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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40화 (40/201)

40화

* * *

사산의 사건이 있는지 3일이 지나고, 기사 학교에 갈 날짜가 되었다.

레온하르트와 엘리온이 김진석에게 원하는 게 있냐고 물어봤지만 김진석은 당장은 없다고 말했고,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학교 기숙사의 앞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이목이 쏠렸다.

사산에서 있었던 일이 워낙 강력해서 금방 잊혔지만 김진석은 기숙사 시험에서 학생을 단검으로 찌른 학생이다.

이미 학교에는 노라와 더불어 미친놈으로 찍힌 상태였다.

게다가 문제는 노라의 수업을 듣는다고 이미 낙인찍힌 상태라 김진석이 무서워서라도 노라의 수업을 안 듣는 경우가 생겨났다.

하지만 노라도, 김진석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김진석은 어차피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편했고, 노라도 어차피 교수직을 김진석 덕분에 얻은 거로 생각했고, 김진석 하나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

“그런데 왜 여기까지……?”

“내 유일한 학생이니깐?”

기숙사에서 나오니 앞에 노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필 학교에서 가장 말이 많은 김진석과 노라가 모이니 부담스러울 정도로 시선이 쏠렸다.

물론 둘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었다.

“무엇 하러 저리 남을 바라볼까요?”

“할 일 지지리도 없는 것들이야. 신경 쓰지 마.”

노라는 당연히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주변에서 쳐다보던 학생들은 헛기침하며 그제야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너, 교실은 어딘지 아니?”

“…아뇨.”

“그럴 것 같아서 데리러 왔어. 나도 학교 지리는 잘 모르는데 교실만 알아.”

“…예, 감사합니다.”

김진석은 그녀의 배려가 고맙긴 했는데 갑자기 바뀐 그녀의 태도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물론 그가 목숨 걸고 노라를 지켜 주긴 했다. 실제로 죽기까지 했으니깐.

그때만 생각하면 김진석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게 노라에게 향하는 짜증이 아니었다.

김진석 자신에게 향하는 짜증이었다.

사산에 대한 정보가 있었음에도 노라를 위험에 빠트렸다. 자신의 안전장치였던 노라를 말이다.

만약 그가 사산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으면 노라가 한동안 놀리긴 했겠지만 억지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거다.

전부 김진석,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김진석의 표정을 본 노라는 자신의 표정을 굳힌 채 김진석에게 말했다.

“미안해. 나 때문에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됐네.”

“…음?”

노라는 김진석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짐을 안고 있었다.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고 사산에 데려다준 게 노라 그녀였다.

노라의 입장에서는 전부 본인이 자초한 일이었고, 죽는다고 한들 누굴 탓할 순 없었다.

하지만 김진석은 그런 그녀를 목숨 걸고 지켜 줬다.

“사산에 대한 위험성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내가 널 지켜야 했는데…….”

“아닙니다. 저도 부주의했습니다. 제가 리들리와 싸움을 늘려서 벌어진 일이니 제 잘못입니다.”

김진석도 얼마든지 노라를 탓하려면 탓할 순 있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되돌릴 순 없으니 서로 기분이 상할 일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제가 당신을 구했고, 마찬가지로 저를 구해 주셨으니 똑같습니다.”

김진석은 그 말을 끝으로 더는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는 행동으로 기사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노라는 그런 김진석의 뒤를 빤히 쳐다보다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 * *

“…교실 맞습니까?”

“어… 청소한다는 걸 까먹었네.”

노라는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교실은 생각보다 꽤 컸다. 그뿐만 아니라 교실은 빈 곳이 많았다.

교수들은 각자 자신의 교실을 배정받는다. 하지만 꼭 교실에서 수업을 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이 귀족이라면 학생들을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같이 몬스터를 잡으러 가기도 했다.

전적으로 모든 수업을 교수에게 맡겨서 벌어진 일이다.

물론 그게 문제가 없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노라와 김진석은 몰랐지만 말이다.

“굳이 여기서 해야 합니까?”

“나도 몰라.”

