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이설 플레이어. 몬스터임을 밝힐 생각인가?”
김진석은 몬스터로 취급받을 바깥을 얘기했을 때 이설에게 물었다. 이설은 정말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몬스터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동료들처럼 캬악! 거리는 소리라거나 하는 게 없이 멀쩡히 말하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나중 가면 들키게 되어있어요. 차라리 미리 밝히는 게 좋을 겁니다.”
물론 인간 같지 않은 힘을 평생 숨기고 살 순 없었으니깐 그녀의 말은 옳았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나도 무덤덤했다.
“자신이 몬스터가 된 것은 기분이 어떻지?”
“어떻고 자시고 없어요. 제가 몬스터가 되었는지도 몰랐으니깐요.”
그녀는 처음부터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깐. 하지만 그녀의 동료들은 달랐다.
“만약 동료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몬스터가 됐을 때의 행동을 기억하고 있다면. 인간으로 되돌아온 그들은 무슨 선택을 할 것 같지?”
김진석은 이설에게 들었다. 그들은 안개에 잠식당해 서로를 마구잡이로 공격했고 잡아먹기까지 했다.
자기가 자신도 모르게 식인을 했다면. 그리고 그 기억이 돌아온다면. 과연 그 사람은 멀쩡할 것인가.
이설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어 그런 일은 없었기에 자신이 몬스터가 된 것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식인을 한 그녀의 동료들이 인간으로 돌아온다면. 정신이 멀쩡할 수 있을까.
“…….”
이설은 김진석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해결책은 간단했다.
“비네. 기억을 깨끗하게 지우는 방법이 있나?”
“뇌를 건드리면 가능은 한데… 뇌를 건드리는 거라 마취도 안 통해서 끔찍한 고통이 동반할 거라 쇼크사할 텐데요.”
과연 비네는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하지만 넬과 같이 부작용이 있었다.
“넬. 네가 환각을 통해 고통을 지워 줘. 그럼 되나?”
“해볼게요. 그것도 재밌는 실험이겠네요.”
물론 실험이란 사실은 이설에게 알리지 않은 채 한 일이었지만 비네는 성공적으로 그들의 몬스터가 됐을 때의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거죠?”
이설은 김진석이 자신들을 챙겨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로스트 월드를 클리어한 인간이었다.
왜 악마들이 그의 말을 따르는지 모르겠지만 이설이 본 대 악마만 셋. 그들만으로 한국을 지지고 볶고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 대신 그쪽에게 관심이 끌리라고.”
김진석은 이설이 살아있을 줄은 몰랐지만 살아있고 그녀가 몬스터임을 알아봤을 때부터 생각해낸 게 있었다.
서울의 안개를 전부 없애버린 후 두 남매에게 공을 돌려버리는 것.
게다가 이설은 몬스터이기까지. 자신의 힘을 잘 모르고 안개로 보이지도 않으니 서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를 것이다.
“황혼 길드로 들어오세요. 한국 정부는 그쪽을 담을 그릇이 못 됩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 이신만 봐도 그렇다. 아무리 서울 안에 있다곤 하지만 위험한 지역을 계속해서 보냈다.
그것까지는 알겠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혼자서 보냈다는 것이다.
이미 이 세계에는 수많은 아이템이 존재했다. 스킬북도 존재했고 물약 포션 등등 여러 아이템이 있었지만 이신에게 제공해준 건 고작해야 한국에 상주하는 힐러 몇몇하고 엘릭서가 전부였다.
심지어 그 엘릭서도 가짜였다.
물론 정부가 그 엘릭서가 가짜인지 아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에 필요한 모든 걸 이신. 그 자신이 만들고 사용했다. 한국이 이신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이 서울에 한눈팔려 말도 잘 듣지 않으니 그를 지원해주지도 않은 것이다.
그 위험하다는 서울을 계속해서 들락날락 거리니 언제 죽을지 모를 그에게 제대로 지원해주지도 않은 것이다.
“황혼이 한국 1위 길드인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말했다시피 저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라고 하셨죠. 그 길드는 제게 뭘 줄 수 있죠?”
