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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48화 (48/201)

48화

* * *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롭게 교수로 임명된 에메랄드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

어느새 학생에서 교수로 변한 다이아였다.

셋은 훈련장에서 만났고, 다이아의 겉모습은 전혀 바뀐 게 없었지만 학생들은 그녀가 루비였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엘리온의 마법 덕분이었다.

“굳이 가면을 쓰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보는 눈도 없는데 저희한테까지?”

“…알겠습니다.”

셋은 또 훈련장에서 만났다. 그런데 보는 눈이 없다는 것도 엘리온의 덕분이었다. 셋을 위해 일부러 투명한 방음벽을 만들어 줬다.

물론 하나만 만든 게 아닌 훈련장의 절반 정도를 투명한 방벽을 겹겹이 쳐 방처럼 만들어 주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서로의 수업을 침범하지 말라는 거였지만 당연히 이유는 다이아의 정보를 최대한 감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에메랄드라는 교수와 노라가 둘이 동시에 한 학생을 가르치는 광경을 다른 학생들도 보고 있었다.

“학생이 교수를 선택하는 건 봤어도 교수가 학생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였어?”

“처음 보는 광경이네…….”

하지만 그 교수가 선택한 학생이 김진석이라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이미 김진석은 여러모로 기사 학교에서 유명한 학생이었다.

“노라… 교수.”

“아, 됐어.”

“…예?”

김진석이 노라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한순간, 노라가 김진석의 말을 끊었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 어차피 나이도 비슷하잖아.”

“…알겠습니다, 노라… 씨.”

“아니,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

“…노라.”

“그래, 잘했어.”

그제야 노라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그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다이아를 둘이 동시에 발견했다.

“크흠…….”

마찬가지로 동시에 헛기침했다.

“그래서… 수업은 어떻게 하죠? 노라 교수님?”

“음……? 어… 그래. 살기도 대충 지우는 건 이젠 알아서 할 줄 아니깐, 네가 가르쳐 봐. 활 쓰는 모습도 좀 보고 싶네.”

노라는 다이아가 갑자기 교수라고 부른 것에 당황했지만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이아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훈련장에서 주는 나무 활과 화살을 꺼냈다.

“활을 쏘는 방법은 알고 계십니까?”

“대충은요.”

김진석은 다이아에게 나무 활을 건네받았다. 김진석의 머릿속에는 카이와의 동기화했을 때 얻은 활의 지식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다이아가 김진석에게 생각지 못한 말을 했다.

“제게 쏴 보세요.”

“…예?”

“어차피 미숙한 자는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고, 설령 제대로 날린다 한들 제게 맞을 리는 없으니 우선 해 보시죠.”

“…알겠습니다.”

다이아는 자신에게 화살을 쏘아 내라 말했고, 김진석은 당황했지만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녀의 레벨을 생각해 보면 활이 아니라 단검을 들어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김진석은 다이아에게 활을 건네받아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런데 그때.

잊고 있던 검은색 글씨가 나타났다.

- 레벨 30 달성. 조건 달성. 특전이 주어진다.

[카이와의 동기화 1%]

“…뭐?”

하지만 그걸 본 순간, 화살이 김진석의 손에서 떠나갔다.

“읏……!”

그 화살은 정확히 다이아의 미간을 노렸다.

방심하고 있던 다이아가 깜짝 놀라 피하려고 하는 순간, 노라가 단검을 들어 대신 화살을 쳐 냈다.

노라는 평소였다면 다이아에게 한마디 했겠지만, 아니 똑같이 한마디를 하긴 했는데 그 대상이 달랐다.

“너… 대충 아는 거 맞아? 정확히 미간을 노린 데다가 살기조차 없었어. 뭐… 에메랄드 교수가 널 죽이려고 했다고 그런 건 아니지?”

하지만 김진석은 노라의 말에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푸른색 글씨가 그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활을 든다는 조건을 확인. 김진석 님의 메인 캐릭터 카이와의 동기화가 진행 중입니다.

한번 동기화한 캐릭터는 동기화가 가능합니다. 동기화율은 김진석 님의 강함에 비례합니다.]

강함에 비례한다. 이 세계에서도 결국 그건 레벨이겠지.

레벨만 따지자면 최고 레벨이 99이고, 카이도 마찬가지였으니 30%의 동기화율을 보여 주어야 하지만 강함은 숫자만 가지고 따질 순 없었다.

