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77화 (77/201)

77화

* * *

“…무슨 소리지?”

가이크는 집무실에까지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게 분명했는데도 꽤나 큰 소리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는데 갑자기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헝헝!

그 울음소리에서는 가이크조차도 몸이 떨리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급히 가이크는 밖을 나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두운 건 가이크에게 아무런 방해조차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울음소리의 정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 다섯 명의 인원이 가이크에게 달려갔다. 그중 선두에 달리고 있는 둘은 가이크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사장님의 여동생분과 동료시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둘의 표정이 매우 급박해 보였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남과 동시에 들려온 짐승 소리의 원인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두 명의 인원 중 얼굴에 자상이 있지만 아름다운 적발의 여성, 노라가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평범한 인물이라면 흠칫이라도 하겠지만 가이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피가 묻어 있는 단검을 바라봤다.

“…그건?”

“비명의 숲에서 무슨 일이 발생한 것 같아요!”

* * *

노라와 다이아는 어둠이 자욱이 깔린 밤이었지만 잠들지도 않은 채 여전히 사라진 김진석의 소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김진석의 소재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저 할망구가 알고 있을 거야.”

그걸 알려 준 자는 다가라. 둘이 백방 노력해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범죄자들에게까지 물어 김진석, 은인을 찾고 있다는 걸 알아 안타까워서 그의 소재를 알고 있는 자를 소개시켜 줬다.

물론 둘이 아름다운 여성이 아니라 시꺼먼 남자였다면 알려 주지 않았을 거다.

“…할망구?”

다가라가 가리킨 곳에 있는 이들은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아직도 회포를 풀고 있는 알카와 엘리온, 그리고 세라스였다.

여성이라곤 세라스밖에 없으니 그녀를 겨냥한 말이겠지만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지금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봐줘도 곱디곱게 늙은 아줌마 정도였다.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세라스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그녀는 악마의 침공 때부터 살아온 자이니 할머니라고 말해도 무방했다.

“…아니, 겁나 이뻤는데 갑자기 할머니라니……. 하… 완전 내 스타일이었는데…….”

물론 다가라는 다른 이유인 것 같았다.

둘은 세라스에게 다가갔고, 다가라가 구시렁거리는 소리까지 전부까지 들은 그녀는 웃으며 말해 주었다.

“그이는 이들에게 저를 맡기고 비명의 숲으로 갔어요.”

노라와 다이아는 김진석이 비명의 숲으로 갔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이?”

“언제나 저를 지켜 줬어요. 다른 범죄자들이 절대 손을 대지 못하게.”

장난스럽게 말하는 세라스였지만 노라와 다이아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세라스는 정체를 밝혔을 때부터 너무나 아름다운 미모로 인해 범죄자들이 엄청나게 꼬였다.

물론 그 미모를 이용해 일부러 범죄자들을 꼬셔 내 자신의 아이로 만들었고, 그걸 아는 김진석이었지만 혹여나 힘을 잘못 사용하면 다 죽을 수 있으니 김진석은 세라스에게 다가서는 범죄자들을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다가라도 그건 예외가 아니었으니 세라스를 거의 짝사랑하다시피 멀리서만 보고 있었다.

노라는 그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고 뭔가 말하려는 순간.

우르릉!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 * *

흑호는 김진석의 말을 듣고 엄청난 속도로 가이크 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흑호는 노라와 다이아가 어딨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 그녀들이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것.

가이크 성 근처에 도착했을 때 울부짖어 그녀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흑호는 곧바로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검은… 호랑이?!”

마침 둘의 근처에 있던 엘리온과 알카, 세라스는 노라와 다이아와 함께 거대한 흑호를 발견했다.

그 즉시 바로 엘리온과 알카, 세라스는 무기를 꺼내 들었지만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감출 순 없었다.

하지만 흑호는 그저 김진석의 피가 묻은 단검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김진석이 전투에 돌입한 것이다.

“…호랑이가 어떻게?”

이 중에 가장 레벨이 높은 세라스도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소매로 닦아 냈다. 엘리온과 알카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다이아는 영문을 몰랐지만 노라와 다이아의 시선은 검은 호랑이가 땅바닥에 내려놓은 단검으로 향했다.

“패링… 대거?”

김진석이 과거 자주 애용하던 무기였다. 게다가 피까지. 그리고 노라는 검은 호랑이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김진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흑호를 본 적이 있는 노라는 그렇게 추론할 수 있었다.

“비명의 숲! 그곳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김진석이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노라의 말을 들은 다이아는 노라와 함께 비명의 숲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땅에서 뼈밖에 없는 손이 나와 둘의 발목을 잡았다.

“그가 도움을 요청했다는 건… 절대 평범한 일이 아니야.”

세라스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녀는 김진석의 무력과 성격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요청했다면 고작 저 둘이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성주, 가이크라고 했나? 그자에게 가지.”

* * *

“김진석이란 자는 원정대원의 인원 중에 없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가이크는 회의적이었다. 우레와 같은 소리와 짐승 소리는 궁금하긴 했지만 둘의 얘기를 들은 가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비명의 숲인 건 확실하니……. 그런데 이사장님은 왜 식은땀을 흘리고… 알카 님까지?”

가이크는 노라와 다이아의 뒤로 같이 온 엘리온과 알카, 그리고 세라스까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급히 이곳에 달려오는 걸 가이크가 보긴 했지만 저들이 고작, 이곳까지 달려온다고 땀을 흘릴 리가 없으니.

