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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최초 플레이어-13화 (13/201)

13화

우워어어!

고블린 주제에 역전의 용사처럼 소리치며 김진석에게 달려들었지만 김진석은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이미 한번 몸을 부딪친 결과 정면에서 싸우는 건 미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김진석의 레벨도 20이었지만 저놈들의 레벨은 훨씬 높은 것 같았다.

김진석은 몇 번 던져 본 것으로 알아낸 요령으로 달려오는 고블린의 눈에 정확히 단검을 날렸다.

품속에서 몰래 꺼낸 단검이라 기습적이었지만 놈들도 평범한 고블린이 아니었고, 고작 고개 까닥하는 것만으로 공격을 피해 냈다.

피할 건 예상했지만 너무나 쉽게 피했고, 달려오는 속도는 전혀 줄지 않은 채 김진석에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미처 피할 수가 없던 김진석은 어쩔 수 없이 오른손으로 방패를 들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쳤다.

펑!

“끄윽!”

마치 방패가 터지는 소리가 났고, 그만한 충격이 왔지만 다행히 방패는 부서지지 않았고, 김진석은 버텨 냈다. 하지만 그걸로 알 수 있었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팔이 부러진 것 같진 않았지만 지끈거리고 얼얼한 것으로 보아 계속해서 움직이면 후유증이 생길 것 같았다.

얼마나 강하게 내리쳤는지 그 충격으로 연막탄의 안개가 전부 걷힐 정도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도망갔던 일반 고블린들이 다 보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반 고블린에게 달려갈 순 없었다. 그랬다간 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 수 있으니 우선 녀석들의 장단에 맞춰 줘야 했다.

김진석은 오른손에 있던 방패를 왼손에 바꿔 들고 오른손에 고블린 몽둥이를 들었다. 엉성하긴 했지만 저런 갑옷에는 충격이 더 큰 몽둥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유일한 아이템, 공격 무기였다.

거대 고블린은 힘겹게 막은 김진석을 보고 비웃고 있었다. 녀석은 온몸이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김진석도 비슷할 정도였다.

물론 우락부락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관리해 온 만큼 몬스터 정도는 아니었지만 인간 중에서는 좋은 몸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벨. 레벨의 차이 때문에 김진석은 거대 고블린과 제대로 맞설 수가 없었다. 그래도 김진석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게임은 어려워야 재밌지.”

항상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현실이라고 생각한 김진석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목숨 걸고 싸워 온 김진석이다.

고작 게임 속 세계에서 죽는다는 건 김진석에겐 생각조차 안 한 일이다.

김진석은 마주 웃어 보였고, 거대 고블린은 마찬가지로 김진석이 웃어 보이자 미친놈 보듯이 바라봤다.

이번에는 김진석이 먼저 달려갔다.

역으로 달려올 줄은 몰랐는지 잠깐 당황했지만 금방 정신 차리고 달려오는 김진석에게 사선으로 메이스를 휘둘렀다.

하지만 김진석은 기억하고 있었다. 고블린의 공격 패턴 따위는 단순하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일반 고블린 보다도 단순했다.

일반 고블린은 사지를 먼저 노리는 경우가 많다. 먹잇감이 도망 못 치게 하는 게 목적인 경우가 많아서 버릇처럼 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버릇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다른 일반 고블린은 바로 숨통을 노리는 목을 공격하는 놈들도 많았다.

그런데 눈앞의 거대 고블린은 오로지 상대를 짓밟는, 뭉개 버리려고만 하는 것 같았다. 단 한 방에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목적이 명확했다.

이런 느낌은 김진석에겐 익숙했다. 투견이 항상 상대의 숨통을 끊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 그것과 똑같았다.

사선으로 휘둘러지는 공격을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굴러서 피했다. 등이 아직 얼얼했지만 김진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앞으로 구르며 몽둥이를 날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몽둥이를 손에서 놓고 왼손에 있던 방패를 풀어 전력으로 거대 고블린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마치 원반처럼 날아갔고, 투구가 작아서 제대로 쓰지도 못한 거대 고블린에게 적중했다.

거대 고블린의 메이스를 막은 방패는 그만큼 단단했고, 얼굴에 정확히 맞은 거대 고블린은 살짝 어지러운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잠깐 사이에 김진석은 구르면서 잠깐 보았던, 갑옷이 발목을 제대로 덮지 못한 그 틈으로 정확히 단검을 날렸다.