이설은 자기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한들 그녀는 김진석이 인정한 최상위 S급 플레이어다.
당연히 길드의 플레이어를 영입할 때는 그만한 돈이 필요한 법이다.
“닥치고 그냥 들어와. 간 보려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물론 김진석에겐 통하지 않았다.
* * *
제이다와 함께 김진석은 루크를 찾아왔다.
사무실 안에는 부 길드장인 루크뿐만 아니라 길드장인 이미리도 그 자리에 있었다.
“도대체 뭘 하고 오신 겁니까?”
이미 세간에는 이신과 이설. 두 남매가 서울을 해방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둘은 그저 운이 좋게 안개를 만드는 매개체를 찾아 부숴 안개를 전부 없앴다고.
물론 루크가 그걸 믿을 리 없었지만 김진석이 굳이 말할 이유도 없었다.
“됐고. 이번에 한국에서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또 나올 거야. 잘 챙겨 줘.”
“…예?”
말의 처음부터 끝까지 루크는 이해하지 못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또 나옵니까? 그런데 왜 저보고 잘 챙기라고…….”
김진석은 자초지종 말했다. 물론 넬이 안개의 근원이고 돌을 부쉈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럼 이번에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우리 길드에 하나 더 생기는 건가요?”
이미리는 즐겁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루크는 웃을 수 없었다. 이번에 이미리도 최상위 S급 플레이어로 인정받았고 김진석과 넬 또한 황혼 길드에 들어오기로 했다.
한국 1위 길드는커녕 나라를 점령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원래 다른 나라라면 고작 길드에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견제한다. 플레이어를 나라 소속으로 끌어들인다거나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미리 사 그걸로 회유한다거나.
하지만 한국은 어차피 그럴 능력이 부족하니 문제가 될 건 없었지만 문제는 이웃 나라였다.
그나마 일본의 일본 소속 플레이어들은 다른 나라의 관심이 없고 오로지 충직하게 일본만을 지키기에 상관이 없었고 북한은 남한보다 더 큰 피해를 입어서 다른 곳을 둘러볼 여력이 없었지만 문제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현재 무정부 상태였다.
지구에 몬스터와 플레이어들이 나타났을 직후. 중국엔 쿠데타가 일어났다.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쿠데타는 기어코 중국 정부를 무너뜨렸고 중국은 지금 플레이어의 손아귀 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중화사상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으니, 그들은 플레이어가 된 이후로 더더욱 그 사상에 빠져 오로지 그들의 나라가 최고여야 한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은 플레이어 강국이 되었다. 그것도 일반 강국이 아닌 최고이자 최강의 나라가.
이유는 간단했다. 땅에 비해 많은 사람이 살던 중국은 그만큼 플레이어가 많이 배출됐고 그만큼 많은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중국은 생각보다 몬스터를 잘 막아냈다. 그 이유는 바로 플레이어가 했던 게임.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했던 게임이 바로 모바일 방치형 게임이었다. 핸드폰으로 가볍게 할 수 있는 그 게임은 말 그대로 방치해두면 알아서 성장하는 게임이었다.
물론 그 세계로 들어간 그들은 실제로 몬스터를 잡아야 했지만 그 게임의 특성상 초반에 빨리 강해진다는 건 현실에서도 적용이 됐다.
고작 몬스터 한두 마리 잡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수십 배의 효율을 내는 중국의 플레이어들은 순식간에 강해져 몬스터들을 잡아냈다.
하지만 방치형 게임의 특성상 나중에 가면 강해지는 게 느려지는 것도 현실에서 적용이 됐으니. 그들은 일정 이상 강해지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S급 플레이어를 보유한 나라였지만 정작 최상위 S급 플레이어는 몇 없었다.
그렇기에 중국은 다른 나라의 최상위 S급 플레이어들에게 눈독을 들였으니. 하지만 중국은 너무나도 과격했다.
영입 제안은 평범히 했지만 영입을 실패한 순간 곧바로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의 암살을 시도했다.
