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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12화 (112/201)

112화

처졌지만 큰 눈, 장발과 단발 사이인 흑발 머리, 강아지상의 미인인 이미리는 오히려 한국에서 2명의 S급 플레이어가 생겼다는 것에 더 깜짝 놀랐다.

“헐. 진짜 S급 플레이어예요? 근데 넬… 씨는 한국인이 아닌 것 같은데…?”

친화력이 뛰어난 그녀는 자신의 집에 불청객에게도 말이 많았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S급 플레이어인 그녀는 남들과 다른 시선을 받아야 했고 같은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작 같은 S급 플레이어인 이신은 워낙 신출귀몰하기 때문에 대화를 별로 나눠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같은 S급 플레이어가 그것도 2명이나 생겨난 것이다.

“둘의 능력은 뭐에요? 김진석 씨는 최상위 S급 플레이어라고 하셨는데 이신 씨와는 만나보셨나요?”

김진석이 아주 질색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것도 표정으로 전부 드러나고 있었지만 이미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부 길드장인 루크와 길드원들은 돌아갔지만 원래 자신의 집인 이미리는 돌아갈 곳도 이유도 없었다.

졸지에 여자 둘과 동거하게 된 김진석은 부러움의 눈초리를 한눈에 받았지만 정작 김진석은 불편했다.

애초에 그녀의 집이었으니 불만을 표하기도 그랬고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나가야지. 뭐.”

집주인인 그녀보고 나가라고 할 순 없었으니. 지금 동안 한국 1위 길드의 부 길드장인 루크를 부려먹고 집까지 공짜로 받았으니깐.

“아뇨! 나가실 필요 없어요! 저 일주일도 안 돼서 금방 나갈 거예요!”

오히려 이미리가 김진석보고 괜찮다고 말하며 다음 행선지를 말했다. 그런데 그 행선지는 김진석도 가려고 했던 곳이다.

“이번에 에베레스트 꼭대기에서 제가 했던 게임의 얼음 타입의 몬스터가 나온다고 해서요. 아 혹시 주머니 괴물이라는 게임 아시나요?”

그녀가 했던 게임 주머니 괴물. 그 게임에선 여러 가지 타입의 괴물이 나왔다. 리카이스는 땅 타입의 몬스터였고 최강의 몬스터 중 하나였다.

그리고 거기서 불리는 전설의 몬스터가 있었다. 바로 얼음 타입의 새로 이름은 블루. 얼음 그 자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새였다.

물론 세계적인 게임인 만큼 김진석도 알고 있었지만 그의 관심사는 다른 거였다.

“에베레스트?”

“네! 원래라면 아무리 저라도 전문적인 장비가 없인 도전할 생각도 못 했겠지만 플레이어가 된 이후에는 몸이 좋아져서요. C급 플레이어만 돼도 정상에 아무 장비 없이 가는 데 무리가 없대요!”

김진석은 잘 몰랐지만 당연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어쨌든 가장 유명한 산이며 높은 산인 그곳에 올라가는데 여러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초인이 된 플레이어들은 그런 장비 없이도 올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이미리 LV:70]

그녀의 레벨은 자그마치 70. 최상위 S급 플레이어인 이신과 동급의 레벨이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저도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될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를 데려왔거든요! 보실래요?”

물론 허락도 받지 않고 김진석과 같이 이미리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조그마한 공이었고 곧바로 땅에 던지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나왔다.

[리카이스 LV:70]

“호.”

“어때요. 멋지죠?!”

처음으로 김진석이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이미리는 더더욱 신난 모습으로 자랑했다.

“카이라고 해요. 계속해서 실패하다가 최근에 일본에서 발견되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데리러 갔는데 다행히 잡을 수 있었어요!”

“…카이?”

마치 자기 아이를 자랑하듯 말하는 이미리였다. 넬은 신난 이미리를 보고 처음으로 인간을 동정했다.

이후에 일어날 일을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미래는 이미리만이 예상하지 못한 듯 카이라고 불린 리카이스도 불안한지 늠름한 자태는 어디 가서 없고 김진석의 시선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 *

황혼 길드의 길드원들은 오랜만에 생긴 구경거리에 즐거워 보였다.

