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4화 (135/224)

“오우∼!”

동빈이 아슬아슬하게 피할수록 탄성이 더욱 커졌다.

파팟.

“……!”

탄성이 끝나기 전에 재차 공격이 이어졌다.

정우의 탄력은 거의 동물적인 수준이었다. 땅에 다리가 닿자마자 곧바로 튀어 오르며 뒤돌려차기를 시도한 것이다.

화아앙!

동빈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펼친 동작이었다.

피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없었다. 동빈은 앞으로 뻗은 손조차 회수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그때였다.

사삭.

동빈은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혔다.

휘감아 돌아오는 정우의 발차기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정우가 허공에 몸을 띄우는 순간을 기다린 것이 분명했다.

화악.

상대와 밀접한 상태로 접어들자 동빈은 상체를 틀었다. 체중이 완벽하게 실린 팔꿈치 공격이 펼쳐진 것이다.

“……!”

정우의 눈이 커졌다. 예상치 못한 역습이었다. 자신의 발이 먼저 닿기는 힘들어 보였다.

푸억!

동빈의 강력한 팔꿈치 공격이 작렬했다.

정우의 고개는 심하게 뒤틀렸고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말았다. 제대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낙법도 펼치지 못하고 스테이지 바닥에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철퍼덕.

우와!

엄청난 탄성이 튀어나왔다.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몸까지 벌떡 일으켰다.

동빈은 단 한 방의 공격으로 불리했던 흐름을 단순에 역전시킨 것이다.

뚜벅뚜벅.

동빈은 쓰러진 상대를 건드리지 않았다. 힘겹게 일어나는 정우의 주위를 어슬렁거릴 뿐이었다.

절레절레.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정우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젠장…….”

욕을 하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멀찌감치 물러나 있는 동빈을 보고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억지로 몸을 일으키지 않고 한쪽 무릎만 꿇은 상태를 유지했다.

“멍청한 새끼…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날리는구나.”

정우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동빈을 노려보았다.

무규칙 경기라 쓰러진 상대를 가격해도 무방했다. 동빈이 봐주는 것이 확실했지만 그리 탐탁지 않은 반응이었다.

“좋아… 나도 한 번은 봐주지…….”

불쑥.

정우는 가뿐하게 몸을 일으켰다.

큰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지만 전혀 비틀거리지 않았다. 그만큼 맷집과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주춤주춤.

한 번 된통 당했기 때문인가? 정우는 함부로 공격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동빈의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방어에 치중하며 기회를 엿보려 했지만 동빈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빠각!

“오우∼!”

동빈의 내려찍기가 작렬했다.

정우의 머리는 아래위로 심하게 흔들렸다. 장발에 가까운 머리였기에 충격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학생들은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터트렸다.

“…끝났군. 가서 술이나 마시자.”

태균도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았다.

주철의 장담대로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대결이었다. 스테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자리를 뜨려 했지만 주철은 움직일 기색조차 없었다.

“아니… 동빈이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추춤.

태균은 등을 돌린 상태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 불길한 예감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내가 말했잖아. 이벤트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

화악.

태균은 황급히 스테이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 승패가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무규칙 경기. 동빈이 멈추지 않으면 막을 구실이 없었다.

퍼억!

엉망이 되어 날아가는 정우의 모습이 보였다.

공포에 물든 눈빛과 피로 얼룩진 얼굴… 더 이상의 대결은 무의미했지만 동빈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완전히 끝장을 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푸악!

또다시 이어지는 동빈의 발차기.

학생들은 이제 탄성조차 지르지 못했다. 섬뜩하게 변한 분위기 때문에 반쯤 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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