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70화 (70/201)

70화

김진석은 검은색 글씨가 나타났다고 해도 곧바로 언더월드로 갈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김진석은 몬스터를 계속해서 잡고 있을 때.

[레벨 60을 달성하기 위해선 퀘스트를 달성해야 합니다.]

푸른색 글씨의 뜬금없는 소리. 하지만 퀘스트가 무엇인지는 알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선 게임과 같이 퀘스트를 주는 NPC 따위는 없지만 유일하게 퀘스트를 주는 게 있었으니.

바로 검은색 글씨와 푸른색 글씨다.

레벨이 막힌 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검은색 글씨의 퀘스트를 깨면 될 일이다. 게다가 검은색 글씨는 푸른색 글씨보다 비교적 더 중요했다.

김진석은 레벨 업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언더월드에 찾아가야 했다.

언더월드는 말 그대로 땅속 세계였고, 게임 속에선 던전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다행히 언더월드는 아디스와 비교적 가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꽤 거리가 있었기에 흑호를 타고 언더월드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언더월드가 있을 법한 곳에 도착하고 흑호에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지금 김진석을 철창에 가두고 끌고 가는 늑대 인간, 샤칸을 만났다.

샤칸은 게임 속에서도 나오는 네임드 몬스터였다.

물론 그렇다고 김진석이 순순히 당해 줄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가 있다는 건 주변에 언더월드가 있다는 것.

그와 싸우면서 나오는 소음에 언더월드에서 다른 늑대 인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샤칸, 그는 늑대 인간 중에서 인간에게 동정심을 가진 늑대 인간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늑대 인간답게 먹는 음식도 다양했다. 인간과 같이 소와 돼지, 닭 등등 많았다.

똑같이 사육도 했는데 문제는 그 음식에 인간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김진석을 잡아가는 이유도 음식으로 취급하기에 신선하게 데려가고 있던 것이다. 샤칸은 인간 중에서 채식주의자가 있듯이 음식 취급당하는 인간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종족이 늑대 인간이라 채식주의자 같은 건 없었지만 말 못하는 짐승인 소, 닭 등등과 인간이 똑같은 취급을 당하는 게 안타까운 것이다.

샤칸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늑대 인간은 조금이나마 있었고, 그들은 고기를 먹지만 인간의 고기는 먹지 않았다.

물론 그런 늑대 인간은 별종 취급을 당했고, 최후에는 늑대 인간의 왕국인 언더월드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을 잡아들이며 먹는 척을 했고, 샤칸에 이르러서는 잡아 온 인간을 몰래 빠져나가게 돕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걸 알게 된 이후는 이미 늑대 인간이 멸족당했을 때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언제나처럼 퀘스트를 따라 언더월드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끔찍한 몰골을 보게 된다.

늑대 인간이 인간을 사육하고 잡아먹는 그 광경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그때 플레이어는 아디스에 이미 신임을 얻은 상태였고, 수많은 범죄자와 함께 늑대 인간의 왕국 언더월드에 쳐들어가 종국엔 멸족시켰다.

그리고 그 언더월드의 최종 보스, 라이칸스로프로 진화한 샤칸. 플레이어에게 죽어 가고 있을 때 넋두리를 하듯이 그가 말했던 것이다.

자신들은 인간을 먹이로 삼지 않았고 도와주었다고.

당연히 플레이어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후에 언더월드를 돌아볼 때의 흔적과 그곳에서 살아남은 인간에게서 그의 말이 사실이란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샤칸은 이미 죽은 상태.

게임 속에서 안타까운 이야기 중 하나였다.

김진석은 일부러 저항하지 않고 눈앞의 샤칸에게 잡혀 주었다. 과연 그가 현실에서도 인간을 생각하고 있을까.

“거기… 늑대 인간 아저씨?”

“조용히 하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김진석이 조용히 있을 리가 없었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 거죠?”

“…무슨 소리지?”

