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웅.
바람이 점점 거세졌고 눈발은 굵어졌다.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상당히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 같았다. 기온이 한층 떨어진 상태라 눈이 계속 쌓여 갔다.
웅웅웅웅…….
장군의 차량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상관없었다. 동빈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딸깍.
조용한 문소리와 함께 차량 뒷문이 열렸다.
누군지 뻔히 안다는 뜻인가? 장군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한없이 쏟아지는 눈이 보이는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장군님.”
“수고했다.”
동빈과 장군의 음성은 매우 딱딱했다. 사무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부자간의 대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상대가 총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총소리가 여러 번 났는데… 괜찮은 것이냐?”
“저는 괜찮습니다. 기다리시느라 많이 지루하셨습니까?”
“아니야. 장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까지 이상했다.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들의 대화와 흡사했다. 코미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참, 보스가 가지고 있던 총을 가져왔습니다.”
동빈은 총을 꺼내서 장군에게 전해 주었다. 박천수가 썼던 베레타를 뺏어 온 것이다.
“M9… 상태는 괜찮은 편이고… 총번은 지워졌군.”
장군은 이리저리 권총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깡패가 총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의아했습니다.”
“요즘 총기 밀매가 성행한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지.”
장군은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웬만한 놈들은 대부분 총기를 휴대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였다.
“러시아에서 밀수한 것은 아닙니다. 미군이나 국군이 썼던 것이 확실합니다. 따로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의심스러운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이봐, 장 기사.”
“네, 장군님.”
장군은 동빈의 의견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총기에 관련된 부분은 군에서도 매우 예민한 사항이었다.
“총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보좌관에게 전달하게.”
“네, 알겠습니다.”
장군은 운전기사에게 총을 맡기면서 명령을 전달했다.
“경찰과 공조를 해서 총이 유통된 루트를 파악하도록 지시하고… 혹시나 군이 관련되었다는 증거를 찾으면, 곧바로 나에게 연락하라고 전하게.”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장군님.”
부르릉.
묵직한 엔진 소리와 함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강력한 불빛이 뻗어 나가면서 눈발이 휘날리는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부욱부욱.
윈도우 와이퍼가 요란하게 움직이면서 출발 준비는 끝났다. 운전기사는 장군의 마지막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지.”
“네, 장군님.”
부우웅.
마침내 장군의 차량이 움직였다.
꽤나 육중한 차체를 가진 승용차가 조폭들의 근거지를 여유롭게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