적발의 용병 여성, 노라는 딱히 신용이 없지만 엘리온의 여동생인 다이아와 엘리온, 그리고 알카까지 이곳에 왔다는 건 확실히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다.

물론 알카는 무슨 일인지 모르고 따라오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굳이 왜 저죠? 알카 님하고… 세라스 님이었나요? 그 김진석이란 자가 얼마의 힘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악마의 침공을 겪어 본 당신들이라면 굳이 제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셔도 될 텐데요.”

가이크는 절대 그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궁금한 것이다. 세라스의 힘은 잘 모르지만 알카는 그조차도 승리를 함부로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으니.

그런데 가이크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번뜩이는 게 있었다.

“…김진석? 다렌, 자네가 찾던 사람 이름이 김진석 아니었나?”

“당신들이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죠?”

다렌과 찰스는 비명의 숲 방향에서 들려온 큰 소리를 보고하기 위해 가이크에게 향했는데, 김진석이란 단어를 듣게 된 것이다.

“그는 비명의 숲을 넘어온 마족으로 의심되는 자입니다. 지금 어딨……?”

그때.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무슨?!”

가이크는 붉은빛으로 물든 것보다 그 뒤로 몰려오는 마력의 폭풍에 놀랐다. 붉은빛은 금방 사라졌지만 그 붉은빛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마기가 분명 느껴졌는데… 방금 붉은빛으로 인해 사라졌어.”

세라스는 느낄 수 있었다. 마력 폭풍의 안에는 마기가 섞여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폭풍으로 인해 휩쓸려 사라졌다.

마기. 이곳에 있는 모든 자의 역린.

그리고 비명의 숲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는 정보까지.

“비명의 숲의 원정을 지금 바로 시작한다! 가이크 기사단! 성을 지켜라! 히포그리프 기사단! 비명의 숲으로 향해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라! 내가 없을 때 내 대행은 기사단장이다. 뒤를 부탁한다, 가이크 기사단!”

원래 가이크는 성을 지키고 가이크 기사단만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급박한 것 같았다.

가이크는 마력의 폭풍에서 마기를 느끼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 마력의 폭풍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즉, 비명의 숲에는 자신에게 준하는, 아니 더한 강자가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마족의 마기가 왜 갑자기 느껴질까. 그것도 마력의 폭풍과 함께. 모든 게 의문인 상황이었지만 가이크는 바로 행동했다.

히포그리프 기사단을 먼저 보내 상황을 파악하고 원정대가 뒤따른다.

“움직여라! 지금 당장!”

갑자기 벌어진 일과 명령에 당황했지만 그들 전부가 정예. 가이크의 말에 토씨 하나 달지 않고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이게 무슨.”

가이크와 원정대는 비명의 숲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먼저 비명의 숲에 도착해 상황을 보고하는 히포그리프 기사단의 말은 이상했다.

비명의 숲이 절반으로 나뉘었다고.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숲에 모세의 기적이 발생한다면 이런 광경일까. 폭이 3미터 정도로 땅이 파여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땅을 기준으로 비명의 숲이 절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둘러봐도 원혼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어떻게 할까요?”

히포그리프 기사단 중 하나가 가이크에게 물었고, 가이크는 그 땅을 손으로 잠시 짚더니 말했다.

“원혼은 보이지 않으니… 진입한다.”

* * *

“뭔가… 으스스하네.”

각자 자기 위치로 가고, 비명의 숲에 진입했다. 세라스의 근처에는 다가라와 범죄자들이 그녀를 호위하듯 서 있었다.

“그런데 이 흔적은 뭘까요? 정말 그자가 한 걸까요?”

비명의 숲 원정대는 땅이 파인 흔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가이크와 알카, 기사와 마법사의 최강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결과.

마력의 폭풍이 발생한 이유가 이 흔적일 거라는 것이다.

마력의 폭풍으로 발생한 흔적이 아닌, 마력의 폭풍이 이 흔적 때문에 생겼다는 것.

“…나도 모르겠어. 그자는 정말… 인간이 맞는 건가?”

다가라의 물음에 세라스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세라스는 이곳 누구보다도 김진석의 무력을 알고 있었지만 이 흔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김진석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게 알 수 없었다.

“정지.”

그때 가장 선두에서 걷고 있던 가이크가 원정대를 멈춰 세웠다. 원정대의 발소리가 멈췄다. 그러자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조그마한 소리.

고함과 비명, 뭔가가 썰리는 듯한 소리, 그리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피비린내.

“히포그리프 기사단.”

비명의 숲에 들어섰을 때부터 히포그리프 기사단은 날아다니지 않고 같이 걸어 다녔다. 어차피 말과 몬스터인 그리핀이 교배되어 탄생한 히포그리프는 땅에서도 빨랐으니.

비명의 숲 원혼은 하늘에서도 영향을 받았으니 지금 원혼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하지만 꽤 많이 들어왔는데도 원혼이 보이지 않으니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확인하려고 히포그리프 기사 하나가 먼저 실험 삼아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기사가 하늘에서 외친 소리는 원정대의 심장을 두드렸다.

“마족입니다!”

그와 동시에 지상에서는 전부 무기를 뽑는 소리로 가득 찼다.

“마족을 섬멸한다!”

가이크가 가장 먼저 선두로 달려 나갔다. 그 뒤로 히포그리프 기사단이 날아올랐고, 원정대가 각자 무기를 들고 따라 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