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1화 (182/224)

데엥∼.

제야의 종소리가 울렸다.

마침내 새해가 밝은 것이다. 거실에 있는 TV에서는 보신각 타종 소리와 아나운서의 희망에 찬 음성이 흘러나왔다.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민들의 함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 소리가 시내를 뒤덮고 있으며, 연이어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저마다의 기대와 희망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동빈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주철이, 너도 복 많이 받아라.”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석진이, 너도 많이 받아라.”

동빈 일행도 축하를 나누었다. 미리 준비한 샴페인을 나눠 마시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미라야,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동빈이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사람이 많으니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꽤나 걸렸다. 꼼꼼히 인사를 교환한 사람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TV를 시청하면서 푸짐한 음식을 함께했다.

-올해는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승진을 하면 더욱 좋을 것 같고… 그냥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해를 맞는 시민들의 각오부터 흘러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건만 동빈은 뚫어지게 TV 화면을 쳐다보았다. 이러한 연말연시 분위기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동빈아, 넌 새해 소망이 뭐냐?”

주철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은 부정 탄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남들의 소망에는 무척 관심이 많았다.

“글쎄? 민족의 자주국방과 힘 있는 나라 건설?”

“야, 야, 야! 범국가적인 소원 말고, 개인적인 거 말이야.”

주철은 동빈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엉뚱한 대답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거라… 이젠 싸움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호… 거의 불가능한 소원이구만.”

주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든 일진들이 개과천선을 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범국가적인 소원보다 더 이루기 힘든 일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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