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은… 내일부터 영원히.”
-내, 내일 당장요?
-선아야! 내일부터래? 야, 당장 컴퓨터 켜!
-이거 올리면 진짜 난리 나는 거 아니야?
-무슨 상관이야? 졸라 재미있겠다!
선아 친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커다란 파장이 발생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믿고 끊는다.”
-오, 오빠. 잠시요. 여, 영화는……?
딸깍.
동빈은 서둘러 핸드폰을 끊었다.
정신이 사나워서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야.”
동빈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이제는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방문을 열고 나섰다.
풀썩.
동빈은 2층에서 뛰어내렸다.
장군이나 송 교관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행동이었다.
“너무 얇게 입었나?”
밤이 되자 기온이 더욱 떨어졌다. 침투복으로 버티기에는 조금 추운 날씨였다.
사사삭.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가방을 멘 동빈은 조심스럽게 정원을 빠져나갔다. 행여 들킬라, 허리를 숙이고는 살금살금 담장 쪽으로 몸을 옮겼다.
나무들이 없는 곳이 목표였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담을 넘어서 밖으로 나갈 예정이었다.
타타타타.
내달리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가속도만 붙으면 간단히 뛰어넘을 높이였다.
훌쩍.
가벼운 도움닫기로 담장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착지. 상당한 높이였기에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촤악.
역시 동빈이다. 멋들어진 동작으로 안전하게 내려앉았다.
지체할 여유는 없었다.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동빈이냐?”
“……!”
나직하고 중후한 음성. 장군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이런 절묘한 타이밍이 있다니… 동빈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충격을 받았다.
“자, 장군님…….”
“그런 복장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냐?”
장군은 밤 산책을 나온 모양이다. 군복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복을 입고 있었다.
“그, 그것이…….”
“옷이야 그렇다 치고… 표정은 왜 그러느냐? 놀러 가는 게 죄는 아니지 않더냐?”
“…….”
동빈은 계속 할 말이 없었다.
장군이 잘 대해 주는 만큼 부담감도 늘어났다.
“그런 복장으로 택시가 잡히겠느냐. 어딘지 모르지만 내가 태워 주겠다. 여행이건 전투건… 체력이 중요하다.”
“고맙습니다, 장군님.”
잠시 후.
주차장 문이 열리며 장군의 차량이 나타났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대형 승용차였다. 눈부신 전조등의 잔상과 함께 승용차는 빠르게 골목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