어차피 언더월드에 도착한다는 목표는 이루었다. 아직 검은색 글씨가 갱신되지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이송되면 알아서 달성되겠지.

게임 속에서도 지금 김진석의 레벨과 비슷할 때쯤 언더월드에 도착하지만 지금 이곳엔 범죄자들이 없다.

지금 김진석도 밀론에게 부탁해 언더월드를 소탕하자고 말하면 같이 갈 범죄자들이 한 트럭이겠지만 게임 속에서처럼 맹목적으로 그를 따르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많은 희생이 강요될 테니 자기 목숨이 중요한 범죄자들은 금방 도망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있다면 김진석 자신의 레벨 업이 더더욱 느려지겠지.

이럴 때 노라와 다이아가 있었다면… 하고 생각하는 김진석이었다.

“이렇게 인간을 잡아가서, 잡아먹을 생각입니까?”

“…그렇겠지.”

강한 동료가 없으면 만들어야겠지. 김진석은 지금 그의 말로 확신했다.

원래라면 늑대 인간은 인간을 그저 음식으로만 생각하기에 무슨 말을 해도 말대꾸도 해 주지 않는다.

샤칸은 퉁명스럽긴 하지만 김진석의 말을 전부 들어 주고 대답까지 하고 있었다.

솔직히 김진석은 다른 늑대 인간은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동족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하며 진화한 라이칸스로프 샤칸은 지금 김진석이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만 없다면 김진석은 혼자서라도 언더월드를 쓸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같은 동족을 죽이는 걸 그가 허락할지는 의문이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들과 같이 말을 하고 대화가 가능한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이?”

그렇기에 김진석은 샤칸에게 같은 종족인 늑대 인간에게 정을 떨어뜨려야 했다.

설령 자신이 늑대 인간들을 죽이더라도 도움은 바라지도 않으니 무시만이라도 할 수 있게.

“이해할 수 없군요. 인간들은 적어도 같은 인간형을 잡아먹진 않습니다. 늑대 인간보다 열등한 인간 종족이라도 말이죠.”

“…그 입 닥쳐라.”

그의 말에 김진석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효과는 있는 것 같았다. 감정 섞인 샤칸의 말은 알기 쉬웠다.

샤칸은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가 김진석에게 향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같은 동족인 늑대 인간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같은 말을 할 줄 알고 비슷한 외형인 인간을 잡아먹는다니. 샤칸이 같은 동족에게 느끼는 감정은 야만적이라는 거다.

늑대 인간은 기본적으로 3미터에 다다르는 거구였다. 늑대가 이족보행을 하면 저런 모습일까.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온몸에 난 털은 늑대 인간의 덩치를 더 크게 보이기에 충분했다.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몸을 과신하며 그 어떠한 무구를 사용하지 않고 발톱과 이빨로만 상대를 찢어발겼다.

늑대 인간의 레벨은 60. 대부분 인간과 몬스터들의 살가죽을 찢어발기긴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늑대 인간의 숫자가 많았다면 진작에 이 세계는 늑대 인간에게 점령당했을 것이다. 언더월드는 늑대 인간의 왕국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부끄러울 정도로 그 숫자는 극히 적었다.

고작해야 수백 명. 그리고 샤칸의 의견에 동의하는 늑대 인간은 수십 명이다.

샤칸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눈앞에 있는 인간의 말은 언제나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고, 차라리 자기 말에 동의하는 늑대 인간들만 데리고 어디로 떠날까, 말이다.

문제는 언더월드를 제외하고 늑대 인간들이 머무를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늑대 인간의 힘을 두려워했고, 아무리 지성이 높다고 한들 죽으면 빛으로 변해 사라지는 몬스터였으니 힘을 합쳐 그들을 몰아냈고, 간신히 아디스 근처에서 언더월드 왕국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인간은 늑대 인간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상하긴 했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자신에게 잡혔다.

처음엔 그게 이미 삶을 포기한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지금 그는 철창에 갇혔지만 일말의 두려움이라곤 없는 눈빛으로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너의 선택을 알고 싶다는 듯 말이다.