고작 살짝 박힌 것밖에 안 됐지만 김진석은 단검을 날리면서 동시에 달려가 그 발목에 박힌 단검을 발로 정확히 밟으며 뒤로 밀어냈다.

꾸워어엉!

거대 고블린은 마치 돼지가 우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다리가 뒤로 젖혀지며 앞으로 쓰러졌다.

그때 김진석은 앞에선 보지 못한, 투구와 갑옷에 틈이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마침 근처에 떨어져 있는 고블린 장인 방패를 주워 그 틈 사이를 내려쳤다. 한 번으로 죽을 거라 예상하지 않은 김진석은 계속해서, 계속해서 내려쳤다.

거대 고블린이 죽을 때까지.

이내 거대 고블린의 목만 뚝 떨어졌다. 투구 안에 있던 거대 고블린의 얼굴은 매우 고통스러워 보였다.

잠깐의 정적 이후에 거대 고블린은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김진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발목 쪽에 박혀 있던 고블린 단검을 확인했지만 이미 날이 뭉개져서 아무리 세게 던진다고 한들 박힐 것 같진 않았다.

그는 혀를 쯧, 차며 고블린 단검을 뒤로 던져 버렸다.

목을 계속해서 내려 처서 그런지 방패도 살짝 찌그러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쓸 만한 것 같아 왼손에 다시 찼다.

그리고 바닥에는 거대 고블린을 죽이고 뜬 전리품이 있었다. 바로 녀석이 착용하던 갑옷.

김진석은 그걸 자연스럽게 착용하며 떨어뜨린 고블린 몽둥이를 다시 주우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다음 상대를 물색하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본 고블린 족장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다.

다른 거대 고블린들이 어떻게 하냐는 듯 족장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김진석은 얻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다 부서진 기사 갑옷. 레벨 제한 20.

다 부서진 수습 기사의 갑옷이다.

방어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방어력 +30 내구도 10/100]

설명과 달리 꽤 방어력이 달려 있었다. 김진석은 갑옷을 어떻게 입는지도 몰라 우선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푸른색 글씨가 말해 줬다.

[착용하시겠습니까?]

김진석은 그 글씨를 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눈을 깜빡이니 어느새 갑옷을 입고 있었다.

거대 고블린과 체격이 비슷해서 분명 작아야 했는데 딱 맞았다.

아이템의 효능인 것 같았다.

그때 고블린 족장이 거대 고블린들에게 뭔가를 말한 건지 다른 거대 고블린 한 마리가 김진석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번 거대 고블린은 김진석이 올려다봐야 했다.

“…정옌가?”

정예, 네임드 몬스터를 지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인 몬스터보다 조금 더 강하고 필드 보스보다 약한 몬스터라고 보면 된다.

일반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더 좋은 아이템을 떨어뜨려서 플레이어들은 네임드 몬스터만 보인다 싶으면 무조건 달려가 잡는다.

물론 그만큼 일반 몬스터보다 네임드 몬스터가 강해 잡기 힘들다.

눈앞의 정예 거대 고블린은 입고 있는 갑옷부터가 남달랐다. 김진석이 죽였던 거대 고블린이, 아니 이제는 김진석이 입고 있는 다 부서진 기사 갑옷과 달리 놈이 입고 있는 갑옷은 깔끔했다.

어디 하나 틈이 보이지 않았고, 투구까지 완벽히 착용해 겉으로만 보면 평범히 몸이 큰 인간 기사와 다름없었다.

“왜 굳이 1:1을 고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야 좋지.”

김진석은 거대 고블린을 죽이고 나온 아이템이 무기가 아닌 것에 아쉬워했지만 방어구라도 나온 것에 위안 삼았다.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예 거대 고블린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메이스로 똑같았다.

어차피 제대로 맞으면 뼈도 못 추리기 때문에 모든 공격을 피해야 하는 것은 똑같았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갑자기 정예 거대 고블린이 고함을 지름과 동시에 투구 사이에서 보이는 안광에 붉은빛이 나왔다.

“광폭화…….”

네임드 고블린이 사용하는 스킬이다. 로스트 월드는 MMORPG답게 수많은 스킬이 있다. 그리고 그건 플레이어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레벨이 낮은 일반 고블린들은 스킬이라고 불릴 것은 연막탄을 사용하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지만 네임드 고블린은 달랐다.

