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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33화 (33/201)

33화

용병의 쉼터에서 편히 쉰 지 2일이 되던 날, 엘리온의 사람으로 보이는 인물이 용병의 쉼터에 찾아왔다.

“카이 님, 계신가요?”

“예, 무슨 일이시죠?”

“엘리온 님과 레온하르트 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노라 님도 같이 부르셨습니다.”

“음… 딱히 수업에 대해 아직 생각, 다 못했는데…….”

어느새 옆에는 노라가 있었고, 김진석과 같이 듣고 있었다. 아마도 엘리온이 수업으로 무얼 해야 할지 정하라고 한 것 같았다.

* * *

둘은 사람과 함께 기사 학교에 도착했다.

“고작 2일 만에 일이 전부 진행된 겁니까?”

“2일이면 자네 입학시키고 노라를 교수로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지.”

“그런데 레온하르트 님은 여기 왜 있어요?”

순서대로 김진석과 엘리온, 노라가 말했다. 기사 학교는 따로 교복이 없었지만 교복과 같은 갑옷이 있었다.

레온하르트를 상징하는 새하얀 백사자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이 있다. 레벨 제한은 없었지만 웬만한 갑옷보다 훨씬 성능이 좋았다.

그 교복과 같은 갑옷을 엘리온이 김진석에게 주며 말했다.

“갑옷을 받는 순간부터 칼라 기사 학교의 학생이다. 딱히 교칙은 없고, 범죄만 저지르지만 않으면 괜찮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레온하르트가 말했다시피 반년간 무료네. 하지만 만약 범죄를 저지른다면 바로 퇴학이니 그런 짓은 하지 말게.”

“예.”

엘리온은 그 외에도 여러 말을 했지만 사람답게만 한다면 퇴학당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 노라에게는 수많은 잔소리가 몰아쳤다.

“너, 학생들에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마. 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왜요. 가르치는 건 제 마음 아닌가요? 그리고 제가 교순데 학생에게 함부로 말도 못 해요?”

“교수로서 말하는 건 상관없지만 쓸데없이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만약 이번에 단 한 명의 학생도 너의 수업을 안 들으면 그대로 교수직 박탈이니 제대로 생각했어야 할 거야.”

엘리온은 노라에게 마치 잔소리 많은 엄마처럼 말하고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선남선녀의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노라의 나이보다 세 배는 더 많은 엘프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엘리온은 말이 많은 것 같았다.

“한 명이라도 있으면 된다는 거죠?”

“그렇긴 한데… 설마?”

엘리온의 눈이 김진석에게 향했다.

“저도 다른 교수님들을 확인해 봤지만… 딱히 맘에 드는 게 없더군요.”

김진석이 교수를 확인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수업 제목을 보는 게 제일 직관적이지만 김진석에겐 더 직관적인 방법이 있었다.

바로 감정.

이 세계에서는 레벨이 곧 경험이다. 그만큼 많은 몬스터를 죽였다는 뜻이니깐. 과연 기사 학교의 교수들이라 그런지 레벨이 절대 낮지는 않았다.

제일 낮은 레벨이 35였고, 가장 높은 레벨이 45였다. 노라보다도 레벨이 높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나이는 40이 넘는 기사였다.

고작해야 김진석보다 나이가 세 살 더 많은 노라가 레벨이 41이나, 그녀는 도대체 어떤 경험을 겪어 온 것인가.

김진석은 그게 궁금했다.

“후… 됐다. 카이 학생, 오늘 오후에 기숙사 시험이 있다. 기숙사 시험은 기숙사장이 모든 걸 관리하고 있고 거긴 나도, 레온하르트도 관여할 수 없다. 시험 내용은 당일, 그러니 오늘 오후에 나오니 직접 가 보게. 참고로 작년엔 고블린의 귀를 가져오라고 했었다.”

엘리온은 한숨을 삼키고 김진석에게 말했다. 그런데… 김진석의 귀를 의심하는 말이 뇌리에 박혔다.

“귀… 라는 말씀은?”