샤칸 자신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인간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언더월드 】

“도와드릴까요?”

김진석도 샤칸과 마찬가지로 고민하다가 말했다. 만약 아디스에 늑대 인간이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범죄자들은 반대할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은인이라고 한들 인간을 잡아먹는 늑대 인간을 아디스에 들이는 건 그들에겐 거부감이 심하겠지.

게다가 레벨이 60이 넘어가는 괴물들이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도 아디스에는 아무리 김진석 자신이 수많은 몬스터를 잡았다고 하지만 아직 많은 몬스터들이 아디스에 정기적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놈들을 막느라 범죄자들이 희생되었다. 하지만 그 몬스터들을 늑대 인간이 상대하면 어떨까.

흔히 이이제이라고 한다.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데 몬스터를 이용한다면 그 어떤 범죄자라도 반대하진 않을 거다.

문제는 그 몬스터가 아디스를 멸망시킬 수 있을 수준의 힘을 가진 자들이라는 거다.

어차피 이건 희망 사항일 뿐, 차선책도 있긴 했지만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입니다. 당신들의 왕국에서 벗어나 살 곳을 마련해 주겠습니다.”

그래도 김진석은 우선 질러 보았다. 샤칸이 허락한다면 최소 절반은 성공한 것이니. 하지만 순전히 믿을 샤칸이 아니었다.

“고작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을 뭘 믿고?”

그 말과 동시에 철창이 두부 잘리듯 반으로 갈라졌다. 인간이 사용하는 감옥처럼 쇠로 된 철창이었지만 김진석을 구속한 것도 아니고 그저 철창에 가둔 것뿐이었으니 예견된 결과였다.

김진석은 싸늘한 철창의 바닥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서… 어쩔 겁니까?”

하지만 샤칸의 말을 듣기도 전에, 검은색 글씨가 눈앞에 나타났다.

- 언더월드를 무너뜨려라.

검은색 글씨가 갱신되었다. 그 뜻은 즉 언더월드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언더월드, 말 그대로 지하 세계다. 늑대 인간들은 마치 두더지처럼 날카로운 발톱으로 땅을 파 굴을 만들었으며 자신들의 왕국으로 만들었다.

아디스보다도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땅속인 만큼 몬스터들의 습격에서도 안전했다. 비록 가축들을 키우는 환경으로는 적합하지 못했지만 타개책으로 가축들을 늑대 인간이 끌고 나가 햇빛을 보게 해 주었다.

그때 한 마리의 늑대 인간이 샤칸과 김진석에게 걸어왔다.

[늑대 인간. LV:60]

“무슨 일이지, 샤칸. 철창은 왜 잘려있지?”

늑대 인간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마자 김진석은 바로 엎드린 채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마치 놈들이 두렵다는 듯이.

샤칸은 그런 김진석을 잠시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인간을 데려오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말이야. 그냥 잡아먹으려다가 자네가 온 걸 보고 참았다.”

“허… 샤칸. 인간을 잡아 오는 빈도수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가 그거였나? 그렇게 안 봤는데 식욕이 대단하군.”

그 늑대 인간은 피식 웃으며 농담 식으로 말했다. 샤칸은 늑대 인간 중에서도 강력한 자였으니 늑대 인간 중에서 샤칸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마저 데려가겠다.”

“그러게. 요즘 인간들이 탈출하는 빈도수가 늘어나니 제대로 잡아 두는 게 좋을 거야.”

“…알겠다.”

늑대 인간의 말에 샤칸은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고, 김진석을 강제로 일으켜 안으로 데려갔다.

“인간에게 우리는 몬스터나 다름없다. 네가 설령 한 지역의 왕이라고 해도 따르는 인간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늑대 인간 왕국 언더월드와 샤칸 자신의 관계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김진석에겐 차선책이 있었다.

“그럼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만 들어주시면 만들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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