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화 굽이 원목으로 만든 출입문에 꽂힌 상태였다. 값비싼 문이 망가진 것보다 가공할 동빈의 파괴력에 기가 질린 표정이었다.
씨익.
동빈은 박천수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웃어 주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찍어 찬 발을 거둬들였다.
“일본 고무술 계통입니까?”
동빈은 다시 경호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한 번의 접전으로 상대의 기술을 파악한 모양이다.
“그쪽은 실전 특공 무술이 맞는 거 같은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경호원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고 되물었다. 동빈이 정확히 짚었기에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낀 반응이었다.
“상당한 고수 같은데… 일본인?”
“태어나서 자란 곳은 일본이지만, 반은 한국 사람이지.”
“일본 무술의 고수가 왜 깡패 밑에 있는 겁니까?”
“돈이 좀 필요했지. 부수적으로 실전 경험까지 쌓을 수 있으니… 별로 나쁜 조건은 아니었어.”
동빈과 경호원은 천천히 움직이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시계 방향으로 돌고 또 돌았다.
“그래, 돈은 좀 벌었습니까?”
“물론, 내가 모시는 보스가 통이 좀 크시거든.”
“좋겠군요. 실전 경험 또한 많이 쌓았나요?”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데…….”
“고작 깡패들하고 싸우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단단히 잘못 짚었어. 한국엔 내 상대가 없다는 뜻이야. 유명한 깡패고 무술의 달인이고… 일본에 비하면 너무나 형편없는 실력이지. 엄청난 고수라고 해서 붙었는데 그때마다 실망만 했지.”
“그쪽도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요. 당신은 진짜 상대를 못 만났을 뿐입니다.”
차착.
동빈은 상당히 도전적인 자세로 멈춰 섰다.
방금 선보인 게 특공 무술이 맞는가? 방어를 전혀 고려치 않은 패도적인 자세였다.
“기백은 좋지만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군. 실전 무예의 기본은 공수의 조화에 달려 있다. 공격에 너무 치중하면 역습을 허용하기 십상이지.”
경호원도 자세를 고쳐 잡으며 반박했다. 적수가 없다고 공헌할 만큼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미안하지만… 공격으로 시작해서 공격으로 끝나는 무예도 있습니다.”
동빈은 천천히 거리를 좁혔고, 경호원은 맞받아칠 자세로 전환했다. 깔끔한 정면 승부. 1명이 쓰러질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는 무한 대결로 들어선 것이다.
“그건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지.”
“내가 말하는 건… 그 이론보다 훨씬 강한 것입니다!”
파파팟.
동빈의 사나운 공격이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사납다는 표현이 적당했다. 실전 무예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살극무가 펼쳐진 것이다.
“……!”
경호원은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각도를 예측할 수 없는 발차기와 순간적인 방향 전환. 그 속에 감추어진 파괴력은 손으로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황급히 뒷걸음치는 것이 고작이었다. 몸에 밴 고무술도, 수많은 실전 경험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후앙!
거리 조절까지 실패했다. 충분히 물러났다고 판단했지만 동빈의 발차기가 얼굴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낭패다. 어쩔 수 없이 손목으로 막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푸악.
시큰한 통증과 함께 몸 중심까지 흔들렸다.
극한으로 단련한 손목이지만 전투화의 위력을 감당하긴 힘들었다.
‘도, 도대체 이건…….’
경호원은 이제야 동빈이 했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공격에서 시작해서 공격으로 끝나는 무예.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는 뜻이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순간적으로 독기가 솟아올랐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그였다.
차착.
흩어진 중심을 바로잡으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피할 수 없으면 맞서야 했다. 너무나 당연한 해법이 지금에서야 생각난 것이다.
촤라릭.
경호원은 몸을 비틀면서 다리를 쭉 뻗었다. 동빈의 발차기가 바뀌는 순간을 노린 것이다. 경호원의 발차기는 직선에 가까운 공격이고 동빈의 내려찍기는 곡선이다. 파워는 동빈이 훨씬 앞섰지만 순간적인 스피드는 비슷했다. 누가 먼저 닿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었다.
퍼억.
“……!”
경호원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자신의 발이 먼저 닿은 것이다. 발에서 전해 오는 느낌도 상당히 좋았다. 정확히 상대의 명치를 가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데… 뭔가 이상했다.
후웅!
“……?”
상대의 파공음이 멈추지 않았다. 급소를 맞았으니 쓰러져야 정상 아닌가? 경호원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는데…….
푸악.
동빈의 뒤꿈치가 경호원의 머리에 작렬했다.
얼마나 충격이 강했는지 경호원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반쯤 고개를 치켜든 상태에서 무참히 처박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