레벨이 30인 김진석은 카이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야!”

노라의 호통에 그제야 김진석은 정신을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저 화살을 쐈을 뿐입니다만…….”

김진석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뭐, 활을 쏠 때 시위를 천천히 당기고 쏠 때 숨을 잠깐 멈춘다든지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저 손가락을 놨을 뿐인데 다이아의 미간으로 날아갔을 뿐이다.

“…이것도 재능인가?”

“혹시 모르니 다시 해 보죠.”

다이아는 놀란 눈을 감추고 김진석에게 말했다.

김진석은 여전히 한 쪽에 뛰어져 있는 푸른색 글씨를 눈으로 흘깃한 채 말했다.

“알겠습니다.”

[카이와의 동기화 1%]

“이번엔 제가 아닌 이 단검을 노려보세요.”

“예.”

다이아는 품속에서 나무 단검을 꺼냈다. 그런데 갑자기 다이아가 단검을 허공으로 던졌다.

그런데 김진석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활의 방향을 단검으로 바꾸고 동시에 손가락을 시위에서 놓았다.

텅!

김진석의 손에서 나간 화살은 다이아가 던진 단검을 정확히 맞췄다.

“…뭘 가르쳐 줘야 하죠?”

“…나도 딱히 단검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은 없어.”

처음으로 노라와 다이아가 서로의 처지를 공감했다.

노라는 실전처럼 김진석을 가르치고 부족한 것을 말해 주려 했다.

오죽했으면 그녀가 살기가 너무 넘친다고 없애라고 했을까.

“그런데… 아, 말해도 돼?”

“뭘… 말입니까?”

노라는 김진석에게 다가가 귓속말했다.

“네 직업, 플레이어라고 했지? 스킬을 배우는 데 제한이 없다는 거.”

“아, 네. 다른 데 떠벌리지만 않으신다면.”

“떠벌리는 게 뭐니, 떠벌리는 게.”

둘은 투닥거리며 말했다. 가면 갈수록 둘은 점점 친해지고 있었다.

“다… 에메랄드 교수? 얘 직업이 뭐라고 생각해요?”

“예? 도적 아닙니까?”

실제로 김진석은 모의전에서 다이아와 싸울 때 도적 스킬을 사용했다. 일반인이라면 다른 직업군의 스킬은 잘 모르겠지만 다이아는 아니었다.

“혹시 플레이어란 직업 알아?”

“…아뇨, 난생처음 듣는 직업입니다.”

“나도 모르는 직업이거든? 그런데 얘, 도적 직업 스킬을 배우더라고.”

“…예?”

노라의 말에 다이아는 난생처음 보는 얼굴을 보여 주었다. 아름다운 은발에 키가 170에 다다르는 노라와 비슷했지만 언제나 차가운 얼굴이었다.

가면으로는 웃는 얼굴을 자주 보여 주긴 했지만 그런 그녀의 처음 보는 놀란 얼굴이었다.

“…사실입니까?”

“금방 들통 날 말을 왜 하겠어. 그런데 나도 몰라. 도적 직업만 배울 수 있는 걸 수도. 네가 스킬 하나 사 와 봐.”

“…….”

너무나 당당히 말하는 노라를 보고 다이아는 말을 잃었다. 엘리온과 레온하르트조차도 다이아 본인을 이렇게 대하지 않았다.

“그냥 같이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어, 그러네. 같이 가지, 뭐.”

“…….”

셋은 훈련장에서 나와 지식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싼 거 하나만 가져와 봐.”

“…알겠습니다.”

다이아는 여전히 말을 잃은 채 또 노라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었다.

“도적 스킬 뭐 배울 거 있나? 우리도 찾아보지, 뭐.”

“…어디서 만날지도 정하지도 않았잖아요?”

지식의 도서관은 매우 넓었다. 게다가 온갖 책으로 둘러싸여 있어 다 똑같이 보여 한눈팔면 길 잃기 딱 좋은 곳이었다.

“몰라. 알아서 찾아오겠지.”

“…….”

물론 노라의 행보는 김진석도 예상할 수 없었다. 김진석은 굳이 거절하지 않고, 둘이 같이 지식의 도서관을 둘러봤다.