하지만 둘 다 그런 걸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었다. 노라도 이론으로, 말로 하는 것보단 행동이 편했고, 그건 김진석도 마찬가지.

“학교 공용 훈련장이 있는데, 가 볼래?”

“나쁘지 않군요.”

둘은 먼지가 가득 쌓인 교실을 내버려 둔 채 학교를 나섰다.

김진석과 노라는 학교 훈련장에 도착했다.

둘이 훈련장에 들어서니 엄청난 숫자의 눈동자가 둘에게 향했다. 수많은 학생과 교수가 훈련장에 있었으며 그들도 김진석과 노라와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우선 구경부터 할까?”

김진석과 노라는 학교에 들어오려고 시험 보던 그때와 같이 실전과 같은 싸움을 진행하려고 했다.

노라는 적당히, 라는 건 몰랐고 김진석도 그걸 알았다. 실전과 같은, 이라는 건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것.

“이 학교 학생 수준이 어느 정돈지 한번 보기나 하자.”

둘은 학교 훈련장 구석에 쪼그려 앉아 기사 학교 교수들의 수업을 직관했다.

김진석은 훈련장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이미 감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LV:18]

[LV:19]

[LV:16]

[LV:21]

학생의 레벨은 그다지 높진 않았다. 하지만 교수에게 배운 만큼 싸우는 법은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김진석과 노라의 눈에 차지는 않았다.

“소꿉놀이 같군요.”

“그러게. 살의가 전혀 없어. 저래서 몬스터는 잡을 수 있으려나?”

김진석은 태어났을 때부터 학대당해 왔고, 투견과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워 왔다. 노라도 그와 비슷하게 평탄치 못한 생활을 해 왔고, 어린 나이였지만 오랜 용병 생활을 해 온 그녀였다.

게다가 교수는 대부분 학생을 자신의 기사단으로 영입하려고 이 학교에 온 게 대부분이었기에 학생에게 쓴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웃긴 일이었다. 학생을 가르칠 교수가 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다니. 물론 학생도 교수에게 잘 보여 기사단에 들어가려는 게 목적이었으니 소꿉놀이나 다름없었다.

노라와 김진석은 고작 1분만 보고 대충 학교의 수준을 알게 되었고, 둘은 엉덩이를 털며 동시에 일어났다.

“재미없네. 방식은 어떻게 할까?”

“…당신이 교수님 아닙니까?”

“언젠 교수로 취급해 줬어?”

노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김진석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1분. 1분 동안 마음껏 공격해 봐.”

“방법은 상관없습니까?”

“그래.”

노라와 김진석은 훈련장에서 교수와 학생이 사용하던 나무로 된 무기가 아닌 자신들의 무기인 패링 대거와 독거미의 단검을 꺼냈다.

김진석은 그녀를 향해 공격하려는 순간.

“기교.”

노라는 스킬을 사용했다. 김진석이 처음 시험을 치른 그때와 같이 기교를 사용한 그녀의 속도는 훈련장에 있는 그 누구도 눈에 담을 수 없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소꿉놀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노라는 순식간에 김진석의 뒤로 돌아 목덜미의 단검을 겨눴지만 김진석은 순식간에 그 단검을 쳐 내며 말했다.

이번에는 레온하르트도, 엘리온도 없었지만 김진석이 그녀의 속도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레벨.

현재를 대비할 힘을 선택해 카이와의 동기화가 진행됐던 김진석은 엄청난 경험치를 얻어 한 번에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지금 김진석의 레벨은 자그마치 30. 3티어 아이템을 착용할 수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저를 놀리시려는 겁니까?”

노라는 자신의 강점을 알고 있었고, 그 속도로 굳이 김진석의 뒤로 돌아가 목덜미의 단검을 겨눈 것이다.

첫 시험과 같이, 말이다.

“제대로 하세요.”

김진석은 보기 드문,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노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라는 김진석의 표정을 보고 움찔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대로 할게.”

