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6화 (207/224)

“에이… 씨!”

역시나 위협이 먹혀들지 않았다. 동빈에 비해서 확실히 카리스마가 떨어지는 주철이었다. 체면이고 뭐고, 살기 위해서는 무작정 달아나는 수밖에 없었다.

“시파! 좀 비켜 봐라!”

도망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거치적거리는 놈들이 워낙 많아서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양주철, 넌 죽었다.”

후앙!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육중한 몽둥이가 날아왔다. 사방이 막혔으니 고개를 숙여 피해야 했다.

쿠앙!

빠직.

몽둥이는 컨테이너 벽면에 부딪혔다. 귀가 먹먹한 쇳소리와 함께 나무 파편까지 튀었다.

“이 새끼들아! 살살 좀 하자니까!”

주철은 기겁하여 소리쳤다. 피했기에 망정이지 제대로 맞았다면 적어도 사망이었다.

“그러게 누가 까불래. 이 개새끼야!”

“씨파, 그래…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 이거야. 누가 죽는지 함 해보자! 아자자자자!”

잔뜩 독을 품은 주철은 정면으로 뛰어들어 무수히 날아오는 주먹을 고스란히 맞으며 놈들을 몰아붙였다.

“미, 밀리면 안 돼!”

“이런 젠장!”

뒷걸음치던 놈이 넘어졌다. 한 명이 쓰러지자 줄줄이 넘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다.

와르르.

“앗싸!”

하늘이 내려 주신 기회나 다름없었다. 주철은 서둘러 몸을 일으키더니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완전히 도망치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 했다.

“헉헉… 미, 미친다! 무릎이 또 말썽이야!”

주철의 뜀박질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릎이 말썽이었다.

딩딩딩딩.

“우와! 진짜 열 받는다!”

망할 놈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힘겹게 달리면서 핸드폰을 받은 주철은 이래저래 쌓였던 짜증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말았다.

딸깍.

“이년아! 당장 끊어! 나하고 웬수 졌냐!”

엉뚱한 화풀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이런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어라? 조금 늦었는데 너무 과격하게 나오는 거 아니야?

“야, 야, 야! 동빈이 너, 어디야!”

주철의 과격한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동빈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놈이 제대로 시간 맞춰 왔다면 이러한 추잡한 꼴은 면할 수 있었다.

-여기 왜 이리 넓어? 컨테이너들도 다 똑같이 생겨서 말이야.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아야지?

“가장 오래된 야적장이라고 말했잖아!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조금 늦었다고 죽기까지야…….

“야, 시파! 나 뽀록났으니까, 당장 튀어오란 말이다!”

-뽀, 뽀록이 뭐야?

“미친다… 아, 글쎄 그런 게 있으니까 제발 좀 빨리 와. 내가 지금 어떤 곤경에 빠졌는지… 이런 젠장~!”

-주, 주철아? 무슨 일인데?

슝슝슝슝.

주철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반쯤 부러진 몽둥이가 회전을 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피하기에는 너무 늦게 발견하고 말았다.

빠악!

“아고, 머리야…….”

부러진 몽둥이는 주철의 이마에 명중했다. 눈물이 찔끔 흐르고 머리가 띵할 정도로 아팠지만 달리기를 멈출 순 없었다.

“시파… 졸라 아프다.”

벅벅벅벅.

상처 부위를 매만지는 게 주철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데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수상했다. 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한 것이 계속 만져졌다. 하도 이상하여 손을 눈앞으로 가져왔는데…….

“피, 피… 나 피 봤다…….”

검붉은 액체는 꾸역꾸역 흘러내렸다. 이 정도 상처라면 흉터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이 새끼들이!”

외모에 민감한 주철에게 이보다 큰 충격은 없었다. 분한 마음에 달리기도 멈추고 뒤를 돌아봤는데, 놈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기회다! 잡아!”

와르르.

주철은 뒤따라오던 놈들에게 휩쓸려 쓰러지고 말았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계속 덮쳐! 완전히 끝장을 내는 거야!”

놈들의 육탄 공세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미식축구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층층이 쌓여 갔다. 맨 밑에 깔린 주철은 압사당하기 직전이었다.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쯤 하면 된 것 같은데?”

“씨발! 설마 죽기야 했겠어.”

“양주철이란 새끼, 졸라 말 많은 놈이잖아. 좀 전부터 찍소리도 하지 않는 게 괜히 수상하네…….”

“재,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놈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심했다고 느낀 모양이다. 30명이 넘는 인원이 한 사람을 깔아뭉갰으니… 압사와 질식사 두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저 새끼 잘못됐으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우리는 모르는 척 쌩까면…….”

“절대 안 되지!”

