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06화 (106/201)

106화

[이신 LV:70]

레벨이 자그마치 70이나 됐다. 이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 레벨만 보면 S급 플레이어가 확실하겠지.

눈앞의 침입자는 모습을 숨기고 있었지만 김진석의 눈에는 전부 보였다.

특이하게도 겉에는 무슨 초록색 두건을 두르고 있었고 안에는 군복과 방탄모까지 착실하게 쓴 그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 루크에게 들은 김진석은 총은 높은 등급의 플레이어에겐 그리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다르다는 걸 김진석은 알고 있었다.

[크로스 어택]

그의 이름 아래에 있는 스킬 크로스 어택. 사실 그건 스킬 이름이 아니다. 외국에서 유명한 FPS 게임이었다.

1인칭 슈팅 게임으로 특수부대가 일을 해결하며 진행하는 게임이다. 3차 세계 전쟁도 있고 하지만 그 어떤 특수능력도 없는 평범한 FPS 게임이다.

* * *

이신. 그는 애초에 직업 군인으로 아직 젊은 중사였던 시절 게임 속 세계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중사였지만 그 세계에선 훈련병으로 온갖 굳은 일을 하며 살아남은 이신은 그 이름 그대로의 능력을 얻었다.

현실에서 몬스터를 죽이고 그 소재를 이용해 총을 만들고 총알을 만드는 능력으로 일반적인 총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가진 총으로 몬스터들을 죽여나갔다.

총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몬스터들을 죽여나가며 성장한 이신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S급 플레이어가 되었다.

그는 군인인 만큼 정부에서 일하지만 S급 플레이어인 만큼 얼마든지 집에 돌아가거나 가족을 볼 수 있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이신이었는데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S급 플레이어 2명을 설득해주게. 정보부 실장이 알아낸 바로는 게임 세계에서 이제 갓 나온 자들이라더군.”

“정보부 실장이 하는 일 아닙니까?”

“그 정보부 실장이 지금 정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네. 부디 설득해주게. 우리 한국은 S급 플레이어가 필요하네. 무력을 사용해도 상관없네.”

이신은 대통령에게도 허락을 받았고 지금 S급 플레이어 2명은 황혼 길드의 길드장이 쓰는 방에서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그도 황혼 길드의 길드장인 이미리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 부 길드장인 루크의 선택을 이해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디서 갑자기 그것도 둘의 S급 플레이어가 나타난 것인가.

생각은 뒤로하고 이신은 그들의 거주지인 황혼 길드의 빌딩으로 몰래 침입해 방으로 들어왔다.

게임 속에서 사용한 위장막의 일종인 초록색 두건은 현대에 있는 그 어떤 기기로도 알아차릴 수 없었고 자신과 같은 최상위 S급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게 집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S급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거구의 남자가 아름다운 여성과 함께 집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남자는 신발도 벗지 않고 자신의 바로 앞 소파에 앉더니 똑바로 자신을 쳐다보더니 말을 걸었다.

* * *

“…어떻게 알았지?”

이신이란 자는 평온을 가장하고 있지만 목소리의 떨림에 당황이란 감정을 온전히 드러나고 있었다.

넬은 마치 연인처럼 김진석의 무릎을 베며 누웠고 김진석은 눈앞의 이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넬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신은 자신이 눈앞에 있는데 여유로운 둘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게임 속 세계에서 돌아온 지 하루도 안 된 자들이라고 분명 들었건만 손에 든 총을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게임 속 세계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은데 S급 플레이어 모두가 동의한 내용이다. 자칫하면…….”

“미등록 플레이어가 된다고?”

당연히 김진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김상훈과 루크에게도 들은 이야기였고 한 달의 유예 기간을 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그 한 달이란 시간이면 충분했다.

황혼 길드의 정보력이면 한 달 사이에 그 마을에서 살아남은 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S급 플레이어라도 민간인을 함부로 죽일 순 없었으니 아직 미등록 플레이어일 때 죽여야 했다.

아무도 모르게.

“상관없어. 한 달이라면 충분한 시간이니깐.”

“만약 한 달이 충분치 않다면 어쩔 거지?”

이신은 김진석의 말에 허점을 발견했다. 김진석의 계획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 계획이 한 달이 부족하다면 어쩔 것인가.

“…범죄자가 되어 너 같은 자에게 쫓기겠지.”

“…….”

이신은 그 말에 말없이 등에 멘 우리나라의 대표 총 K2와 비슷한 소총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쪽도 같은 생각……?!”

그런데 김진석과 말하는 동안 그의 무릎에 누워있던 넬이 사라져있었다.

급히 뒤를 돌아본 이신은 거기서 어느새 자신의 소총을 든 넬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이신은 등 뒤로 가져다 댔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신은 다시 넬을 바라봤는데 그녀의 손에는 자신의 소총만이 들려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손까지 들려있던 것이다.

“크아악!”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게 아니다. 손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제야 이신은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돌아가. 지금 현대라면 그 정도는 금방 낫겠지… 아님 말고.”

넬은 이신의 손을 던져서 돌려주었고 이신은 깔끔하게 잘린 손을 최대한 지혈하며 다른 손으로 자신의 손을 받아들었다.

김진석은 그런 이신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손이 잘렸는데도 처음의 비명 빼고는 아주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이게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가져가.”

이신의 모습에서 악마들과 싸운 로스트 월드의 기사들이 투영돼 보였고 김진석은 최소한의 호의를 베풀기 위해 인벤토리에서 금화 10개를 꺼내 던져주었다.