놈들이 사용하는 스킬, 광폭화. 그거 하나뿐이었고 스킬의 설명도 별거 없지만 그것만으로 강력한 스킬이다.

방어력이 낮아지고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대폭 오른다.

단순하고도 강력했다. 그리고 김진석에겐 놈이 입고 있는 갑옷을 뚫을 수단이 없었다. 고작 고블린 몽둥이로 갑옷 안에 있는 고블린에게 충격이 가해질지가 의문이었다.

그때 붉은빛 안광을 흩뿌리며 네임드 고블린이 김진석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그 속도가 일반 거대 고블린과 차원이 달랐다.

엄청난 속도로 김진석에게 달려가는 네임드 고블린은 갑옷을 입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였다.

김진석은 엄청난 속도에 잠깐 당황했지만 공격 방식이 일반 고블린과 똑같다는 것에 안심했다.

네임드 고블린은 순식간에 김진석에게 다가와 정직하게 메이스를 내리쳤다. 문제는 김진석이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였다는 거다.

김진석은 최소한의 반응으로 방패를 맨 팔을 들었다.

쾅!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동시에 방패도 파사삭 부서져 버렸다.

“…쿨럭.”

방패가 부서지며 제대로 막지 못해 방패를 들고 있던 팔이 가슴을 내리치며 가슴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속에서 피가 올라왔고, 김진석은 그걸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숨쉬기도 힘들었고 게다가 팔까지 부러진 것 같았다. 하지만 김진석은 이를 악물고 간신히 들고 있던 고블린 몽둥이로 네임드 고블린이 메이스를 들고 있는 팔을 내리쳤다.

네임드 고블린은 살짝 움찔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왼손이 부러졌고, 게다가 오른손도 멀쩡하지 않았던 김진석은 제대로 힘을 실을 수가 없었다.

녀석은 화가 났는지 한 손으로 김진석의 목을 잡고 번쩍 들더니 멀리 던져 버렸다.

김진석은 데굴데굴 구르다가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온몸에 피멍이 들었고 성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래도 공격이 제대로 먹혔는지 네임드 고블린은 김진석에게 맞은 손을 한번 털었다.

“쿨럭… 뼈를 내주고 살을 취했네.”

속에서 올라오는 피를 다시 한번 내뱉으며 말했다. 왼손은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너덜거렸고, 오른손도 고작 한번 힘을 전력으로 썼을 뿐인데 뭔가 계속 삐걱거렸다.

놈이 던져 준 덕분에 멀리 떨어진 틈을 타 회색 멧돼지의 새끼를 죽이고 남아 있는 마지막 하나의 최하급 포션을 김진석은 급히 인벤토리에서 꺼내 마셨다.

하지만 기껏해야 오른손이 삐걱거리는 게 덜 삐걱거리게 된 게 전부였다.

포션은 HP를 회복시킨다.

즉, 전체적으로 회복시켜 준다는 것인데 이미 온몸의 상태가 좋지 못해서 그런지 제대로 나을 리가 없었다.

출혈이 발생 중인데 출혈을 막지 않고 체력만 회복한 꼴이다.

계속해서 포션을 마셨다면 회복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포션은 그것 하나가 전부였다. 게다가 포션을 마시는 걸 내버려 둘 리가 없는 네임드 고블린은 김진석을 던져 버리면서 김진석이 놓친 고블린 몽둥이를 들어 김진석에게 날렸다.

온몸이 삐걱거려서 그런지 김진석은 고작 저런 공격에도 전력을 다해 피해야 했다.

또다시 옆으로 굴러 어떻게든 피해 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빠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고블린 몽둥이가 부서지며 그것에 맞아 고개가 180도 돌아가 죽어 버린 일반 고블린이 있었다.

이내 빛으로 변해 사라졌고, 아이템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푸른색 글씨가 떨어뜨린 아이템을 설명해 주자마자 바로 김진석이 달려가 그 아이템을 사용했다.

[하급 상처약.

상태 이상 출혈을 막아 준다.]

노란색 포션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그걸 마신 김진석은 속이 한결 편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네임드 고블린은 어느새 쿵쿵거리며 다가와 메이스를 휘둘렀다.

“두 번은 안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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