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덕고등학교 후문과 이어지는 골목.
우우웅∼.
경쾌한 엔진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 한 대가 들어섰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고급형이었다. 검은 헬멧을 쓴 주철이 운전을 했고 뒷자리에는 동빈을 태우고 있었다.
끼이익.
오토바이는 용덕고 후문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너 오토바이 운전 진짜 잘한다.”
동빈은 회색 헬멧을 벗으며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고맙다는 말부터 전했지만 주철의 심기는 편치 않았다.
“야, 그것도 칭찬이라고 하냐? 내일 시험 보는 사람한테 말이야.”
“미안하다. 빨리 끝내고 가면 되잖아.”
“시험 끝나고 해결해도 되잖아?”
“답답해서 공부가 안 돼. 이 일이라도 처리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내가 미친다.”
주철은 더 이상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빨리 처리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저기요… 혹시…….”
왜소한 학생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오토바이가 들어서기 전부터 후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이었다.
“내가 김동빈인데. 용덕고 정찬수냐?”
“아, 아니요.”
“뭐? 아, 아니라고?”
동빈의 목소리가 대뜸 높아졌다. 핸드폰 통화까지 하고 왔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저는 찬수 친군데요… 이정환이라고 합니다.”
“찬수한테 무슨 일 있는 거야?”
“네, 오다가 잡힌 것 같아요.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핸드폰도 안 받고요…….”
“미친다. 그렇게 위험하면 왜 여기로 약속 장소를 잡았어!”
“주철아, 제발 성질 좀 죽여라. 뭔가 사정이 있겠지.”
동빈은 불만을 터트리는 주철을 만류했다. 정환이 주눅 들까 봐 염려한 행동이었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우와! 혹시 강남의 양주철?”
정환은 쌍수를 들고 주철의 등장을 환영했다.
김동빈과 양주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너 말이 상당히 짧다? 양주철?”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니 마음대로 하시고… 우리는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 아니거든. 찬수를 끌고 간 놈들이 누구야? 어차피 그놈들만 찾으면 되잖아.”
주철이 전면에 나섰다.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이 일을 빨리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학교 일진인데요. 엄청 독종이고 빽도 좋아요. 걔네들이 지금 강남을 주름잡고 있어요.”
“젠장,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주름잡나?”
주철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핸드폰을 꺼냈다. 용덕고 일진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모양이었다.
“어우! 손 시려… 왜 이리 안 눌러지는 거야.”
장갑을 낀 상태로 핸드폰 키를 누르기는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장갑을 벗었고, 오늘따라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빨리 좀 받아라.”
주철은 빠른 속도로 핸드폰 키를 눌렀다. 그러고는 발까지 동동 구르며 통화가 되기를 기다렸다.
“여보세요. 나 주철인데… 용덕고 짱이 누구야? 기다리긴 뭘 기다려! 졸라 추우니까, 네가 연락해서 나한테 전화하라고 해. 되도록 빨리하는 게 좋을 거라고 꼭 전해라.”
딸깍.
“우우∼. 춥다.”
통화는 매우 간단했다. 주철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젠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추우면 옷이나 두껍게 입지?”
“됐거든! 폼 안 나는 것보다 추운 게 훨씬 낫거든.”
딩딩딩딩.
“진짜 빨리도 왔네. 여보세요.”
주철은 반색을 하며 핸드폰을 받았다.
“시끄럽고… 찬수라는 애 어디 있어?”
상대가 만만치 않은 것인가? 주철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어쭈구리…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시나?”
이제는 목소리까지 착 깔렸다. 춥다고 난리를 치던 모습은 예전에 사라졌다.
“좋아… 어딘지 말만 해. 당장 쫓아가서 아작을 내 버릴 테니까.”
주철은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했다.
놈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때까지 꾹 참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 거긴 잘 알고 있지. 조금만 기다려 주겠어? 누가 실수하는 건지 똑바로 알려 줄 테니까.”
딸각.
“이노무 새끼들이… 날 물로 봤어…….”
부릉부릉.
주철은 핸드폰을 끊자마자 시동을 걸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는 잔뜩 독이 오른 상태였다.
“주, 주철아? 괜찮은 거냐?”
“빨리 타기나 해.”
부릉! 부릉!
주철은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이까지 바득바득 갈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동빈이 뒷자리에 앉자마자 그대로 내달렸다.
부우웅∼!
고삐 풀린 망아지가 따로 없었다. 주철은 엄청난 속도로 용덕고 후문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