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07화 (107/201)

107화

[늑대인간 LV:60]

“오랜만에 보는군.”

“…예? 며칠 되지 않았는데요?”

이지현은 김진석에게 다가와 인사하려는데 김진석이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물론 김진석은 그녀에게 말하는 게 아니었다.

늑대인간은 위장에 능하였으니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루크보다도 레벨이 높은 늑대인간이었으니.

하지만 늑대인간은 하나뿐이었고 지능이 뛰어난 늑대인간은 10명이나 되는 인간을 함부로 덮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따로따로 떨어지기를.

“내버려 둬요?”

넬의 말에 김진석은 루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길드원들을 전부 뒤로 물리세요.”

“무슨… 말씀이지요?”

루크는 김진석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김진석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늑대인간이 숨어있는 나무로 향해 걸어갔다.

늑대인간은 김진석과 넬이 나타났을 때부터 둘을 인지했다. 괴물 같은 둘을 보고 도망치려다가 넬의 시선을 눈치채고 두려움에 공포로 떨고 있었다.

“나와. 죽여버리기 전에.”

김진석의 말에 황혼 길드의 앞에 늑대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헉!”

루크를 비롯한 황혼의 길드원들은 숨을 삼켰다. 2M~3M 크기의 늑대인간의 모습과 날카로운 발톱은 위협적으로 보였다.

“루크 씨. 당신이라면 해볼 만할 겁니다.”

길드원들은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을 쳤다.

“넌. 저 남자를 죽이면 살려주지.”

늑대인간은 김진석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루크에게 달려들었다.

“크윽.”

갑자기 달려든 늑대인간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팔에 발톱으로 인한 큰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이내 늑대인간을 엄청난 힘으로 밀쳐내더니 차의 트렁크를 뜯어내듯 열었다.

거기엔 수많은 길드원이 사용할 아이템이 들어있었고 당연히 루크의 아이템도 들어있었다.

“이 일은 나중에 묻겠습니다.”

루크는 하얀색 건틀렛을 손에 이를 악물고 착용하고 하얀색 구슬 같은 걸 들더니 몸에 집어넣더니 이내 온몸이 하얀색 갑옷에 둘러싸인 채 앞으로 나왔다.

마치 그 모습은 백은의 기사 갑옷을 입은. 로스트 월드 칼라 기사단의 기사같이 보였다.

루크는 김진석이 마치 몬스터를 다루는 듯한 모습과 선제공격을 당한 건 나중에 묻고 눈앞의 괴물. 늑대인간에게 집중했다.

* * *

B급 플레이어 두 명. 이지현과 김만덕은 지금 루크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등급의 플레이어였다.

둘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이끌고 루크가 타고 온 차의 트렁크에 있는 자신들의 아이템을 전부 착용한 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의 곁에는 S급 플레이어. 김진석과 넬이 차에 걸쳐 앉아 루크와 늑대인간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직 둘의 정확한 무력은 모르지만 그래도 S급 플레이어가 둘이나 있었으니 길드원들은 안심하고 둘과 마찬가지로 루크와 늑대인간의 싸움을 구경했다.

늑대인간의 발톱은 루크의 갑옷을 뚫지 못했다. 늑대인간은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싸우는 존재였고 그건 루크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는 건 싸움은 신체 능력이 더 뛰어난 존재가 이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늑대인간은 오로지 자신의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싸우지만 루크는 인간. 할 수 있는 모든 걸 사용하는 인간이다.

그가 사용하는 갑옷과 건틀렛은 이미리도 길들일 수 없는 몬스터의 소재로 만든 것으로 최고급 아이템이다.

“역시 부 길드장님이야.”

“그런데 다행이네. 원래는 차근차근 올라가는데 우리부터 시작했으면 손도 못 써보고 당했겠어.”

D급 플레이어의 말이 맞았다. 당연히 새로운 몬스터의 등급을 확인하는데 바로 높은 등급의 플레이어가 나서면 확인이 불가능하겠지.

길드원들은 S등급 플레이어. 김진석을 바라봤다.

