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4화 (195/224)

어스름한 새벽 시간.

서울에 있는 장군의 집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다. 안건이 무엇인지는 뻔한 상황이었다. 부리나케 달려온 보좌관은 대략적인 브리핑을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결국 그쪽의 짓이라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장군님.”

장군은 소파에 몸을 기댄 상태를 유지했다. 자신의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는지 침착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그쪽에서 원하는 것도 한 가지뿐이겠지?”

“맞습니다. 차세대 무기 구입 건 때문입니다. 그쪽에서는 장군님이 결정적인 위치에서 물러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쪽이 꽤 골치 아픈 짓을 벌였군. 나와 직접 상대할 것이지. 동빈이까지 끌어들이다니…….”

장군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흐렸다. 이 정도의 표정 변화는 매우 기분이 상했다는 표현이었다.

“그쪽에서 원한 것은 여론 몰이 같습니다. 업무적인 면에서 본다면 장군님은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으니, 장군님을 떨쳐 낼 수 있는 구실을 만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내 주변을 건드려 보겠다는 수작 같은데… 원 회장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지.”

“맞습니다. 구입 선이 어느 쪽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서 막대한 금액을 챙길 수도 있습니다. 야심이 큰 원 회장이 이러한 기회를 놓칠 리 없습니다.”

“그 야심 때문에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장군님, 벌써 마음을 정하신 겁니까?”

보좌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 사안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최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했다.

“어차피 원 회장과 나는 이 땅에서 공존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야. 회장도 그걸 알았기에 먼저 행동을 취한 것이겠지.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주변을 들쑤시는 일부터 말이야…….”

“그쪽과 연락을 취해서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직은 그쪽의 엄청난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타협? 먼저 손을 내미는 타협은 반드시 손해를 보기 마련이지. 더 이상 물러날 필요는 없네. 조금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난 그쪽과의 전면전도 각오하고 있어.”

“……!”

보좌관의 얼굴이 순식간에 경직되었다. 그도 장군을 따라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지만, 그쪽에 대한 두려움은 떨쳐 내지 못했다.

“표정이 가관이군. 자네는 내가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나?”

“그, 글쎄요. 매우 힘든 전투가 될 것 같습니다만.”

보좌관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신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맥 빠진 모습이었다.

“이보게, 내가 전투에서 한 번이라도 패한 적이 있던가? 처음 상황이 유리하고 불리하고는 떠나서 말이야.”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장군님의 대답을 듣고도 제가 가만있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원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면… 그대로 대문을 박차고 나갔을 겁니다.”

“나도 자네가 없었다면 원 회장에게 반기를 들지는 않았을 걸세.”

“…….”

보좌관은 아무런 대답 없이 입술만 지그시 깨물었다. 그러고는 한숨을 길게 내쉰 후 평상시의 모습을 회복했다.

“동빈이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언론이 지켜보고 있으니 잠시 죽은 것으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론의 화살을 피해 가자는 의도였다. 아무리 큰 사고를 쳤어도 사망한 사람에게는 관대한 것이 우리나라의 정서였다.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장군의 의견은 달랐다.

“이건 원 회장과 나의 싸움이야. 동빈이 문제는 그 애 스스로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군.”

“장군님?”

“괜찮아, 이번 사고는 원 회장 쪽에서 실수한 거야. 그쪽에도 똑똑한 놈들이 있다면 더 이상 동빈이를 건들지 않을 걸세. 자네 같으면 비밀 코드를 건들겠나? 그것도 동빈이 같은 존재를…….”

“…….”

보좌관은 장군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쪽에서도 어느 정도 동빈의 존재를 눈치 챘을 것이 분명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암살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동빈이 가진 비밀 코드가 포함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내일은 더 시끄러워지겠군. 동빈이는 한 번 목표로 삼은 것은 절대로 놓치지 않으니…….”

“동빈이에게 덤비다니 정말 미친놈들이군요.”

“맞아,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친놈들이지.”

장군과 보좌관은 동빈의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 자체를 하지 않았다. 대신 철없이 동빈을 건드린 학생 조직의 앞날을 우려했다. 동빈의 손아귀를 벗어난 적군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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