그의 길드원조차 그런 모습은 처음 보는 듯 눈을 크게 치켜뜨고 있었다.

그때. 헤스티아가 치료를 마치고 간신히 일어날 수 있던 아레스는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땅에 처박혔다.

“…어?”

발이 말이 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레스의 몸에서 발이 떨어져 나갔다.

“크악……!”

하지만 아레스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옆에서 비명이 먼저 들려왔고 그 비명의 주인은 바로 낫을 든 해골 저승사자. 하데스였다.

낫은 이미 두 동강 났고 그의 몸 조각으로 추정되는 뼛조각들이 이리저리 흩어져있었다. 그 옆에는 여전사 발키리. 아테나는 천사의 날개가 강제로 뽑혔고 창을 든 손은 없어져있었다.

“나도 더 강한 괴물이 있을까 두려워하는데 너희는 왜 그렇게 오만하지?”

김진석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이들에게는 대항할 수 없는 저항할 수 없는 괴물 같은 김진석도 살아남기 위해 대비하는데 고작 레벨 70 언저리들이 자기가 최강이라고 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말은 김진석의 길드원.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가웨인과 퍼시벌은 그 세계에서 가장 강한 인물 중 하나였다. 비록 지구에 와서 인간들에게 노예처럼 부려졌지만 그건 강제성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들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실제로 가웨인과 모르간은 단둘이서 같은 처지의 이들을 구해왔으니깐. 어쩌면 그들은 지구의 인간들을 얕잡아 봤을지도 모른다.

김진석 또한 본래의 힘을 밝힌 적이 없었으며 언제나 넬이 대부분 일을 다 하는 걸 봤으니깐.

하지만 올림푸스의 이들은 그들도 무시할 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가웨인과 퍼시벌은 아무리 자신의 무기가 뺏겼다고 한들 본래의 무기를 가졌다고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장담도 못 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하늘 위에 하늘. 천외천을 목격했다.

올림푸스의 신들은 처음엔 김진석을 잘 상대했다. 12신이라고 하지만 12신에 포함된 이들이 12명일 뿐 신화 속 관계를 따지기에는 잘못되었다.

그저 그들이 인원수가 12명이었고 거기서 맞춘 것일 뿐.

물론 그 열두 명이 한 명을 잘 상대했다는 것부터가 웃기긴 했지만 진짜는 그가 무기를 든 이후부터였다.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김진석의 공격은 하나하나 전부 치명상이었다.

날개 달린 신발을 신은 자. 헤르메스는 발이 잘리고.

불을 다루는 자. 아폴론은 손이 없어졌다.

물을 사용하진 않지만 삼지창과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싸우는 자. 포세이돈은 배에 구멍이 뚫렸고.

속살 하나 보이지 않게 온몸에 갑옷을 입은 자. 아레스는 갑옷이 전부 박살 나 그 파편이 온몸에 박힌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낫을 든 해골 저승사자. 하데스는 인간으로 돌아왔음에도 온몸에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신화 속 여전사. 발키리의 모습을 한 아테나는 천사 날개를 강제로 뜯긴 채 손이 잘렸고 그 손에 들린 창 그대로 그녀의 배에 꽂혀있었다.

아름다운 여성이며 활을 다루는 자. 아테나는 활을 들어야 할 손가락 자체가 없어졌고.

마법의 총 책임자. 헤라는 눈을 잃었다.

신들의 모든 무기와 방어구를 책임지는 자. 헤파이스토스는 그가 다루는 대장장이 망치로 인해 두개골이 함몰되었고.

올림푸스의 신 중에서. 아니 어쩌면 지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자. 아프로디테는 얼굴이 함몰돼 아름다움을 잃었다.

유일한 힐러이며 유일하게 상처가 없는 자. 헤스티아는 곡소리로 가득 찬 이곳에서 올림푸스의 신들을 치료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니. 유일하게 상처가 없는 자는 아니었다.

“아직도 가만히 있을 건가?”

제우스. 그는 여전히 구름 의자에 앉아서 그들의 싸움을. 사실은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한 수준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내가 가지.”

김진석은 세이버 대거를 들고 스킬까지 사용하며 폭발적인 속도로 그에게 날아가듯 달려나감과 동시에 감정을 사용했다.

그리고 김진석의 단검은 정말 깻잎 한 장 차이로 제우스의 눈앞에서 멈췄다.

[제우스.]

레벨이 없었다. 실제로 제우스는 김진석이 다가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지 추하게 구름 의자가 뒤로 넘어가며 넘어졌다.

“…네 능력이 정확히 뭐지?”

분명 가웨인이 그들에게 적의를 내비쳤을 때 그는 그의 레벨과 동일하게 변했었다. 그리고 적의가 사라지니 마찬가지로 그의 레벨도 사라졌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누가 봐도 그를 공격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김진석이 상태창을 늦게 알아차렸다면 그는 그대로 죽어버렸을 건데도 그의 능력은 발동되지 않았다.

제우스는 나서지 않는 게 아니었다.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살의.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있는 자에게만 내 능력이 발동된다.”

꼴사납게 넘어진 제우스는 최대한 덤덤하게. 하지만 당황한 것이 눈에 보이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고 있었다.

김진석은 오랜만에 들은 그 단어에 피식 웃었다.

살의. 김진석은 실제로 그 살의를 없애는 훈련을 꽤 오래 해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살의 그 자체를 완벽히 없앨 수 있었다.

“넌… 뭐지?”

제우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오고 있었다. 저 아래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길드원들은 정말 죽기 직전이었다.

헤스티아가 아니라면 고칠 수도 없을 상처를 입은 자들도 부지기수. 그런데도 제우스의 능력이 발동되지 않았던 건 그 공격 전부가 일말의 살의가 없었다는 뜻이다.

“오해하지 마. 그저 그런 훈련을 받았을 뿐이니깐.”

김진석은 제우스의 오해를 정정해주었다. 딱 봐도 그의 눈에선 자신들에겐 살의조차 필요 없는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눈에 보였다.

“노라가 보면 화내겠는데.”

그와 동시에 김진석은 진심으로 제우스를 죽이기 위해. 살기를 내뿜었다.

“오.”

그리고 감정으로 본 제우스의 상태창은 변하고 있었다.

[제우스 LV:99]

정말 김진석의 레벨과 같이 변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일은 김진석이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

“으극… 끄윽.”

온몸이 비틀리며 뼈가 부러지며 다시 붙는 끔찍한 소리. 그리고 사람의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김진석은 엄청나게 당황하며 급히 힐러를 불렀다.

“거기 놈들은 안 죽을 테니 이놈 좀 치료해주실래요?!”

누가 봐도 급박한 목소리로 말하는 김진석을 보고 헤스티아는 고민하다가 그의 목소리를 보고 급히 제우스에게 달려왔다.

“하… 쓸모없는 새끼.”

낮은 목소리와 짜증이 가득 담긴 그 목소리에 헤스티아는 벌벌 떨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힘이 몸에 들어와서 그런 것 같아요. 처음 그의 능력이 발동됐을 때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김진석의 힘을 받아들이지 못했단 거다.

당연히 일반인의 몸에서 갑자기 김진석의 몸으로 변한다면 그걸 버틸 수 있는 자가 어딨을까.

그나마 가웨인의 힘은 자주 느껴봤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진 것 같은데 김진석의 힘은 아니었다.

“그럼 치료하면 싸울 수 있습니까?”

“어… 그건 제우스에게 달려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한숨이 나오는 김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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