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cc 흰색 세단이 시내로 들어섰다.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를 빠져나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골목을 지나다가 5층 건물에서 멈추었다.
“프라다 동물 병원이 맞지?”
“맞아. 여기야.”
제법 규모가 있는 동물 병원이었다. 고급스러운 간판에 전시장은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내부가 훤히 보여서 한층 깨끗한 느낌이었다.
“동빈아, 저쪽이 주차장이야.”
“알았어.”
전시장 바로 옆이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잠시 멈칫했던 차량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빈과 미라는 동물 병원에 함께 들어섰다.
병원이라기보다 아늑한 휴게실 같은 느낌이었다. 천장이나 벽면 등의 인테리어는 카페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어서 오십시오.”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자 직원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미라는 데스크로 향했고 동빈은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어제 오신 손님 맞지요?”
“네, 언니.”
여자 직원은 미라를 기억하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아롱이 상태는 괜찮아요.”
“그래요? 정말 다행이네요.”
손님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직원이었다. 우선은 긍정적인 말로 미라의 불안한 심기를 진정시켰다.
“선생님과 상담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아롱이의 상태와 주의 상항을 알려 주실 거예요. 저쪽에 앉아 계세요. 제가 부르면 진료실로 가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뒤돌아선 미라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동빈을 향해 다가갔다.
“뭐가 그리 신기해?”
“그냥 다 신기하네…….”
동빈은 용품 매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것저것 들추고 다녔다.
“이건 뭐가 이리 비싸?”
동빈은 가격표를 보고는 뒤집어졌다. 사람이 쓰는 물건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뭐가 비싸? 이 정도면 싼 편이야.”
“그, 그런가? 내가 이런 건 잘 모르거든.”
동빈은 무안한 듯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로 몰랐던 것이 분명했다. 덩달아 무안해진 정미라는 재빨리 상황 수습에 돌입했다.
“참, 너도 볼일이 있다며?”
“응, 슬슬 걸어가면 얼추 시간이 맞겠다.”
동빈은 손목시계를 보다가 말했다. 3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차는 주차장에 놓고 가는 것이 편하다는 판단이 섰다.
“시간이 어느 정도나 걸릴 것 같은데?”
“글쎄… 가 봐야 알 것 같아. 미라야, 너는 어느 정도나 걸릴 것 같은데?”
“난 상관없어. 아롱이를 며칠 병원에 맡겨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을 생각이야.”
“잘됐네. 내가 일 끝내고 이리로 오면 되겠지?”
“그래, 나는 아롱이랑 신나게 놀고 있을게.”
여기까지 함께 왔으니 갈 때도 함께함이 마땅했다. 상황도 괜찮게 맞아떨어져 서로가 부담이 없었다.
“아롱이한테 안부 전해 주라.”
“동빈아, 궁금해서 그러는데… 대체 어디 가는 거야?”
정미라는 밖으로 나서려는 동빈을 불러 세웠다.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별것 아닌데?”
“말해 봐. 진짜 궁금해서 그래.”
“개보다 못한 놈들 잡으러 간다고 해야 하나?”
“……?”
미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농담인가? 아니다. 동빈의 표정은 진지한 쪽에 가까웠다. 동빈은 가벼운 웃음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불식시켰다.
“늦으면 전화할게.”
덜컹.
동빈은 곧바로 병원 문을 열고 섰다. 그러고는 지하 주차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차에 있는 손가방을 가져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놈들은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하나. 동물 병원도 아까운 놈들인데…….”
동빈은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일진들의 병원 신세는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