그중에는 길드장인 이미리를 처음 보는 길드원도 있었다. 하도 싸돌아다니니 황혼 길드의 길드장이 루크로 아는 자도 있을 정도였다.

“길드장님이 이번에 새로운 몬스터를 잡았다더군.”

“이번에 등급을 새로 조정하신다고 하던데?”

길드원들의 말미 따라 지금 이곳에는 정부 쪽 인사가 와 있었다. 이미리가 입국한 이유도 아무리 돌아다닌다고 한들 한국 플레이어였고 그녀의 등급 심사는 한국에서 진행했다.

그녀는 새로운 몬스터를 잡았고 그 몬스터의 전투력을 측정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온 것이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황혼 길드가 관리하는 플레이어 훈련장이었다. 헬스장처럼 시설이 있었고 황혼 길드가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최고급 시설이 즐비했다.

그리고 복싱처럼 링과 같은 곳 위에서 플레이어끼리 실력을 겨루는 곳도 있었다.

물론 김진석과 리카이스가 싸우기에는 비좁았고 루크가 차라리 이참에 크기를 키우겠다는 듯 아예 건물과 땅을 사서 시설 자체를 키워버렸다.

그게 고작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고 S급 플레이어의 대결은 아주 재밌는 구경거리였기에 할 일 없는 길드원에서부터 할 일이 있어도 취소하고 구경 온 길드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디서 본 광경인데.”

김진석은 이 상황이 뭔가 익숙했다.

링이 아니라 아예 콜로세움을 만들어버린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이미리는 이 상황이 그저 즐겁기만 했다.

“이렇게까지 많이 모일 줄은 몰랐는데요?”

애초에 이미리 본인이 싸우는 게 아니었으니 해맑게 웃고 있었지만 정작 볼 안에 있는 녀석은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볼이 떨리고 있었다.

김진석은 리카이스를 상대할 마땅한 무기가 없어 이곳. 플레이어 훈련소에서 보급해주는 단검과 활. 그리고 아쉽지만 1M 50cm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기의 검을 제이다가 받아왔다.

“제이다? 유명한 A급 플레이어 아니야?”

“최근에 은퇴했다고 알려졌는데… S급 플레이어의 비서가 됐네.”

“그런데 은퇴한 이유는 뭐야?”

“거동이 불편하다고만 알려져 있었는데… 아닌 것 같은데?”

제이다는 발 바쁘게 뛰어다니며 김진석을 하나하나 전부 챙겨주고 있었다. 김진석은 굳이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된다고 했지만 그녀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고 있었다.

그녀는 김진석이 괴물 같은 힘을 가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물론 김진석의 정확한 힘을 보진 못했지만 그에게 깍듯이 대하는 인물이 최상위 S급 플레이어 이신을 애 다루듯 다루는 걸 보았다.

누구도. 설령 랭킹 1위의 플레이어도 이신을 애 취급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의문도 있었다.

S급 플레이어는 감시를 당하는 만큼 이신이 서울을 자주 드나드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 서울에 있는 인물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것이고 왜 이제야 서울에서 이신을 잡았던 것일까.

그리고 등 뒤에 그 날개는?

“와~!”

“와~!”

“흠.”

생각에 잠긴 제이다를 깨운 것은 길드원들의 함성이었다. 시간이 된 이미리는 여전히 이유를 모르고 안 나오려 하는 리카이스를 볼에서 꺼냈다.

플레이어 중에서 리카이스를 모르는 자는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몬스터다. 가장 단단한 몬스터로 평가되는 리카이스.

사실 리카이스가 가장 단단하다고 불린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부수고 태우고 별짓을 해도 재생하는 능력을 가졌기에 단단하다고 평가된 것이다.

심지어 죽어서 남긴 그 소재조차도 재생하니 말 다 했지. 게다가 무섭게 생긴 외형과 달리 리카이스는 최강의 몬스터 치고는 개체 수가 많았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건 아니었다.

