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주철과 동빈은 숙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우와! 따듯하다.”
“쯧쯧쯧… 고집 부리고 나갈 때는 언제고.”
“흐흐흐. 덩달아 따라온 놈이 잘못이지.”
주철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동빈이 혀끝을 차며 타박을 했지만 주철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석진아, 너 벌써 일어났어?”
“응…….”
동빈은 노트북을 살피는 석진을 발견했다. 거실에 있는 것을 보니 인터넷을 하는 게 분명했다.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동빈이, 네 홈페이지 보고 있는데…….”
“내 거는 많이 촌티 나지?”
“…….”
석진은 기가 막혀서 말을 못 했다. 동빈도 잘못 짚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촌티 나는 게 아니면 뭐가 문젠데?”
재빨리 말을 바꿨지만 아직도 뭐가 문젠지 짐작을 못 한 표정이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석진이 입을 떼기만 기다렸다.
“심심해서 네 홈페이지를 살펴봤는데, 충청 지역의 일진들이 너한테 도전장을 냈더라고.”
“도전장?”
“응. 도전장.”
재차 확인해도 석진의 대답은 똑같았다. 새해 첫날부터 놈들이 작정을 했다는 뜻이었다.
“석진아, 자세히 좀 말해 볼래?”
“최대한 빨리 붙자는 내용이야. 자신들은 준비가 끝났으니, 충청 지역에 오면 언제라도 연락하래.”
석진은 게시물 내용이 있는 노트북 화면까지 보여 주었다. 도전장을 낸 것이 분명했다.
“잘됐네? 스케줄이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동빈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전국에 있는 일진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어느 지역을 먼저 가든 상관없다는 뜻이었지만 석진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놈들이 머리 쓴 거야. 어제 큰 싸움이 벌어진 것을 이놈들이 모를 리 없잖아. 네게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지. 내 생각에는 조금 늦췄으면 하는데?”
석진의 분석은 정확했다. 도발을 걸어 동빈을 유인하려는 수작이었다. 그 도발에 넘어오면 좋고, 아니라도 손해날 것은 없었다. 동빈이 자신들의 도전을 피했다고 우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에도 이놈들이 머리 굴린 것 같다.”
주철도 석진과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섣불리 덤비지 말자는 쪽에 무게를 실어 주었다.
“미안하지만 난 도전을 피할 이유가 전혀 없어. 이런 싸움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내가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는 없거든?”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야. 괜히 서둘러서 좋을 것 없잖아? 관리자가 그 맹랑한 중딩 여자 애지? 전화해서 시간을 늦추라는 답장 쓰라고 해라.”
동빈과 주철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각자의 논리가 충분히 있었다.
“난 시간이 별로 없어. 너희들이 안 가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야, 야, 야! 너 정말 이러기야?”
동빈이 초강수로 나왔다. 의견이 맞지 않으면 혼자라도 떠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얼굴 표정을 보니, 분명 장난은 아니었다.
“어차피 난 놀러 온 게 아니야. 놈들이 미끼를 물었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에이… 씨! 그럼 여자 애들은 어쩔 거냐? 오늘은 열외 없이 스키장 가기로 했잖아!”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난 문제야, 이놈아! 그동안 실추된 명예를 만회하려고 했더니… 여자 애들과 이렇게 헤어지면 내 꼴이 뭐가 되냐?”
주철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기회마저 박탈당할 판이었다. 작업 인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긴 것이다.
“어쨌든 난 오늘 떠난다. 석진이는 어쩔 거야?”
“난 동빈이를 따라야지.”
“고맙다. 주철이 넌? 여자들하고 계속 남을 거야?”
“에이… 씨! 나도 가면 되잖아.”
주철은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했다.
팽팽한 의견 대립은 모두 함께 떠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