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2화 (183/224)

도전장

주철과 동빈은 동해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출 시간이 지났지만 눈보라는 그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해까지 왔건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새해 첫 일출은 물 건너간 것 같았다.

“주철아, 소원은 빌었냐?”

“해가 있어야 빌지…….”

주철은 흐릿한 하늘을 보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새해 첫날부터 되는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게 석진이 말을 들을 것이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구나.”

일기예보도 새해 일출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었다. 주철과 동빈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 동빈은 그냥 겨울 바다나 보겠다고 따라온 것이다.

“새해가 밝았으니 이제부터 진짜 수험생인가?”

“야, 야, 야! 가뜩이나 기분 꿀꿀한데…….”

주철은 인상을 찡그리며 동빈을 바라보았다. 참 분위기 파악 못 한다는 뜻이었다.

“뭐가 그리 걱정이냐? 대학에 들어가려면 누구나 거치는 과정 아닌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내가 미친다. 새해부터 이런 소리는 안 할라고 했는데… 동빈이 네 성적은 즐길 단계가 아니거든!”

“에이… 씨! 여기서 성적 얘기가 왜 나와?”

동빈은 성적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신경이 곤두섰다. 서로 한 번씩 짜증 나게 했으니 피장파장인 상황이었다.

“그만두자. 새해 첫날부터 우리끼리 싸울 거 뭐 있냐?”

“그래, 관두자.”

말다툼은 매우 짧게 끝났다. 화해가 성립되자 주철은 요동치는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파도가 엄청 치네.”

“그러게…….”

거센 바람의 영향으로 파도는 점점 높아만 갔다. 심난한 주철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이번 여름에는 바다 보기 힘들겠다.”

“그렇지.”

동빈은 짧은 단어로 추임새를 넣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겨울 바다건만 막상 와 보니 특별히 느껴지는 감정이 없었다.

“춥다. 이젠 돌아가자.”

“잘 생각했다.”

주철은 겨울 바다를 등지고 돌아섰다. 추위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동빈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철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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