정부가 없는 중국이었고 그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중국 플레이어를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중국과의 전쟁이 돼버리니 함부로 그들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루크가 최대한 중국 쪽으로 소문이 가지 못하게 열심히 막고 있었지만 이미 하나둘 세어나가고 있었다.
중국이 지금 오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 정보도 없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였기 때문. 아무리 중국이라도 하자가 있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는 영입하지 않는다.
물론 이신에게도 중국이 찾아왔지만 애초에 서울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데다가 잘 보이지도 않아서 중국은 그를 찾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아예 공개적으로 이신과 김진석이 활동했을 뿐더러 그 위험하다는 서울까지 공략해버렸다.
게다가 새로운 최상위 S급 플레이어까지.
물론 루크가 김진석을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중국에서 암살 시도하시면 어쩌실 겁니까?”
“마침 중국에 볼일도 있는데 나쁘지 않겠군요.”
루크는 중국의 제안을 김진석이 거절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중국에서 뭘 제안하든 김진석이 그걸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렇다면 암살 시도할 것이 뻔한데 김진석은 이신에게 이미 들었다. 정당방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플레이어들이긴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다들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이들이 살인이라고 쉽게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게임 속 세계보다 지구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으니 그건 당연했다. 그렇지 않은 자들은 PK 플레이어. 범죄자들이다.
하지만 김진석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루크는 알고 있었다. 김진석이 사람을 너무나도 거리낌 없이 공격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루크는 그게 두려웠다. 김진석은 얼마든지 PK 플레이어로 변할 수 있었다.
이미 루크는 김진석의 과거를 전부 파헤쳤다.
김진석의 말을 따라 지금보다 6년 전을 기준으로 김진석이 나타났던 그 마을을 위주로 확인했다.
확실히 이상했다. 그런 시골 마을에 보육원이 있을뿐더러 그런 보육원과 상반되는 투견을 기르는 곳 또한 발견했다.
그리고 고블린이 나왔던 뒷산. 더 몬스터가 나올까 그 뒷산을 뒤지던 와중에 아이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처음엔 고블린에게 먹힌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유골은 오래되어 부서지고 있었다.
고블린은 최근에 나왔는데 유골은 오래됐다?
곧바로 그 뒷산을 전부 뒤집었더니 그 안에서 수많은 아이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게다가 투견의 이빨 자국으로 추정되는 자국까지 있는 뼈까지.
김진석이 어떻게든 그 마을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던 것. 그리고 한 달의 유예기간. 투견. 보육원.
루크는 그에게 끔찍한 과거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뒤를 파헤치는 걸 멈췄다. 그리고 일부러 꽁꽁 숨겼다.
김진석은 얼마든지 PK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자였다.
“아. 그리고 이미리 씨. 엘릭서 가지고 계시죠?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아, 잠시만요.”
이미리는 매고 있던 핸드백에서 유리병을 꺼내 보여주었고 김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가짜네요. 정확히는 엘릭서가 한 방울 들어가 있긴 합니다.”
“…예?”
거기다가 알 수 없는 여러 능력까지. 루크는 김진석이 PK 플레이어가 된 미래를 생각했다.
“…최소 중국은 멸망하겠군.”
“그렇게까지 몰상식한 자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죠.”
게다가 귀도 밝았다.
* * *
루크는 김진석을 보내고 매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미리가 에베레스트로 가는 걸 잠시 막고 길드 일을 도와달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갑자기 황혼 길드에서 최상위 S급 플레이어 3명과 S급 플레이어 한 명이 생겨났다.
게다가 A급 플레이어 20명은 덤이다.
황혼 길드에게 약점 잡힌 거냐 도대체 저들을 어떻게 끌어들였냐. 한국은 황혼 길드가 접수했다 등등.
온갖 곳에서 황혼 길드의 소문이 피어올랐고 루크는 그걸 정정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루크는 가장 큰 걸 잊고 있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의 힘이 밝혀진 순간 중국의 행동력이 얼마나 빠른지.
“우리 중국에 오실 생각이 없습니까?”
“뭐라는 거야. 한국말로 해.”
서울 봉쇄지역을 나온 지 이틀이 된 직후. 김진석의 앞에 한 중국인이 그에게 제안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