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1화 (162/224)

“별거 아니긴! 벌써 여자들에게 쪽지 받은 거야?”

“정말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주철은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작은 메모지에는 분명 주소나 전화번호 비슷한 것이 적혀 있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럼 왜 감추고 지랄이야. 도대체 뭔데? 아니 누구한테 받은 거야? 미라야? 아니면 지혜?”

“의심 풀어라. 아버지가 용돈 속에 넣어 두신 쪽지를 읽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거짓말하는 거 봤냐?”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주철의 의심은 단번에 사라졌다. 어떠한 경우라도 동빈이 아버지의 이름을 팔 리 없었다.

“근데 무슨 내용이냐?”

주철은 의심이 풀리자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다.

“주철이 네가 알아서 뭐 하게?”

“그러게? 내가 알 필요는 없지… 혹시 나처럼 과외 받으라는 내용 아닌지 해서…….”

“과외? 너 아까 그 전화…….”

“야, 늦겠다. 빨리 타자.”

“왜, 왜 이래?”

주철은 억지로 등을 떠밀며 동빈을 태웠다. 그러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자신도 차량에 올랐다.

“뭔 이야기가 그리 길었어?”

부릉.

석진은 시동을 걸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친구들이 한참만에야 차를 탔기 때문이다.

“별것 아니다. 어서 가자.”

“곧장 펜션으로 간다. 다른 거 살 거 없지?”

“그래. 아무것도 필요한 거 없다.”

끼기기긱.

주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량이 움직였다. 크게 회전하면서 펜션으로 이어지는 넓은 길로 들어섰다.

“동빈아, 오늘은 몇 놈이나 상대할 거냐?”

“글쎄…….”

동빈은 주철의 말을 살짝 얼버무렸다. 귀찮다는 반응이 아니라 뭔가에 정신을 빼앗긴 모습이었다. 장군의 쪽지를 집어넣은 호주머니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다른 말은 안 하겠는데… 제발 살살해라. 스키장까지 와서 경찰서에 불려 가고 싶지 않다.”

“나도 장담은 못 해. 놈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겠지.”

부르릉!

거친 배기 음향과 함께 차량의 속도가 빨라졌다.

분주한 식당가를 벗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제설 작업이 끝난 도로에 들어서자 더욱 속력을 내어 사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