물론 로스트 월드에서는 쥐똥만 한 금액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쓸데도 없었고 금이었으니 가격이 꽤 나 나가겠지.

이신은 그 금화를 보고 동공이 커지며 말했다.

“로스트 월드…의 금화군요.”

그는 김진석이 준 금화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신은 손에 지혈을 마치고 이상한 봉투 같은 것에 자신의 잘린 손을 담더니 김진석이 아닌 넬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김진석. 당신은 로스트 월드에서 돌아온 자겠죠. 같은 세계에 동시에 둘이 갇히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이미 아는 사이군요.”

이신의 말대로 로스트 월드로 들어간 플레이어는 많지만 같은 세계에 둘이 갇히는 경우는 없었다.

둘이 갇히면 훨씬 능히 게임 속 세계를 벗어날 수 있을 테니. 이신은 둘이기에 자신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플레이어, 괴물이 된 거로 생각했다.

김진석은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이신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나가라고 손을 저었다.

“부디 한 달 이내에 이루길 바랍니다. 접근전은 제 분야가 아니라서요.”

총을 사용하니 당연하겠지. 김진석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손을 휘저었다.

이신이 나가고 김진석은 한숨을 쉬며 쏟아진 피를 청소하려고 했는데 넬이 환각을 이용해 전부 없애버렸다.

소파에 묻은 피까지 전부.

“편리한 능력이네.”

“고마워요.”

* * *

다음날.

루크가 또다시 집에 방문했다.

“찾았습니까?”

“…아뇨.”

사실 루크도 대통령에게 직접 이신이 길드에 방문한다는 걸 들었다. 어떤 목적 때문인지는 말하진 않았지만 무슨 목적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김진석에게 S급 플레이어란 걸 전 세계에 밝히라고 온 것이겠지.

그런데 아침에 찾아간 김진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루크를 맞이했다. 루크는 자신이 착각한 건가 싶었지만 그의 물음에 답하고 또 다른 용건을 말했다.

“이번에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몬스터를 감지하는 기계가 몬스터를 감지하긴 했는데 어떤 종류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경우는 아주 가끔 있었다.

문제는 그 몬스터의 등급을 알 수 없으니 모든 등급의 플레이어가 나서서 그 몬스터의 등급을 알기 위해 찾아간다.

하지만 황혼 길드를 제외한 한국의 길드 중에서 모든 등급의 플레이어가 있는 곳은 정부밖에 없었으니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나면 항상 황혼 길드와 정부가 협력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S급 플레이어가 나타났으니 힘을 시험할 차례였다.

지금 한국에 있는 S급 플레이어는 김진석과 넬이 전부였다. 이신이 갑자기 어제부로 사라졌고 이미리는 당연히 없었다.

“마침 돈을 벌려던 참이었는데 나쁘지 않군요.”

편의점 점장님을 만나면 금화를 주는 것보다 차라리 현찰을 주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지금 그가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줄 수 있는 건 다 줄 생각이다.

“아. 그리고 다른 S급 플레이어가 이걸 알고 있던데.”

김진석은 어제의 일을 말하며 이신에게 보여줬던 로스트 월드의 금화를 루크에게 건네주었다.

“로스트 월드의 금화군요. 희귀성이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꽤 비싸게 팔릴 겁니다.”

희귀성. 그런데 김진석은 3200만 개를 가지고 있다.

우선 김진석은 1천 개를 꺼내 루크에게 주었고 5%는 떼어주겠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1위 길드의 부 길드장에게 고작 이런 일을 맡기는 건 아마 김진석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가시죠. 저희 길드원들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 *

황혼 길드의 길드원들은 부 길드장인 루크가 한국에서 새로이 나온 S급 플레이어에게 휘둘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세한 걸 잘 모르는 길드원들은 S급에 다다르는 루크가 아무리 S급 플레이어가 둘이라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베일에 싸인 S급 플레이어 둘을 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지현과 그의 팀원들을 제외하고.

“S급 플레이어 둘이 우리 길드에 들어온다는 건 사실이야?!”

“둘이 연인이라던데?”

“뭐야. 남자 여자 한 명씩이었어?”

온갖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이지현과 그 팀원들은 길드원들의 수많은 질문세례를 받아야 했다.

정작 이지현도 남자는 알고 있지만 여자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는데 지금 부 길드장인 루크가 S급 플레이어 둘을 볼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당연히도 공짜는 아니다.

미발견 몬스터. 새로운 몬스터의 등급을 확인하는 매우 위험한 임무에 참여하면 알려주겠다는 것.

D급 플레이어 5명. C급 플레이어 3명. B급 플레이어 2명. A급 플레이어 1명.

총 11명의 인원을 차출하는 임무였지만 A급 플레이어는 루크 본인이 나선다고 했으니 10명의 인원만 차출하면 됐다.

부 길드장이 직접 나서는 임무도 극히 드물었으니 위험하지만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 부 길드장인 루크도 나섰고 S급 플레이어 둘도 있으니 다들 너도나도 임무에 신청했다.

그렇게 차출된 인원은 미지의 S급 플레이어 둘을 마침내 볼 수 있었다.

* * *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걱정하지 말게. 우리 길드원들은 입이 무거우니.”

김진석과 넬은 루크를 따라 비싸 보이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런데 그 위치는 어디선가 익숙한 곳이었다.

바로 김진석이 게임 속 세계에서 나온 곳. 그 마을이었다.

그리고 노란색과 주황색이 섞인 길드의 이름과 같은 황혼의 색의 제복을 입은 길드원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김진석과 넬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인 이지현도 있었지만 김진석과 넬은 그들이 아닌 숲에 숨어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몬스터의 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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