지구에 나오는 몬스터들이 전부 인간에게 적대적인 건 아니었다. 게임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전부 인간에게 적대적인 건 아니었으니 지구에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리카이스는 자신의 영역에서 행패 부리지 않는 이상 얌전히 지내는 몬스터였다.

“이미 저만으로 등급 조정이 필요할 것 같군요.”

이미리의 등급을 심사하기 위해 찾아온 정부 쪽 인사들은 리카이스를 보고 그녀의 등급을 정한 것 같았다.

“최상위 S급 플레이어와 최강이라 평가받는 S급 몬스터?”

“눈이 즐겁겠군.”

리카이스를 보고 베일에 싸인 실력을 가진 김진석의 능력을 드디어 알아볼 수 있을 것에 관중으로 변해버린 길드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S급 플레이어가 돼서 그런가? 무기가…….”

하지만 그들은 김진석이 손에 든 무기를 보고 실망했다. 황혼 길드의 길드원들은 과연 한국 1위 길드답게 가장 많은 길드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수준도 높았다.

자신들보다 더 안 좋은 고작 보급 무기를 사용하는 김진석을 보고 오히려 부 길드장인 루크를 바라봤다.

사실 황혼 길드의 길드원들은 김진석과 넬이 황혼 길드에 들어온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루크보고 왜 그들을 안 챙겨주는 거냐는 식으로 쳐다본 것이다.

정작 김진석은 제이다가 가져다준 보급 단검을 던졌다 받았다 하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지만.

심판 따위는 없었고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었다. 리카이스는 긴장한 채 김진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김진석은 그런 리카이스를 바라보다가 이미리를 향해 말했다.

“죽이면 기절해서 돌아가는 겁니까?”

주머니 괴물에선 몬스터가 죽으면 기절해서 볼로 들어가고 나중에 치료해주면 다시 멀쩡해졌다.

“네?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이미리가 처음으로 입가에 웃음기를 지우며 말하는 모습을 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힘든 싸움이 되겠군.”

* * *

김진석과 이미리의 대화는 여기에 모인 자들이 전부 플레이어인 만큼 다 들리고 있었다. 김진석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재밌는 구경이 될 것 같음을 직감했다.

끄어엉!

마치 사이렌으로 경고하는 듯한 소리를 낸 리카이스였고 곧바로 싸움이 시작될 것만 같은 긴장감이 돌았다.

마찬가지로 그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과열될 것 같은 그때. 갑자기 줄이 툭 끊긴 것처럼 분위기가 사그라들더니 거기 있는 전원이 흐리멍텅한 눈으로 변했다.

* * *

“응? 다들 왜 그러지?”

이미리는 갑자기 변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그녀는 주변 인물에 감정 변화를 감지하는 것에 능했다.

주변이 너무나도 조용해졌다.

딱히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그녀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아이인 카이를 자랑하고 싶었고 일부로 일을 크게 키운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됐어요. 결과는 어떻게 할까요?”

그때. 앞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 앞을 보니 링 안에는 어느새 자신이 봤던 여성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김진석의 연인으로 보였던 넬이 있었다.

“내가 질 이유는 없으니… 뭔가 대충 박진감 있게 싸우다가 이긴 것처럼 해.”

“저 여자는 내버려 둬요?”

“제이다? 그녀는 두고 저 말 많은 여자도 재워.”

그 말과 함께 이미리는 그대로 환각에 빠졌다.

* * *

제이다는 그 압도적인 단단함으로 최강의 몬스터라 불리는 리카이스와 김진석의 싸움을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대했다.

그녀는 김진석이 활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란 걸 알아차렸다. 알 수밖에 없었다. 제이다가 어떤 무기를 원하냐 물었을 때 한숨 쉬며 단검과 최대한 큰 검. 그리고 활이었기 때문에.

김진석이 최상위 S급 플레이어였고 어쩌면 미래의 자신이 김진석과 같이 강해질 수 있었으니깐.

물론 제대로 된 힘을 못 봤으니 지금 알아보면 됐다.

그런데 넬이 이 장소에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고 리카이스의 오른손이 갑자기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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