“……!”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놈들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철이 잘못됐으면… 너희들도 다 죽어!”

“누, 누구냐? 넌…….”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일진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190에 가까운 키에 균형 잡힌 체격, 다부진 인상과 무뚝뚝한 목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인상착의였다. 잡히면 죽는다는 일진들의 공포의 대상과 너무나 흡사했다.

“내가 누군지는 뻔하잖아! 주철이 놈이 말 안 했어?”

“…….”

“좋은 말 할 때 주철이부터 꺼내라. 그래야 네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판단하지.”

와르르.

동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인간 산(?)이 무너졌다. 작정하고 주철에게 뛰어들었을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제발 주철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표정이었다.

“주철이란 새끼 잘못되면 우리도 죽는 거야?”

“씨발, 아가리 좀 닥쳐.”

초조함과 불안감 속에 조금씩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몇 명만 더 일어서면 주철의 생사(?)를 알 수 있었다. 마침내 가장 먼저 주철을 덮쳤던 놈이 몸을 일으켰다. 동빈의 강력한 살기를 느꼈는지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저, 저기… 난 누가 밀어서 넘어진 건데…….”

“조용히 하고 뒤로 물러나!”

황당한 변명이 통할 리 없었다. 괜히 무안만 당한 놈이 슬금슬금 물러나자, 동빈은 몇 걸음 더 다가섰다. 주철의 상태를 가까이에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주철아, 괜찮으냐?”

“시파… 내 얼굴 안 보이냐… 피 엄청 많이 났잖아…….”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피범벅이 된 주철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폼생폼사인 주철의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몰골이라 할 수 있었다.

“짜식! 피 좀 나면 어떠냐? 무사하니 다행이다.”

“다행이라니? 이마 찢어진 거 안 보여? 내가 누구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는데?”

“미안하다. 우선은 저놈들부터 처리해야 하니까 빨리 일어나.”

“시파… 쪽팔려서 어떻게 일어나냐.”

“그럼 누워서 쉬고 있어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올 거니까.”

부스슥.

동빈은 주철을 그냥 놔둔 채, 몸을 일으켰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던 일진들은 동시에 움찔했다.

“이봐, 김동빈… 우, 우리… 마, 말로 하자.”

“어라? 네놈들이 언제부터 대화를 좋아했어?”

진한 눈썹의 일진이 동빈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호기롭게 나서기는 했지만 동빈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우리는 대화를 무지 좋아하는데… 웬만하면 다가오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서 대화를 하자고.”

“무슨 대화가 필요한데? 내가 왜 너희들을 찾아왔는지 잘 알고 있잖아?”

“무, 물론이지… 그래서 우리는… 항복이야.”

번쩍.

놈들은 동빈과 싸울 의사가 전혀 없었다. 진한 눈썹이 손을 들자 나머지 놈들도 줄줄이 팔을 들어 올렸다. 비폭력 운동(?)으로 동빈을 막아 보자는 심산이었다.

“항복한다고 끝나는 줄 알아?”

“김동빈, 넌 정의의 사도잖아? 설마 싸울 의사도 없는 사람을 때릴 수 있겠어? 그건 정의로운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이거든.”

“너희들 참 대단하다. 어쩌면 그렇게 네놈들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을 하냐? 함께하는 세상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구나.”

동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걸었다. 일진이라는 놈들의 공통된 특징을 보았기 때문이다. 뭐든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놈 때려 봤자 너한테 무슨 이득이야, 응? 넌 TV도 못 봤어? 폭력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너처럼 졸라 착한 새끼는 어른들 말씀 들어야지!”

“어이, 난 학교 폭력과 전쟁 중이야… 전쟁은 말이야, 유일하게 폭력이 정당한 수단이야!”

후앙~!

동빈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철저히 부숴 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일진들은 만세만 부르고 있었다. 일진들의 순박한 생각처럼 동빈은 정의의 사도가 아니었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완수하는 인간 흉기에 가까웠다.

졸업과 입학

명성고등학교 대강당이 초만원을 이루었다. 제33회 졸업식을 맞이하여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축하객들이 강당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단상 위쪽에는 졸업식을 축하한다는 틀에 박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졸업생들은 강당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학부형들은 2층 자리에서 무사히 3년을 마친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대학에 간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지만, 고등학교를 마쳤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다.

오후 3시에 열린 졸업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어떤 행사에든 빠지지 않는 개회식이나 국민의례, 그리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학사보고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졸업식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축제에 가까웠다. 요즘 졸업식은 권위주의와 함께 눈물까지 사라졌다는 말처럼 눈물 흘리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선생님이나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제자와 자식들을 환한 미소로 축하해 주었다.

