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2화 (173/224)

“어이, 나한테 불쌍한 표정 지어도 소용없거든.”

“…….”

동빈은 자세를 낮추고 유상현과 눈높이를 맞췄다. 전의를 상실한 유상현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잘못을 했으면… 반성을 좀 하란 말이야!”

꽈악.

동빈은 놈의 멱살을 세차게 움켜잡았다.

고개를 치켜든 유상현의 얼굴 표정은 복잡했다. 동빈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외에도 뭔가 다른 표정이 숨어 있었다.

“난 너희들의 이런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재수 없어서 너만 본보기로 걸린 것 같아?”

화악.

동빈은 놈의 멱살을 잡은 상태에서 몸을 일으켰다. 유상현의 몸이 딸려 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켁! 크엑! 크악…….”

숨을 쉴 수 없는지 괴상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것은 기본이었다.

유상현은 어린아이처럼 양다리를 버둥거리더니 심하게 몸을 비틀면서 허우적거렸다. 발만 땅에 닿아도 조금은 괜찮을 것 같은데… 숨은 점점 막혀 오고 잔뜩 부릅뜬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정도였다.

툭… 툭.

동빈을 떼어 내려 주먹을 쓰기도 했다. 최후의 발악이었지만 전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안마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괴롭지? 너한테 당한 애들은 더 괴로웠거든.”

“끄억…….”

동빈의 말이 들릴 리 없었다. 유상현은 숨넘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눈까지 뒤집히기 시작했다.

스윽.

위험한 상태라고 판단한 것인가? 동빈은 놈의 멱살을 움켜쥐었던 아귀의 힘을 풀었다.

“푸아! 헉헉… 헉… 헉…….”

유상현은 죽다가 살아난 느낌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살아 있는 것에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동빈의 처벌은 이 정도에서 끝나는 것인가?

“이제 좀 살 것 같아?”

“헉헉… 헉헉…….”

동빈은 한 발짝 물러서며 물었다. 유상현은 대답 대신 거친 숨만 헐떡일 뿐이었다.

“조금 쉬었으니… 다시 시작해 볼까?”

딸꾹!

역시나 이대로 끝낼 동빈이 아니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유상현은 딸꾹질까지 해 댔다. 물론 그런다고 약해질 동빈이 아니었다.

“넌 재미로 애들 겁주고 다녔다며? 너한테 설설 기는 학생들이 그렇게 재밌어 보였어? 너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애들이 몇인 줄 알아!”

푸악!

거북한 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튀었다.

동빈의 묵직한 주먹이 정통으로 유상현의 안면을 강타했다. 엉망이 될 뻔한 위기를 한 번 넘겼던 놈의 얼굴… 결국은 처참하게 뭉개질 운명이었던 것이다.

“벌써부터 뻗으면 안 되지. 사실은 네 친구 진영이 때문에 살살 하고 있거든. 괜찮은 친구 하나 뒀기에 이 정도인 줄 알라고!”

퍼억! 퍼억!

유상현의 고개가 양쪽으로 번갈아 넘어갔다. 동빈이 손바닥으로 가격했지만 그 소리는 꼭 주먹으로 때리는 것 같았다.

퍽퍽퍽퍽.

정말 진영이라는 친구 때문에 봐주는 것인가?

동빈의 공격은 쉴 새 없어 쏟아졌다. 멱살을 잡힌 상태라 유상현은 쓰러지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흔들흔들.

놈은 목조차 가눌 힘이 없는지 이리저리 고개가 흔들렸다.

동빈이 무력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다.

엉망이 된 얼굴에서는 진한 피가 흘러내렸고 의식은 혼미했다. 동빈도 더 이상 주먹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전화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귀여운 벨소리가 울렸다. 비범한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스윽.

동빈은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번호를 보니 펜션에서 걸려 온 것이었다. 주철인지 석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딸깍.

“여보세요.”

-너 지금 어디야?

석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리 급한지 다짜고짜 위치부터 물었다.

“여기… 동해 쪽 같은데?”

-동해? 벌써 거기까지 간 거야?

“응, 무슨 일인데?”

-전화로 말하기는 좀 그런데… 언제 들어올 수 있어?

“여기는 거의 다 끝났지만… 삼척까지 들러야 하거든? 저녁 늦게 도착할 것 같은데?”

동빈은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불러도 나오지 않는 일진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빨리 올 수 없어? 중요한 일이야.

“글쎄… 서둘러 보긴 하겠지만 그렇게 앞당길 수는 없을 것 같은…….”

-야, 야, 야!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빨리 안 들어와!

갑자기 주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수화기를 뺏은 모양이다.

“무슨 일인데 너까지 그래?”

-아, 글쎄, 들어오면 말한다니까!

“알았어. 가능한 빨리 들어갈게.”

-좋아, 믿고 끊는다.

딸깍.

아무래도 일정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주철이까지 나설 정도면 심각한 문제라는 뜻이었다.

“너, 운 좋은지 알아라.”

“…….”

동빈은 핸드폰을 넣으며 유상현을 바라보았다. 급히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놈을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풀썩.

동빈이 손힘을 풀자 놈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완전히 엉망이 된 얼굴.

친구 덕에 운까지 좋아서 이 정도인데… 동빈이 작정하고 나섰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 몰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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