“살아 있는 고블린의 귀를 잘라야 하지. 작년에 가지고 오는 도중에 고블린이 죽으면 귀는 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탈락한 학생들도 많았다.”

기숙사 시험은 생각보다 더 험난할 것 같았다.

* * *

노라는 자신이 수업하라고 배정받은 교실을 확인하기 위해 갔고, 김진석은 곧장 기숙사로 향했다.

김진석은 따로 교수들을 확인했지만 기숙사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우선 먼저 만나 보기로 했다.

기사 학교의 기숙사는 오늘 시험으로 인해 매우 분주해 보였고, 김진석은 금방 기숙사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매우 아름다운 남성이었다. 엘리온과 비슷해 보인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기생오라비 같다고 해야 하나.

[앙골라스 LV:30]

[매혹]

어디서 많이 본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근처에서는 어여쁜 여학생들이 아양을 떨고 있었다.

“전 기숙사에 남으면 안 돼요?”

“저도요, 저도!”

“음… 뭔갈 주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의 눈에서는 누가 봐도 음흉한 눈빛이 느껴졌는데, 여학생들은 오히려 볼을 붉히며 고개를 살살 저었다.

김진석이 확인한 결과 여학생들은 레벨이 20도 안 됐다.

“저건… 범죄가 아닌 건가.”

기숙사장이 저런 놈이라는 걸 학교 이사장인 엘리온이 모를 리가 없었다. 실제로 범죄가 아니니 그가 내버려 두는 걸 거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니 교수와 학생이 관계를 나눠도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저 관계로 인해 기숙사 시험을 프리 패스 한다면 문제가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니 엘리온이 가만히 두는 것이겠지.

김진석은 신경을 끄고 곧 오후가 되니 그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오후가 되고 김진석과 같은, 기숙사 시험을 보려는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꽤나 많았고, 김진석은 경쟁이 심할 것 같아 걱정이었다.

노라가 골라 준 스킬북을 사느라 4만 금화를 썼고, 지금 김진석의 인벤토리에는 2천 금화밖에 없었다.

만약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몬스터를 잡으며 다시 돈을 벌어 거점을 마련해야 했다.

기숙사장은 오후가 됐는데도 보이지 않았고, 학생들은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기숙사장이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꾸며 나타났다.

“흠흠… 이번 시험은 매우 간단하다.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100명. 알아서 수를 줄여라.”

김진석은 그게 무슨 말인지 생각하려는데, 뒤에 부연 설명이 있었다.

“여기 있는 인원은 총 242명. 어떤 수단을 사용하건 상관없다. 대신 영구적인 상처가 남는다면 그자도 불합격으로 처리하겠다.”

그제야 학생들이 서로 눈치 보기 시작했다. 기숙사장 앙골라스의 말은 자신 말고 다른 학생들을 어떻게든 기숙사 시험을 포기하게 만들라는 거다.

수단과 방법 상관없이.

“영구적인 상처, 즉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뜻.”

그와 동시에 김진석은 순식간에 품에 숨겨 둔, 노라가 선물해 준 단검을 꺼내 주변 학생의 배를 찔렀다.

* * *

“…미친놈이 따로 없군.”

앙골라스는 이번 시험을 매우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가 뭔가를 판단할 필요도 없이 그냥 학생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면 됐으니깐.

물론 진짜 죽이란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학생들에게 외치는 순간, 1초의 정적 이후에 바로 행동을 개시한 자가 있었다. 어떤 거구의 사내.

마치 전장을 구르고 온 듯한 얼굴이었고, 학생보다는 교수로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근처에 있던 한 여학생을 단검으로 찔러 버린 것이다.

“꺄아악!”

그의 단검은 여학생의 배를 찔러 버렸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다른 학생들이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피가 근처 학생에게 튀었고, 그제야 학생들은 혼비백산 도망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의 피를 전부 뒤집어쓴 거구의 남자가 이후에 취한 행동은 앙골라스를 기겁하게 했다.

“저런… 미친?!”

* * *

김진석은 신경 쓰지 않았다. 분명 기숙사장이 어떤 수단이든 상관없다고 직접 자신의 입으로 말했으니.