늑대인간의 움직임은 과연 괴물 같았다. S등급 몬스터로 해도 무방할 수준의 괴물. 하지만 정확히 루크가 상대할 만한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건 김진석이 정확히 판단했고 다른 길드원들이 아닌 루크를 가리켜 나서라고 말했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 * *

“…현실에서도 아이템 빨이 먹히네.”

김진석은 오로지 레벨만 보고 루크와 늑대인간 둘이 호각으로 싸울 것을 예상했지만 저 갑옷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늑대인간은 루크의 갑옷을 뚫지 못하고 있었지만 늑대인간의 속도도 루크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쪽은 공격이 통하지 않고 한쪽은 공격조차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루크의 공격은 통하기만 한다면 늑대인간에게 치명적일 것이다. 그리고 루크 또한 1년간 산전수전 다 겪은 최상위 A급 플레이어.

늑대인간의 속도를 기어이 눈으로 따라잡은 그는 건틀렛을 낀 손으로 놈의 발톱을 잡아 그대로 뭉개트렸다.

물론 늑대인간도 공격 수단이 발톱이 전부가 아니었지만 어차피 저 갑옷을 뚫을 수단은 늑대인간에겐 없었다.

저대로 내버려 두면 진부한 싸움이 이어질 게 뻔했기에 김진석은 화살로 늑대인간의 머리를 순식간에 꿰뚫었다.

루크는 갑자기 늑대인간의 머리에 바람구멍이 난 것을 보고 전에 겪은 그것과 같아 뒤를 돌아 김진석을 바라봤다.

“놈은 A급입니까, S급입니까?”

김진석은 태연히 그렇게 물었고 루크는 싸움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S급 몬스터입니다.”

* * *

황혼 길드에서 새로운 몬스터의 등급을 확인하러 파견되었다.

그리고 거기엔 미지의 S급 플레이어 둘이 참여했다. 새로운 몬스터의 등급을 확인하려면 S급플레이어가 필수로 들어가야 했었기에 이미리가 없는 이상 참여하는 게 맞긴 했다.

물론 하나만 참여해도 되긴 하는데 둘은 언제나 항상 같이 다니는 걸 보고 연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정작 임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몬스터들에게 익숙한 사람들은 S급 플레이어. 그것도 둘의 추문의 더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미녀와 야수 같다던데?”

“여자는 여신같이 이쁘대!”

별 쓸데없는 소문이 돌았지만 둘은 당연히 신경 쓰지 않았다.

“제가 여신 같다는데요?”

“미녀와 야수라… 거기서도 들은 것 같은데.”

하지만 그 소문을 이미 알고 있었다. 넬은 몰라도 김진석은 이 세계에 녹아들기 위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려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정보를 모았다.

인터넷에는 김진석과 넬의 소문이 판을 쳤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길드장인 이미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사용했고 그걸 넬이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입이 무겁다고 하지 않았나?”

그곳에는 황혼 길드의 길드원밖에 없었고 김진석과 넬도 주변의 감시가 없는지 전부 확인했었다.

결국엔 그들의 입에서 소문이 퍼진 것이겠지.

“아니 인터넷이니 손가락인가?”

자기가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실소했다.

그리고 김진석은 인터넷에서 지구에서의 심심한 삶을 달래줄 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장이라…….”

인간과 몬스터의 전쟁은 종식된 것이 아니었다. 인간들은 1년 동안 몬스터와의 전쟁을 벌이며 알아낸 사실 중 하나는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간 그 근처에서 몬스터가 발견된다는 것.

그중에 특히 한국은 인구수에 비해 게임을 많이 하는 나라였고 거기서도 또 로스트 월드에 들어간 자들이 많은 곳이 있었다.

바로 서울.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인 만큼 많은 플레이어가 나타났지만 로스트 월드에 들어갔다가 정신이 붕괴해 나온 이들이 대부분이라 몬스터를 막지 못한 한국의 수도였던 서울은 몬스터들의 도시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한국은 민간인들이 총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았고 그건 한국만이 아닌 다른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몬스터들의 도시를 되찾기 위해 한국은 여러 노력을 해봤지만 S급 플레이어인 이신조차도 어찌 못할 괴물이 나타나는 서울은 난공불락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서울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함께 서울을 틀어막아 봉쇄해버렸다.

