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잉.
굵어진 눈발과 함께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어둠이 내린 설원 결투도 막바지로 치달았다.
푸악.
동빈은 뒤에서 덮치는 놈을 뒤통수로 받아 버렸다.
양손에 각각 한 놈씩 쥐고 있기에 머리를 사용한 것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놈들은 처량한 눈빛으로 동빈의 자비를 구하고 있었다.
빠각!
동빈은 손에 쥔 놈들을 정면으로 충돌시켰다. 얼굴과 얼굴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펴졌다.
꼬르르.
둘 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한 놈은 게거품을 물었고 다른 한 놈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동빈이 손에서 힘을 빼자 놈들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사박사박.
거치적거리는 놈들을 박살 낸 동빈이 다시 움직였다.
이제 동빈을 공격하는 놈들도 없었다. 대부분이 뻗었고 몇몇이 모여서 조직적으로 반항할 뿐이었다. 방금 동빈이 처치한 놈들도 그 무리 중 하나였다.
“헉헉… 저, 저… 괴물 새끼…….”
조직적으로 반항하던 무리도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동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헉헉… 헉헉…….”
전국 연합 경기 북부의 최강자 나한열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190이 넘는 체구가 왠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반항할 힘이 남았나?”
“헉헉… 다, 당연하지… 헉헉…….”
나한열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싸우다 죽겠다는 강력한 투지를 불태웠다. 물론 투지만 불태웠다. 그의 몸은 투지와는 상관없이 심하게 비틀거렸다.
“그런 몸 상태로 싸울 수 있을까?”
“헉헉… 이만하면 괜찮아… 충분히 버틸 만해.”
“너 말고 다른 놈들 말이야. 싸우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인데?”
“…….”
나한열 뒤에 늘어선 놈들의 얼굴은 가관이 아니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보다 더욱 불쌍해 보였다. 양들이 뭉친다고 늑대를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확인시켜 주는 모습이었다.
“잘 생각해서 결정해. 잘못을 반성하고 경찰에 자진 신고하면 용서해 줄 수도 있어.”
“씨발… 그렇게는 못 하지. 네, 네놈도 지친 거 아니야?”
동빈은 선심을 쓰려 했지만 나한열이 믿으려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네놈들 동상 걸릴 것 같아서 봐주는 거
니까.”
“미친 새끼…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믿든 안 믿든 너희들 자유야. 제한 시간이 있으니까, 10초 안에 대답해. 십… 구…….”
동빈은 천천히 카운트를 했다. 놈들에게 남겨진 시간은 딱 10초. 항복을 하고 동빈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
나한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동빈은 카운트를 계속했다.
“팔… 칠… 육…….”
웅성웅성.
놈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침묵만 지키는 나한열을 바라보며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오… 사…….”
“하, 한열아… 우리 모두 지쳤거든.”
“시끄러!”
참다못한 몇몇 일진이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나한열은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고 동빈도 카운트를 멈추지 않
았다.
“삼… 이…….”
“한, 한열아! 제발!”
“씨발! 싸우다 죽자니까!”
“…일!”
“……!”
카운트가 끝났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