“기숙사장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방법을 모른다. 정확히는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그래서 그나마 알고 있는, 지방이 많은 부위인 배 쪽을 짧은 단검을 꺼내 찌른 것이다. 짧으니 장기까지 닿지 않을 것이고, 설사 닿는다 한들 포션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포션이 몇 개가 있더라?”

[최하급 포션 98개.

하급 포션 132개.]

원래는 임프들을 잡고 훨씬 더 많은 포션이 있었지만 갈룸들과 싸우느라 포션의 대부분을 다 써 버렸다.

물론 그런데도 많은 포션을 가지고 있었고, 김진석은 혹시나, 를 대비해야 했다.

“정말… 혹시 모르니깐.”

김진석은 단검으로 배를 찌른 학생에게 다가가 포션을 뿌렸다.

“까아… 끄르륵.”

그 여학생은 배의 구멍에 이물감이 들어와 소리치려다가 갑자기 몰아치는 엄청난 고통에 그대로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

“…기사 학교의 학생이 고작 고통에 기절하다니. 학교를 별로 안 다닌 학생인가?”

김진석은 잘 몰랐겠지만 방금 그 여학생은 기사 학교를 2년 다닌 학생이다. 물론 그 전에 졸업하지 못한 건 그녀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닌 학교에 더 배울 게 남아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렇게 김진석이 다른 상대를 물색하고 있을 때.

“그만!”

목소린 크지만 남자도, 여자도 아닌 요상한 목소리가 김진석의 행동을 막았다.

“거기 너! 이름이 뭐지?!”

소리치며 달려온 자는 기숙사장. 정확히 김진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김진석은 어리둥절했지만 우선 그의 말에 대답했다.

“카이입니다.”

“하… 그래, 카이 학생. 너 불… 잠시만. 혹시 네가 레온하르트 님이 이번에 데리고 온 학생이냐? 그 운동장에서 본 것 같은데…….”

기숙사장은 불합격시키려고 한 것 같았는데, 아차 싶어 김진석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레온하르트가 인재라고 데려온 그를 기숙사 시험에서 불합격시켜서 그에게 밉보일 이유는 없었다.

“맞습니다.”

“합격. 원하는 층수가 있어?”

김진석은 영문도 모른 채 합격했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합격이었으니 기숙사장에게 말했다.

“딱히 없습니다만 개인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개인실이야. 자기 방이라고 사람을 방에 들이면 안 돼. 그 외에는 딱히 규칙이 없으니 알아서 해. 여기 키 받아 가.”

기숙사장은 뒤에 널려 있는 키를 꺼내 김진석에게 던졌다. 김진석은 자연스럽게 받았지만 그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하대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갑인 것처럼. 분명 엘리온이 노라에게 말하길 학생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에겐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았다.

김진석은 짜증을 삼키고 기숙사장이 던진 키를 바라봤다.

“505호.”

기숙사가 5층이었으니 가장 높은 층이었다. 김진석은 자신의 방을 보기 위해 기숙사의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레온하르트 님이 미친 새끼를 데려왔군.”

앙골라스는 거구의 남자, 김진석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딱 봐도 평판이 좋지 않아 보이는 그가 기숙사장이 된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능력. 바로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이다.

앙골라스는 가지고 있는 스킬인 매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 결과 그의 머리엔 수많은 지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지식의 대부분은 범죄자에 관한 지식이었다.

엘리온은 그의 능력과 정보를 높게 사 기숙사장으로 채택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범죄자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 주기 위해.

그리고 그는 누가 봐도 질이 나빠 보였지만 전혀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

그런 앙골라스가 김진석을 미친 새끼라고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악질 놈 중에서는 일부러 상처를 입힌 다음 포션을 뿌려 고통을 주는 방식을 자주 사용하지. 후유증도 없고 포션도 구하기 쉬우니 간단한 고문 방식이다.”

범죄자 중에서도 악질들만 사용하는 방식을 김진석이 사용한 것이다.

“…지켜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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