그렇게 30분도 지나지 않고, 다이아는 둘을 찾아냈다.

“스킬은 1분도 안 돼서 찾았는데 그쪽 둘을 찾는 데 29분 걸렸습니다.”

“죄송합…….”

“고생했네. 뭐 사 왔어?”

“…….”

노라의 천연덕스러운 말투에 김진석과 다이아는 말을 말았다. 김진석은 애초에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있었고, 다이아는 이미 포기했다.

다이아는 품속에서 스킬북을 꺼냈는데, 그건 김진석에게 매우 익숙한 스킬이었다.

[차징 샷.]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스킬. 차징 샷은 궁수와 카인과 같이 활을 사용하는 직업군이면 레벨 1부터도 전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배워 보시겠어요?”

“…금화가 없는데 괜찮나요?”

“이 정도는 제가 내겠습니다. 배운다면… 말이죠.”

다이아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김진석을 바라봤다. 김진석은 스킬북을 받아 들고 빈 책장을 넘기며 읽는 척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스킬북이 사라졌다.

다이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고 있을 때 김진석의 눈앞에 또 푸른색 글씨가 나타났다. 그런데 김진석이 예상한 내용과는 달랐다.

[차징 샷은 이미 배운 스킬입니다. 숨겨진 정보가 나타납니다.]

[차징 샷. LV max: 1초간 기를 모아 화살을 쏘아 냅니다. 공격력 1,200%]

스킬의 레벨이 이미 max였고, 공격력이 자그마치 1,200퍼센트였다.

푸른색 글씨가 말한, 이미 배운 스킬. 그건 카이를 말하는 것 같았다.

고작 1초간 기를 모으고 쓰는 스킬이 1,200퍼센트. 0.5초 사이에 적의 공격을 맞아 반격을 날리는 스킬이 공격력 400퍼센트인데 1,200퍼센트.

그만큼 스킬 레벨이 중요하다.

스킬 LV max. 최고 레벨은 10이다. 하지만 게임을 평범하게 플레이해서 최고 레벨을 찍는다고 해도 스킬 레벨을 최고로 찍기는 힘들었다.

“배운… 겁니까?”

“그런 것 같네요.”

김진석은 최대한 무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꽤나 기쁜 상태였다.

만약 카이가 배웠던 스킬을 찾아서 배우기만 한다면 몬스터들은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다.

“혹시 지식의 도서관을 조금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응? 상관없는데, 왜?”

다이아는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고, 노라는 이해한다는 듯 그런 다이아를 바라보다가 대답해 주었다.

그렇게 김진석은 카이의 직업 스킬. 카인의 스킬을 찾기 위해 지식의 도서관을 뒤졌다.

하지만 그가 잠시 잊고 있던 사실.

이 세계에서는 카인이라는 직업이 없었다.

“왜 이리 오래 걸렸어?”

“잠시 찾을 게 있어서 말이죠. 하지만 못 찾았네요.”

결국 김진석은 카인의 스킬을 찾지 못했다.

“지식의 도서관 앞에 마법사들 있는데 그 사람들보고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줄걸?”

“아뇨, 괜찮습니다.”

그때 다이아가 김진석에게 다가왔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그녀의 생각은 이미 정리가 끝났다.

“카이 학생, 이 스킬을 배워 보시겠습니까?”

다이아는 그렇게 말하며 여러 스킬북을 꺼냈다.

[일제 사격: 활을 수평으로 들고 여러 발의 화살을 부채꼴로 한 번에 발사합니다. 화살 하나당 공격력 70%]

[회피 사격: 일정 거리를 순간적으로 이동하며 화살을 발사합니다. 공격력 40%]

[관통 사격: 전방으로 상대를 꿰뚫는 화살을 발사합니다. 공격력 300%]

[폭발 덫: 밟으면 폭발하는 덫을 설치합니다. 10초간 유지됩니다. 공격력 220%]

총 네 개의 스킬북. 궁수 직업은 키우지 않았던 김진석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폭발 덫을 제외한 세 개의 스킬은 궁수의 주류 스킬이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저, 금화가 없습니다만…….”

최근 몬스터를 거의 잡지 못한 김진석은 금화가 없었다.

“나중에 갚으세요. 제 수업을 듣는다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겁니다.”

김진석이 이 세계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남에게 빚을 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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