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48/224)

경기도 인근의 2차선 도로.

장군의 차는 한적한 샛길로 접어들었다. 산과 이어지는 골짜기로 통하는 길이었다.

한참을 들어가자 자동차 소음까지 뚝 끊겼다. 길 상태도 좋지 않았고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곳에 놈들의 본거지가 있는 것인가?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급하게 꺾인 길을 돌아들자 규모 있는 저택이 나타났다.

부르릉.

붉은 브레이크 등이 켜지면서 장군의 차가 멈추었다. 거대한 저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어떤 새끼가 여기다 차를 세우고 지랄이야.”

“뭘 보고 있어? 우리 차가 아니면 당장 쫓아야지.”

입구를 지키고 있던 조폭들이 인상을 쓰며 다가섰다. 조직과 관련된 차량이 아니면 절대로 환영받지 못했다.

털컥.

차량 앞문이 열리면서 운전기사가 내렸다. 30대 중반이었고 항공 점퍼 비슷한 것을 입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차가 고장이 나서…….”

가벼운 사과를 건네고는 차량 보닛을 열었다.

“어디가 고장 난 거야? 여긴가… 아니면 여기……?”

괜히 쓸데없는 부품을 만지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가 문제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현이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어디서 우리 수법을 흉내 내고 난리야.”

“영화 보고 흉내 내는 거겠지. 한마디로 간덩이가 부은 새끼지.”

조폭은 기도 차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멀쩡히 들어왔던 차가 갑자기 고장이라니? 멀쩡한 차로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그들이 즐겨 하는 방법이었다.

“미안합니다. 빨리 고치고 떠나겠습니다.”

“미안은 필요 없어, 이 개새야. 아가리를 찢어 버리기 전에 당장 꺼져!”

“저 새끼 미안한 표정도 아니잖아. 그냥 조져 버리자고.”

조폭에게 타협이란 있을 수 없었다. 진짜 고장 난 차라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 서둘러 차를 빼지 않으면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곧 떠나겠습니다. 조금만 봐주십시오.”

“봐주긴 뭘 봐줘, 이 씹새야! 비싼 차 부서지는 거 보고 싶어!”

“잘됐어. 언제고 저런 고급 차 하나 박살 내고 싶었는데.”

조폭들의 거친 행동은 극에 달했다. 주변에 있던 돌까지 들고 당장이라도 박살 낼 듯 다가섰다.

“거기까지… 더 이상 다가오지 마십시오.”

운전기사의 태도가 변했다.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물론 조폭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미친 새끼. 여기가 어딘지 알고 목소리를 깔아!”

“두 번째 경고입니다. 이 차에는 국가에서 보호하는 분이 타고 계십니다. 더 이상의 접근을 불허합니다.”

“염병! 국가에서 보호하는 새끼가 어떤 새낀데!”

“그냥 부숴 버리자니까.”

조폭들은 팔까지 걷어붙이며 험악한 분위기를 이어 갔다. 한번 해보자는 뜻이 분명했고 운전기사도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십시오.”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안 멈추면 어쩔 건데?”

“역시 깡패 새끼들이라 말이 통하지 않는군.”

운전기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 조용히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스륵.

“경고는 충분히 했다.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발사하겠다.”

“……!”

운전기사는 갑자기 총을 꺼내 들었다. 묵직한 느낌의 권총이다. 총을 많이 다뤄 본 솜씨가 분명했다. 총을 잡고 겨누는 자세가 매우 안정적으로 보였다.

“뭐, 뭐야… 저, 저거 진짜 총이야?”

“모, 모르지… 내가 총을 본 적이 있어야지.”

조폭들은 순간적으로 멈칫하고 말았다. 상대가 총을 가졌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진짜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운전기사의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궁금하면 한발 더 오든가. 수차례 경고를 했으니 발사를 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지.”

“아, 아무래도 진짜 같은데… 내가 불법 무기를 몇 번 취급했거든. 미군들이 쓰는 베레타 종류 같아.”

“씨발… 저 차에는 누가 타고 있는 거야?”

놈들은 뭐 씹은 표정이 되었다. 총까지 휴대한 사람을 운전기사로 두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상당한 권력가임에 틀림없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물러나라. 안에 계신 분은 병적으로 깡패들을 싫어하신다.”

“젠장…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총 가진 새끼를 어떻게 이겨?”

“씨발! 그렇다고 도망쳐? 윗대가리들이 가만둘 것 같아?”

총이 무섭긴 하지만 조직의 규칙 또한 만만치 않았다. 조직을 위해서라면 총 아니라 대포를 가진 놈이 상대라 해도 싸워야 했다.

조용히 물러날 것인가? 미친 척하고 덤빌 것인가?

놈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조폭들이 그렇게 서로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었는데, 바로 그때였다.

와장창.

유리창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뒤, 저택 내부에서 들리는 소리가 분명했다.

“무, 무슨 일이야?”

놈들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2층 유리가 박살 나면서 동료 한 명이 떨어지고 있었다. 고함이 난무하면서 저택 내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 침입자다!”

“잠깐, 저 차는 어쩌지?”

“씨발아! 지금 차 빼는 게 문제야!”

우르르.

놈들은 부리나케 저택 안으로 뛰어들었다.

본부가 습격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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