그 말과 동시에 김진석의 팔에서 피가 솟구쳤다. 마치 동맥이 끊어진 것처럼 피가 넘치고 있었지만 절대 손에서 패링 대거를 놓지 않았다.

김진석은 다른 손으로 흐르는 피를 막으며 노라에게 말했다.

“1분 아직 안 지났습니다.”

노라는 그의 말에 당황했다. 김진석의 말에 그녀는 살짝 진심을 내보였다. 김진석은 그녀의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러 최소한의 상처로 그를 제압하기 위해 손목의 동맥을 정확히 노렸지만 김진석은 개의치 않아 했다.

그때 손목을 다치지 않았던 손으로 단검을 노라에게 던졌다.

그 단검은 정확히 노라의 눈을 향했고, 노라는 독거미의 단검으로 손쉽게 쳐 냈다.

“슬라이서.”

그런데 어느새 손에는 다시 두 개의 단검이 들려 있었고, 피가 흐르다 못해 쏟아지며 노라를 향해 스킬까지 사용하며 달려들었다.

단검으로 상대를 갈라 버리는 스킬. 김진석은 진심이었다.

노라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런 김진석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그녀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정말… 마음에 드네.”

* * *

“저게… 수업이야?”

기사 학교 훈련장의 학생들은 넋 놓고 김진석과 노라의 수업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저건 수업이 아니었다.

“말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교수들끼리의 수업은 참견 불가다.”

학생이 교수에게 물었지만 교수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못한다는 게 아닌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이사장인 엘리온의 방침이었다. 교수들끼리의 충돌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진석의 온몸엔 단검으로 생긴 상처가 가득했다. 노라는 독거미의 단검에 들어 있는 독이 혹시라도 김진석에게 걸리면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까 배려해 다른 평범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그 단검으로 김진석을 거의 난도질하다시피 베어 버리고 있었다.

훈련장의 바닥이 피로 물들고 있었지만 둘의 수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노라가 제안한 1분의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만 둘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김진석은 온몸에서 화끈거리는 고통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고통은 이미 익숙했다. 게다가 익숙해지는 건 고통만이 아니었다.

노라는 손목의 동맥과 같은 김진석의 급소만을 노려 오고 있었지만 김진석은 손등이나 팔, 심장을 노리는 공격은 움직여 빗나가게 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큰 상처가 안 나게 빗겨 나가게 하고 있었고, 그게 가능한 것은 노라가 김진석을 배려해 찌르는 공격이 아닌 베어 내는 공격만 했기 때문이다.

김진석은 점점 노라의 속도에 익숙해졌고, 그때 노라가 속도를 한 단계 더 높여 김진석의 심장을 향해 단검을 찔렀다.

하지만 김진석은 이번에도 움직여 간신히 심장의 위쪽으로 단검이 박히게 했고, 그걸 이용해 몸을 비틀어 인벤토리에서 평범한 검을 꺼내 아래에서 위로 올려 베었다.

단검이 아닌 평범한 검으로 바꿔 들어 무기의 길이, 리치가 갑자기 길어져 노라가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평범한 검은 노라의 옷 소매를 스쳤다.

노라는 잘린 옷 소매를 바라봤고, 겉으로 드러난 피부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흐르지도 않는 피 한 방울이었지만 김진석의 공격이 통한 것이다.

피가 나고 있었지만 노라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김진석을 베면서 단 한 번도 웃음을 지우지 않았던 노라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에겐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포션 먹지 말란 말은 안 했는데 왜 안 먹어?”

“…주실 겁니까?”

김진석이 포션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아깝다는 이유였다. 어차피 죽지는 않게 노라가 잘 조절해 줄 테니 김진석은 그걸 마음껏 이용했다.

노라는 고개를 저으며 하급 포션 하나를 품에서 꺼내 건네주었다.

“너… 임프 사건 해결한 거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포션 많을 거잖아.”

“많다고 함부로 쓰면 안 됩니다.”

김진석은 노라에게 감사를 표하며 포션을 마셨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 몰라?”

“아낄 게 있다는 것부터가 좋은 겁니다.”

그 말에 노라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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