“지금부터 졸업장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올해부터 명성고등학교는 교장이 직접 졸업생 전원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학생들은 차례대로 강단 위로 올라갔고, 졸업장을 받을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처럼 즐거운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는 이가 있었다. 너무 기뻐서 그런 것도 아니고 흔하게 눈물지을 사람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삼성장군이 초대받지도 않은 졸업식을 보고 있었다.

“기태야…….”

꽃다발을 든 장군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단상 앞에 있는 졸업생은 아들이 아니었다. 만약 살아 있었다면… 저 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아들의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졸업… 축하한다…….”

장군은 꽃다발을 내려놓고 조용히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강당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우와우와!”

터벅터벅.

끝도 없이 이어지는 졸업식의 환호성과 축 처진 장군의 뒷모습… 정반대의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장군의 비통한 심정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쉬이잉.

거센 바람이 대강당을 나선 장군을 맞이해 주었다. 이럴 때는 찬 바람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었다.

“내년에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군.”

장군은 그 자리에서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올해는 불청객이지만, 내년에는 졸업생의 학부형으로 이곳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빈이 아무런 사고 없이 졸업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었다.

“3월이 다 되어 가는데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는군.”

장군이 막 걸음을 떼려는 찰나, 어디선가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장군님…….”

“…….”

장군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인물이 누군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난 상관없다. 그래…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것이냐?”

“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군과 동빈은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이야기했다. 남들의 이목을 속이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여기는 보는 눈이 많구나. 내 차로 가자꾸나.”

“알겠습니다.”

장군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고, 동빈은 시간 차를 두고 뒤를 따랐다. 아무도 장군과 동빈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부르릉.

동빈이 차에 타자 운전기사는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 사람이 많은 지역을 벗어나려는 행동이었다. 장군의 차량은 선팅이 진한 편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분주한 졸업식을 빠져나와 한적한 도로로 진입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친 곳은 없느냐?”

“없습니다.”

“하긴… 내가 괜한 걸 물어봤군.”

장군은 자신이 물어놓고도 우스운 모양이다. 동빈의 능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장군이었다. 예전의 장군이었다면 이런 질문을 했을 리 만무했다.

“언제까지 수배자의 신분으로 숨어 다닐 것이냐?”

“조금만 있으면 일이 끝납니다. 그때 자수를 하고 법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동빈의 싸움은 막바지로 치달았다. 전국의 일진들을 모두 물리치고 고교 평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결과였다. 아니, 동빈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예외였지만…….

“자수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아닙니다. 저 때문에 장군님도 고역을 치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한 가지만 묻겠다. 네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도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느냐?”

“전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우 어려운 질문이지만 동빈은 지체 없이 대답했다. 스스로도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했다면 중간에 멈추었을 것이 분명했다.

“넌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책임을 지려고 그러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설명이 서툴러서요. 그러니까… 소크라테스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악법도 법이다! 혹자들은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도 하는데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 의미만 따져서 말이지요. 악법에 대한 저항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자신의 판단에 잘못이 없어도 법이 잘못이라고 하면 당연히 법을 따르는 게 국민의 도리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그만 됐다.”

“죄, 죄송합니다. 장군님.”

동빈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리도 말주변이 없단 말인가! 얼마나 횡설수설했으면 장군이 다 말을 잘랐을까! 얼굴이 화끈거려서 장군을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네 말뜻은 이해했다.”

“저, 정말입니까?”

동빈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자신이 말하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장군이 이해를 했단 말인가? 어쨌거나 동빈의 무안함이 약간은 사라졌다.

“그런데 난 법에 대해서 말하려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로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소크라테스를 예로 들었는데 말이다. 만약 그 법 때문에 죽게 되는 사람이 그의 아들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을까… 아들의 죽음까지 감수하면서…….”

“…….”

“조금만 더 기다려 보거라. 이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도 관련이 있다. 내가 됐다고 했을 때… 그때 자수를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장군님.”

동빈은 장군의 뜻에 따르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모르는 어떤 문제가 얽혀 있음을 눈치 챈 것이다. 장군을 위해서라면 며칠 자수를 미루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참… 어디서 내려 줄까?”

“아무 데나 세워 주십시오.”

장군과 동빈은 계속 같이 있을 수 없었다. 때가 때인 만큼 둘 다 각별히 몸조심해야 하는 처지였다.

“날씨도 추운데 아무 데나 내려 주기는 그렇구나. 내가 잘 아는 식당이 있다. 거기에 내려 줄 테니 마음 편하게 식사나 하도록 해라.”

“아닙니다, 장군님.”

“괜찮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감사합니다.”

동빈은 장군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장군이 잘 아는 곳이라면 감시를 당할 염려도 없었다.

부앙!

운전기사는 가속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장군이 어떤 식당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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