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14화 (114/201)

114화

한국의 최상위 S급 플레이어 2명이 전장을 공략하려고 한다.

이 사실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알려졌다. 게다가 또 다른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생겼다는 것까지.

한국에서 S급 플레이어가 4명인데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3명이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하나의 최상위 S급 플레이어만으로도 한국은 플레이어 약소국가를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둘이나 더 나오다니.

고작 S급 플레이어 4명만으로 한국은 플레이어 강대국. 아니 강소국이 돼버렸다. 하지만 그 최상위 플레이어 둘이 갑자기 전장에 들어간다. 하고 있으니.

한국은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서울의 전장은 유명했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인 이신이 자주 들락거렸는데도 그 어떠한 진전이 없었다.

이신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상위 S급 플레이어였다.

한국은 이신에게 부탁해 서울의 정보를 알아달라고 부탁했다. 솔직히 말해 다른 플레이어들이 전장에 들어가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이신만이 여동생이라는 존재 때문에 서울에 들어가는 걸 순응했다. 물론 다재다능하며 은신에 능한 이신이라도 서울에 들어갈 때마다 한국은 조마조마했다.

그나마 몬스터를 죽이려는 게 아닌 정보를 취득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으니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지금이었다.

아예 공개적으로 서울로 들어가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아마도 이신이 김진석에게 바람을 불어넣을 것 같았다. 서울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최고의 업적을 세우는 일이라고.

이신의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예상할 뿐이었다. 최강의 몬스터 중 하나인 리카이스를 이겨낸 신체 능력을 가진 김진석과 총을 사용하며 모든 플레이어 중 가장 긴 사거리를 가진 이신과 함께라면 최고의 듀오가 되겠지.

하지만 자세한 실상을 아는 자라면 오히려 더더욱 이상하게 여겼다. 김진석이 고작 그것에 움직일 자가 아니라는 것을.

* * *

“나는 덤인가. 왜 내 이야기는 없지?”

당연히 김진석이 가면 넬도 따라가는 게 당연했고 총 3명의 S급 플레이어가 전장에 참가하는데 기사에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 2명만이 적혀있었다.

김진석은 시무룩했던 넬은 어디 가고 없고 어느새 본래의 그녀로 돌아온 걸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신은 서울에 들어가는데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고 다음 날 오겠다고 말했다. 그사이에 제이다는 김진석이 서울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렸다.

김진석은 감시를 피할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지금의 방법을 선택한 건 이신 때문이었다.

비교적 최근의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된 김진석은 그리 유명하지 않았지만 이신은 주변의 감시가 너무나도 많았다.

한국 정부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진석 자신에게도 감시가 붙어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굳이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사실 김진석이 아니라면 알아차리기도 어려울 수준의 감시였으니깐. 그 정도로 가볍게 하고 있었고 S급 플레이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임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감시는 이신에게 훨씬 많이 붙어있었다.

물론 리카이스를 상대하고 난 이후로 김진석에게도 많은 감시가 붙었지만 참았다. 어차피 그 감시를 피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으니깐.

오히려 김진석은 그들이 더 신기했다.

“고작 저 레벨인데 은신 능력이 어떻게 저렇지?”

레벨 30~40 사이. B급 플레이어와 A급 플레이어 사이인 그들인데도 은신 능력 하나만큼은 김진석도 인정할 정도였다.

굳이 레벨을 따지자면 70 수준.

가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괜히 그러다가 김진석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할 은신 능력을 가진 자가 자신을 감시하게 되면 귀찮아졌다.

물론 지금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다음날.

이신은 완전무장한 채 김진석의 집 앞으로 찾아왔다. 여전히 이미리는 리카이스를 달래기 위해서인지 일이 아직 남아있는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허리에는 권총. 손에는 소총. 등에는 몸만 한 대물 저격 총. 군복 안에는 수많은 부품 총기 부품 등등 정말 전쟁 치르러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굴에는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그건?”

“그 알 수 없는 안개의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비록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이 방독면이 그 안개를 정화해줄 겁니다.”

이신의 말에 이번엔 김진석이 아닌 넬이 관심을 가졌다.

“나도 한번 볼 수 있을까?”

“두 분께 드릴 방독면도 만들어 뒀습니다.”

그는 품에서 방독면을 꺼내 둘에게 건네주었다. 넬은 흥미 깊은 눈으로 방독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김진석은 방독면을 확인했다.

[알 수 없는 용도의 방독면.

일반 방독면의 성능은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

정작 일반 방독면으로서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어차피 그런 용도로 쓸 일은 없을 테니 상관없겠지.

“그런데… 저 아이는 이미리 플레이어의 아이인가요?”

잘못 들으면 오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김진석은 이신의 말에 뒤를 돌아봤고 거실에는 뽈뽈 돌아다니는 조그마한 흑호가 있었다. 이제는 김진석이 공격을 당하든 하든 상관없이 나와 있을 수 있으니 저렇게 자주 나와서 돌아다녔다.

“아뇨.”

“예…….”

단호한 김진석의 말에 이신은 더 물어보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김진석은 준비할 것도 없었고 넬도 마찬가지. 밖에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 둘이 전장을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수많은 기자가 진을 치고 있었다.

관심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김진석이 굳이 제이다에게 알려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는 이신이 전부가 아니었다.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어차피 김진석이 서울을 되찾으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 따위는 없겠지만 잃어버린 수도를 찾는다는 건 한국의 위상에도 도움이 될 테니깐.

