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3/224)

“양주철… 이 씨발 새끼… 정말 반갑다.”

“나도 반갑다. 이 개새끼야.”

너무 친해서 정감 있는 욕이 오고 가는 장면은 아니었다.

철천지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인가? 서로가 못 잡아먹어 안달 난 모습이었다.

“병신 된지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그때 완전히 죽여 놨어야 했는데…….”

“너도 후회하니? 나도 졸라 후회하고 있어. 목에 있는 상처는 괜찮은지 모르겠네? 그때 심장을 콱, 찔렀어야 했는데 말이야.”

대판 싸움이라도 벌어질 분위기였다. 주철이 칼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정우는 격하게 반응했다.

“이런 미친 새끼! 동기들에게 진짜 칼을 휘두르는 게 사람이야!”

“씨발아. 여자 강간하는 새끼가 뭘 잘났다고 큰소리야!”

“약 기운 때문이라 했잖아! 그 정도도 이해 못 해!”

“뽕도 약이냐? 이 개새끼야!”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아무나 주먹을 날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까지 치달은 것이다.

얼마나 분위기가 삭막했는지 동빈이 만류할 정도였다.

“주철아, 참아.”

“다른 건 다 참아도 저 새끼는 도저히 못 참겠다!”

주철은 극도로 흥분했다. 분을 삭이지 못하겠는지 눈까지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이제껏 참아 왔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반응이었다.

“나보다 네가 먼저 사고 치면 어쩌자고?”

“씨파! 난 저 새끼만 보면 돌아 버려! 남자가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그딴 짓이나 하고 말이야! 이거 놔! 오늘은 누가 죽나 결판을 낼 거야!”

“미안한데… 저런 새끼는 내가 해결한다.”

멈칫.

주철은 순간적으로 반항을 멈췄다. 동빈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부슥.

주철이 얌전해지자 동빈은 놈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어이, 우선 몇 대 맞고 시작하자.”

동빈의 얼굴은 이미 차갑게 굳어 있었다. 전투적인 눈빛으로 정우를 노려보았다.

“미친 새끼… 넌 또 뭐야?”

“나? 주철이 친구.”

“씨발! 주철이 새끼와 연관된 놈은 모두 마음에 안 들어.”

“아주 잘됐네. 나도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후앙.

“……!”

동빈은 상체를 크게 비틀었다.

파워가 큰 발차기를 시도하려는 모양이다. 아래에서 위로 반원을 그리는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멍청한 새끼! 나한테 기습이 통할 것 같아!”

정우의 반사 신경도 대단했다. 동빈이 발을 뻗기 전에 방어 자세를 취한 것이다.

푸악.

동빈의 발차기는 정우의 십자막기에 막히고 말았다.

시간적으로는 완벽한 방어였지만 동빈의 파괴력을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

“뭐, 뭐야!”

정우는 몸이 붕 뜨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현실로 벌어진 일이니 문제였다.

와장창창.

정우의 몸은 반투명 유리를 부수며 밖으로 튕겨 나갔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니 추잡하게 떨어져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정우의 몸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반 바퀴 더 회전했다. 그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중심을 잡은 것이다.

촤르르.

정우는 멋진 낙법을 선보였다. 양손으로 땅을 짚으며 우선 큰 충격을 피해 냈다. 그러고는 목부터 말면서 부드럽게 몸을 일으켰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고난이도의 기술이었다.

“예상보다 실력이 좋은 놈이네?”

동빈도 뜻밖이라는 반응이었다. 물론 약간 의외라는 수준이었고 그 이상은 아니었다.

와르르.

동빈은 반쯤 부서진 유리를 걷어 내고 밖으로 향했다. 확실한 매듭을 짓겠다는 행동이었다.

“같이 온 친구가 조금 거친데?”

태균은 동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돌하기 짝이 없는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저놈 많이 거칠어.”

“보통 놈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상대를 잘못 건드렸어. 정우가 누군지 잘 알고 있지?”

“물론, 잘 알고 있지. 내가 함부로 못 하는 놈 중 하나니까.”

태균의 여유 있는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우의 실력은 주철도 인정할 정도였던 것이다.

“심심했는데 마침 잘됐군. 좋은 이벤트가 되겠어.”

“형도 조심해. 이벤트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태균이 밖으로 나서자 주철도 뒤를 따랐다.

주철이 경고성 발언을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럼 더욱 재미있겠지.”

낙천적인 성격 때문인가?

태균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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