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3화 (214/224)

세계군사박람회.

해외 각국의 최첨단 무기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군사 물품의 국산화와 국방 과학의 향상을 위해서 국내 군사박람회가 개최된 적은 있지만 해외의 군사 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참석하는 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군님.”

장군의 차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특별 전시장에 멈추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듯 외부에는 야외 전시장까지 꾸며 놓았다.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는 장비들도 많기 때문이었다.

“준비가 거의 끝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99퍼센트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

장군의 안내는 사십 대 초반의 남자가 맡았다. 단정한 머리와 말투를 보니 군인이 분명했다. 그는 전시장 내부가 아니라 상당히 동떨어진 임시 건물로 향했다.

“전시장 내부를 구경하고 싶은데?”

“나중에 따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많은 귀빈들이 파티장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지.”

장군은 안내인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초청한 곳의 사정이 있으니 첨단 무기에 대한 욕심은 잠시 접어 두기로 한 것이다.

“안으로 드시지요.”

“고맙네.”

장군은 파티장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터는 초대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이게 누구신가!”

“안녕하셨습니까? 총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군은 물론이고 정치와 경제, 심지어 교육이나 종교계까지… 원 회장의 인맥이 얼마나 두터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오호! 김 장군, 오느라고 수고 많았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원 회장은 장군을 보자마자 서둘러 달려왔다. 파티장에 모인 그 어떤 인물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었다.

“초대에 응해 줘서 고맙네.”

“이런 자리에 초대해 주셨으니 오히려 제가 영광이지요.”

장군과 원 회장은 원수처럼 보이지 않았다. 둘 다 웃음을 잃지 않고 대화했으며, 간간이 만나는 지인들과도 즐겁게 인사를 나누었다.

“김 장군, 대충 인사를 했으니 장소를 이동할까?”

“좋으실 대로 하시지요.”

“이쪽으로 오게나. 한국 사람들은 너무 시끄러워서 따로 자리를 마련했네.”

원 회장은 출입문 반대편에 위치한 곳으로 장군을 안내했다.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통제된 공간이 분명했다.

“괜찮아, 이쪽은 특별한 손님이야.”

원 회장은 장군을 제지하려 다가오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원 회장의 허락 없이는 출입이 불가하다는 뜻이었다.

“죄송합니다. 결례를 범할 뻔했습니다.”

경호원은 장군에게 깍듯이 사과하고 물러났다. 몸에 밴 동작으로 보아 특급 경호원이 분명했다.

“파티장에 있는 사람들은 서운해할까 봐 부른 거야. 한국 사람들은 이런 자리에 상당히 민감하거든.”

“회장님의 추종 세력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주변에 사람이 없자 장군과 원 회장의 태도가 변했다. 둘 다 사무적이고 딱딱한 표정이 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짧은 복도를 지나자 또 다른 출입구가 나타났다. 투입된 경호원의 숫자를 보니 다른 곳보다 훨씬 경비가 삼엄했다.

“문을 열게.”

“네, 회장님.”

원 회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비원들은 출입문을 열기 시작했다. 두꺼운 철로 만들었는지 양쪽에 두 명씩 달라붙어도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여기가 진짜 알짜배기 모임이라네. 자네도 안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상당히 기대되는군요. 앞장서시지요.”

문이 반쯤 열리자 원 회장이 들어섰다. 곧이어 장군도 뒤를 따랐고, 두꺼운 철문은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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