물론 김진석이 위상을 올려줄 이유는 없었고 그저 이렇게 큰일을 벌일 땐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신과 김진석의 옆에 앉아서 둘의 얘기를 듣고 있던 루크가 대표적인 예였다. 그는 김진석이 무슨 수를 부렸는지는 모르지만 명함을 벗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귀찮아질 게 분명했으니 김진석은 그를 구슬린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루크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이 일이 끝나면 정식으로 황혼 길드로 들어가지. 대신 길드에서 주는 그 어떠한 혜택도 안 받을 테니 우릴 길드장이나 부 길드장의 이름으로 뭔가 강제할 생각은 하지 마.”

“…!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황혼 길드는 소속 플레이어에게 강제로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제야 처음으로 김진석은 길드의 존재 여부를 알았다.

플레이어들은 몬스터를 잡는 게 주요 목적. 일이었다. 그리고 게임 속과 달리 몬스터는 사라지며 돈과 아이템을 주는 게 아닌 시체가 그대로 남는다.

그 몬스터의 시신은 플레이어가 사용할 무기와 아이템. 심지어 흔히 사용하는 건축자재나 음식을 자를 때 사용하는 칼 등에도 몬스터의 소재를 사용하면 훨씬 단단하고, 오래가니 몬스터의 소재는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당연히도 그 몬스터의 시신을 일일이 플레이어가 가지고 갈 순 없었으니. 전문적으로 몬스터의 시신을 가져가서 파는 대행업체가 생겼다.

길드들은 대부분 하나 이상의 대행업체를 가지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필수로 대행업체를 이용해야 했지만 길드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사설 대행업체는 너무나 많은 수수료를 요구했다.

게다가 수수료를 준다고 하더라도 소재를 파는 데 시간이 걸리고 거기서 또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일명 양아치 업체들이 많았다.

하지만 길드에 소속된 대행업체들은 달랐으니. 그중에서도 황혼 길드가 관리하는 대행업체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로 유명했다.

수수료를 적게 받는 대신 오래 걸리냐. 아니면 수수료를 많이 받는 대신 빨리 돈을 받냐. 로 아예 나누어서 진행했으니 황혼 길드가 한국 1위 길드가 된 이유는 대행업체를 잘 관리했기에 나온 결과라고 해도 무방했다.

황혼 길드는 언제나 소속 플레이어에게 몬스터의 위치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려주었고 플레이어가 그 몬스터를 잡으러 갈지, 아닐지를 선택하게 해주었다.

“애초에 강제할 거였으면 길드장님부터 강제했을 겁니다.”

“…그렇긴 하겠군.”

이미리는 바지사장이나 다름없었고 모든 일을 루크가 전부 하고 있었으니. 김진석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로 다른 플레이어의 도움은 필요 없겠습니까?”

하지만 루크는 걱정이었다. 아무리 최상위 S급 플레이어 둘과 S급 플레이어 하나라곤 해도 전장은 달랐다.

루크도 안개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신도 일주일을 채 버티지 못하는 곳인데 과연 김진석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다른 플레이어가 도운다고 한들 짐만 될 뿐이었지만 다른 나라의 S급 플레이어라면 말이 달랐다.

영국에는 성녀라고 불리는 한 S급 플레이어가 있었다. 그녀의 직업은 힐러. 게임 속에선 흔하지만 현실에선 희귀한 직업이었다.

죽지만 않았다면 모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진 그녀는 아마 그 안개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도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레이어였으니 고작해야 플레이어 약소국가인 한국의 도움 요청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성녀님은 저희 길드장님에게 은혜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이미 길드장님에게 허락도 받았습니다. 부탁하면 성녀님이 오거나 아니면 그녀의 휘하에 있는 힐러들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 있는 대부분 힐러들은 성녀의 길드에 소속되어있었다. 몬스터를 잡는데 힐러가 있다면 훨씬 수월해지는 건 확실시했으니.

문제는 성녀 소속 힐러들은 대부분 고용하는데 비싼 건 둘째치고 애초에 힐러들의 숫자가 적은 데다가 찾는 자들이 많았으니 고용하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이미리가 성녀에게 은혜를 입힌 적이 있었으니 본인이 직접 오지는 않을지언정 다른 수준 높은 힐러가 올 수도 있었다.

물론 김진석은 필요 없었다.

“이 방독면이 며칠 가지?”

“제대로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최소 일주일은 갈 겁니다.”

“그럼 대충 2주일. 그 정도면 충분해.”

굳이 자신이 면역이란 말을 할 필요는 없었고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일주일 버티고 방독면이 일주일 버티니 2주일이란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진석은 2주일이나 서울에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제이다 씨.”

“네. 제가 알아서 설명해드릴 테니 가셔도 됩니다.”

김진석을 알게 된 지 별로 안 된 제이다였지만 그의 성격을 이미 모두 파악했다. 애초에 김진석은 단순했다.

귀찮은 걸 싫어한다. 무표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표정은 전부 감정이 담겨있는 표정이고 그 감정은 무료함이다.

새로운 몬스터를 좋아하고 항상 잡으러 가면 실망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의 곁에 있는 넬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 인간인지도 의심되는 그녀는 김진석을 제외한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전에 제이다가 김진석이 없어서 그녀에게 물어보려고 하다가 죽을 뻔했다.

그저 넬은 제이다를 쳐다본 것뿐이지만 제이다는 그녀의 시선에서 형용할 수 없는 공포에 두려움을 느꼈다.

사실 그때는 넬의 기분이 매우 좋지 못할 때여서 그런 거였지만.

제이다는 김진석을 대신해 황혼 길드 빌딩 앞에 모인 수많은 인파. 대부분 기자를 향해 걸어갔다.

김진석은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오래 걸릴 일도 아니니 빨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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