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9화 (220/224)

200

202

마침내 200을 넘긴 사람이 출현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한꺼번에 나타나 귀빈들을 흥분시켰다.

“원 회장, 저 기계의 한계는 몇입니까?”

“죄송합니다, 저도 그것은 잘 모릅니다.”

둘의 점수는 동시에 250을 넘었다. 언제까지 점수가 올라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게 인간들의 점수야?”

“절대 아니지. 괴물이라는 소리지…….”

전시장 내에 있던 일반인들도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측정기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250이란 점수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감히 말하면, 인간의 한계를 훨씬 넘어선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세상에! 300 돌파야!”

“말도 안 돼… 안에 몇 명이 들어간 거야?”

전시장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300이라는 경이로운 점수 앞에서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아니, 몇 점을 기록할 것인가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는데…….

띠띠띠.

깜박깜박.

드디어 한쪽의 점수판이 정지했다.

“어허, 럼스펠드가 졌어?”

“그, 그런가 봅니다.”

제임스와 원 회장은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340! 엄청난 점수였지만 동양계 젊은이한테 패한 것이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기계 고장 아닙니까?”

“그, 글쎄요…….”

원 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점수가 너무 터무니없었다. 400! 절대로 불가능한 기록을 점수판에서 볼 수 있었다. 아니, 고정된 점수가 아니라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450… 455… 461… 뭐야, 이거?”

군중들은 점수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진행 요원과 도우미들까지 몰리면서 전시장은 난리도 아니게 변했다.

띠리리릭.

499

“우와! 이제 500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군중들은 한마음이 되어 응원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괴물 탄생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이 동양인이라 더욱 그러했다.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띠리리릭. 띠리리릭. 띠리리릭.

“왜 점수가 그대로야?”

전광판의 점수는 499에서 멈췄다. 그러나 요란한 기계음이 울리는 것을 보니 측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띠리리릭. 띠리리릭.

피이이익.

측정기 밑에서 하얀 연기가 솟아올랐다. 과부하가 걸린 것이 분명했다. 이러다 기계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까지 들었다.

“죄송합니다, 기계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런 모양이군요. 아주 괜찮은 기계 같았는데…….”

“우선은 특별관으로 가시지요.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뒀습니다.”

“알겠습니다. 앞장서시지요.”

원 회장은 귀빈들을 특별관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귀빈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자, 그들끼리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측정기 한번 살펴봐! 무슨 고장이야?”

“아무 이상 없습니다.”

귀빈들이 빠져나가자 행사 진행 요원들이 뛰어들었다. 하얀 연기가 나기는 했지만 고장이 난 것은 아니었다.

“그럼 왜 안 열리는 거야?”

“아직도 측정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뭐라고? 저러다 뭔 일 나는 거 아니야?”

“괜찮습니다. 심한 과부하가 걸리면 자동적으로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꾸우웅…….

진행 요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측정기가 멈췄다. 대부분의 전원이 차단되었지만 점수판은 깜박이기만 할 뿐 꺼지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혹시 외계인 아닐까?”

“근거 없지 않아… 당최 저 점수를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

군중들의 시선은 측정기 문에 집중되었다.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저런 점수를 기록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치이익.

“여, 열린다.”

김 빠지는 소리와 함께 측정기 문이 서서히 열렸다. 약간의 연기가 문 밑에서 발생했지만,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 사람이네? 얼굴도 괜찮게 생겼고…….”

“우와! 졸라 몸짱이다. 나이도 별로 많지 않아 보이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외계인은 분명 아니었고,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체격 좋은 남자였다. 강한 남성에게 끌리는지 여학생들은 더욱 관심 있게 그를 바라보았다.

“어머, 땀 흘리는 얼굴 좀 봐. 카리스마 제대로다.”

“그런데 어째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나도 그래! 혹시…….”

“김동빈!”

“김동빈!”

여학생들이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워낙 목소리가 컸기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맞다, 저 학생이 바로 김동빈이야!”

“김동빈이라면? 그 방송 사고… 100 대 1!”

웅성웅성.

군중들은 동빈 곁에 함부로 다가가지 못했다. 솔직히 많이 무서웠다. 외계인은 아니더라도 괴물임은 분명했다. 100 대 1의 전설도 모자라 전투력 측정기까지 과부하로 멈추게 하다니…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동빈은 별것 아닌 듯 행동했다.

스윽.

무심한 표정으로 점수판을 보고는 한마디 하는데…….

“저게 수능 점수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이 바로 수능 시험일. 그러나 동빈은 시험장이 아니라 군사박람회에 참석했다. 엄청난 점수를 얻기는 했지만, 수능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