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8화 (139/224)

윤호의 입이 갑자기 험해졌다. 이맛살까지 찌푸리며 적대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실망이야… 너라면 말이 통할 줄 알았는데.”

“너 같은 새끼하고 말이 통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 안달 난 새끼… 이런 것들이 크면 정치한다고 난리를 핀다니까.”

“점점 말이 심해진다. 네 조직으로 전국 연합과 학생 조폭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새끼가 귓구멍이 막혔나? 내 목적은 벌써 완료했다고 했지.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너희들을 상대해 줄 거야. 내 차례까지 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말이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나 먼저 갈 테니까 몸조심해라.”

윤호는 태균을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특실을 빠져나갔다.

“기준이 네 말이 맞았다. 저 새끼는 부르는 게 아니었는데…….”

쿵!

태균은 탁자까지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심기가 매우 불편한 모양이다. 유리잔이 넘치도록 물을 따르고는 허겁지겁 들이켰다.

“젠장… 물이 왜 이리 안 시원해? 여기 물 좀……!”

물을 주문하려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태균이 멈칫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방금 마신 물이 소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살기를 담고 있었다.

“기, 김동빈… 너는 또 뭐가 불만이야?”

“머리가 복잡해 죽겠어… 기태 선배를 누가 괴롭혔지? 그리고 나는 깡패 다음으로 정치인이 싫어.”

“무슨 소리야? 약해 빠진 새끼 하나 자살한 것 가지고…….”

“뭐라고!”

“동빈아, 참아!”

상황이 위급하게 돌아갔다.

동빈이 분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고 기준은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태균을 보호하려 했다. 주철이 동빈을 만류하지 않았다면 대판 싸움이 벌어졌을 위기였다.

“놔 봐. 오늘 저놈 처리하지 못하면 공부가 안 될 것 같아!”

“동빈아, 제발… 내 얼굴 좀 봐 다오.”

치열한 실랑이가 계속 이어졌다. 동빈은 대형 사고를 칠 기세였고 주철은 필사적으로 제지했다. 물론 열 받은 상태는 태균도 마찬가지였다.

“김동빈, 넌 아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태균은 격양된 음성으로 소리쳤다.

윤호한테 당한 일까지 있기에 최악의 상태였던 것이다.

“누가 마음에 들고 싶대? 주철이만 아니었으면 넌 벌써 끝장났어. 운 좋은지 알아!”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조직도 없는 새끼가 어디 까불어! 애들 풀면 너야말로 끝장이야!”

“에이… 씨! 말로만 하지 말고 풀어 봐!”

치열한 말싸움이 이어졌다. 분쟁의 당사자보다 만류하는 주철과 기준이 더 힘들어 보였다.

동빈과 태균이 가까이 붙지 못하게 온몸을 던져서 방어했다.

“김동빈, 이 새끼! 싸움 좀 한다고 눈에 뵈는 게 없지!”

“그래! 나 눈에 뵈는 거 없다. 전국에 있는 일진이건 깡패건 모두 쓸어버릴 거다!”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두 연합을 상대로 싸우겠다고?”

“뭔가 착각하는데… 너희뿐만이 아니야. 난 학교 폭력 전체하고 맞짱 뜨고 싶거든!”

정적.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만큼 동빈의 발언은 엄청난 것이었다.

“전쟁이라도 선포한 거냐?”

방방 날뛰던 태균이 침착함을 되찾았다. 반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동빈을 바라보았다.

“그래… 전쟁이지. 너희들은 전쟁이 뭔지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전쟁은 매우 잔인한 거라고 하셨지. 내일부터 몸조심해.”

동빈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특히 전쟁이란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알 수 없는 긴장감까지 느껴졌다.

“오늘부터가 아니라 다행인가? 주철이 덕분이냐?”

“아니,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 난 불교에 가깝지만 예수님의 좋은 뜻은 잊지 말아야지. 잊지 마… 이건 전쟁이야.”

차분하게 선전포고를 끝낸 동빈이 특실을 나섰다.

학원 폭력의 주축을 이루는 두 개의 조직과 동빈과의 싸움.

누구도 생각지 못한 황당한 전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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