그곳이 바로 전장. 언제나 군인들이 삼엄하게 지키며 가끔 보이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루크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당신들이라도 전장은 지옥입니다. S급 플레이어를 허무하게 잃어버릴 순 없습니다.”

김진석과 넬이 아무리 괴물 같은 힘을 가졌다고 한들 서울은 진짜 괴물이 널린 곳이었다. 실제로 S급 플레이어는 없었지만 최상위 A급 플레이어 여럿과 군대를 동원해 서울을 탈환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김진석은 그 말에 더더욱 흥미가 갔지만 루크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을 안 찾아줄 수도 있었으니깐.

김진석에겐 싸움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다름없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본 자들은 레저 스포츠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사실상 김진석은 중독이었다.

싸움 중독.

늑대인간 수준도 김진석의 중독을 만족시켜줄 순 없었다. 하지만 김진석의 관심사는 그것뿐만이 아니었으니.

“루크 씨. 저도 아이템 좀 볼 수 있을까요?”

“…….”

김진석은 루크의 갑옷에 큰 관심을 보였다. 루크는 혹시 그 갑옷을 달라 할까 봐 경계하고 있었지만 김진석은 고개를 저으며 그저 보여달라고만 했다.

[리카이스 갑옷. 내구도 80/100

리카이스의 소재로 만든 갑옷이다. 수준 있는 대장장이가 만든 것 같다. 알아서 복원된다.]

관심을 보인 이유는 간단했다. 감정으로 확인했지만 방어력이 없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리카이스는 로스트 월드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아니었지만 김진석은 그 몬스터가 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이미리가 있었던 볼을 던져서 몬스터를 잡는 게임의 몬스터였다.

지구에는 플레이어가 들어갔던 게임 속 세계의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리카이스는 그 세계에서 최강의 몬스터 중 하나였다.

김진석은 그 갑옷이 아닌 그 갑옷의 소재인 리카이스에 관심을 가졌다.

“리카이스. 저도 보고 싶습니다만.”

“도대체 능력이 뭡니까?”

루크는 말한 적이 없는 자신의 갑옷 소재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에 어이가 없어 실수로 생각이 입으로 나왔다.

“…일본에서 극히 드물게 발견됩니다.”

자연스럽게 앞의 말을 무시하고 루크는 답했다.

김진석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일본 게임사에서 만든 게임이었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했을 테니.

김진석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새로운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는 건 그에겐 매우 기분이 좋은 일이었으니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미등록 플레이어인 이상 함부로 외국으로 나갈 수 없었고 김진석은 빨리 그 마을 사람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한 달.

아무런 소식도 접하지 못한 김진석은 실망한 채 굳이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이름과 능력을 밝혔다.

“이름은 김진석. 능력은… 신체 능력이요?”

“그런데요.”

원래라면 김상훈이 왔어야 했겠지만 둘에게 트라우마가 남겨진 그는 이 일에서 도망쳤고 다른 정부 쪽 인물이 찾아왔다.

루크와 정부 쪽 인물의 앞에서 김진석과 넬은 그들에게 능력을 말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넬. 그쪽도 신체 능력이라고요?”

“맞아.”

사실 둘이 사생활이 전부 침해가 되도 밝힐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김진석이 새로운 몬스터 잡겠다고 외국으로는 못 나가니깐 루크의 영향 아래 있는 한국을 죄다 들쑤셨던 것이다.

인터넷이 유독 발달한 한국에서 사실상 김진석과 넬을 모르는 자는 없다고 봐야 했다.

“미등록 플레이어가 우릴 구해줬어요!”

“범죄자 같아 보이진 않았어요.”

“여성은 제가 여태껏 보았던 자 중에 가장 이뻤어요!”

김진석은 그냥 몬스터가 나타났다 하면 미친놈처럼 달려갔고 그중에는 몬스터에게 습격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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