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위하여
주철은 빠르게 주변 상황을 정리했다.
헛소리만 해 대는 동빈에게는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얼굴은 꽤나 훌륭하군. 몸매하고 스타일도 괜찮은 편이고… 나이도 얼추 비슷한 것 같고…….’
주철은 미모의 애완견 주인에게 모든 촉각을 곤두세웠다. 외모상으로는 별 하자가 없어 보였다. 아니, 상당히 마음에 드는 경우라 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동빈이가 저 여자의 개를 구해 줬으니 따로 뻐꾸기를 날릴 필요도 없고…….’
작은 인연이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선수의 자세였다. 주철은 어찌 보면 작업계의 핏불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동빈아, 잠깐만.”
“뭐 하려고?”
주철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의아한 눈빛을 보이는 동빈의 시선을 뒤로하고 애완견 주인을 향해 다가섰다.
“이런… 개가 많이 다쳤네요.”
“어, 어떻게 하면 좋아요. 피가 멈추지 않아요.”
애완견 주인은 반쯤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동빈에게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냥 보고만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한시라도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지요.”
“벼, 병원요? 마, 맞다…….”
아끼던 개가 다쳐서 충격이 큰 모양이다. 그녀는 주철의 말을 듣고서야 뭘 해야 할지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철의 접근은 계속되었다.
“빨리 개를 안고 따라오세요. 저쪽에 제 차가 있거든요.”
“고, 고마워요.”
주철이 나서자 일이 조금씩 풀렸다.
애완견 주인은 부상당한 개를 안고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주철은 무작정 서두르지 않고 투견 주인에게 다가섰다.
“아저씨, 이 부근에 가까운 동물 병원이 어딥니까?”
“저기 보이는 시내까지 나가야 할 거야.”
“고맙습니다, 아저씨.”
“나도 잘못한 것이 있으니… 내 명함이니까 받게. 치료비는 내가 부담할 테니까 전화하라고.”
“알겠습니다.”
명함을 받은 주철은 차를 향해 황급히 걸어갔다. 애완견 주인이 그 뒤를 따랐고 동빈도 얼떨결에 따라붙었다.
스윽.
주철은 뛰어가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단축키를 눌러서 급히 통화를 시도했다.
띠이∼.
뚜르르르.
“제발 빨리 좀 받아라.”
뚜르르르. 뚜르르르…….
“이놈이 뭐 하느라고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주철은 초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통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연결 신호만 계속 이어졌다.
“그새 어디로… 여보세요?”
마침내 통화가 되었다. 기쁨보다는 짜증이 앞서는 심정이었다.
“석진아, 너 도대체 어디야!”
멀리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좀 전까지 바로 옆에 있던 친구를 찾는 전화였다.
“웬 식당? 뭐라고? 황태 전골?”
주철은 석진이 식당으로 발길을 돌린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야! 벌써 시키면 어떻게 해!”
석진이 무척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황태 전골이 곧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 왔지만 주철은 결코 반갑지 않았다.
“당장 취소해! 아, 글쎄 급한 일이 생겼다니까. 여자는 무슨!”
주철의 걸음걸이는 점점 느려졌다. 숨이 찬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 어이없는 석진의 반응 때문이었다.
“진짜 여자 문제 아니라니까! 음식 취소하고 빨리 좀 와라. 급하게 차를 쓸 일이 생겼거든. 글쎄, 밥은 나중에 먹자니까!”
주철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밥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석진이 아니던가? 좀처럼 주철의 말을 따르지 않고 반항했다.
“야! 자동차 키를 네가 가지고 있잖아! 그래, 황태 전골보다 더 맛있는 거 사 줄게! 우와, 미친다. 그래, 약속한다니까! 빨리 좀 와라… 제발 부탁이다.”
주철은 협박과 회유도 모자라 애원까지 해야 했다.
결국 석진은 자동차 키를 가지고 나오긴 했다. 황태 전골보다 훨씬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내용을 몇 번이나 확인한 다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