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게 아니고요.”
“아니면 됐어. 주철이라고 했지? 날래 가자우.”
질질질.
송 교관은 막무가내였다. 싫다고 난리를 치는 주철을 반강제적으로 끌고 갔다. 워낙 송 교관의 힘이 셌기에 주철은 당최 벗어날 수 없었다.
“도, 동빈아. 날 이대로 보낼 거야?”
“미, 미안하다.”
송 교관이 고집을 피우면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동빈도 안타깝지만 친구의 절규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오라우.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잖네?”
“저, 저기요. 전 진짜 유나 싫거든요.”
주철은 엉덩이를 쭉 빼며 애걸했다. 동빈이 말릴 수 없다면 직접 송 교관을 설득해야 했다.
“뭐가 싫네? 그냥 딱 세 번만 데이트 하라우.”
“세, 세 번씩이나요?”
“물론이디. 그러면 너도 유나가 마음에 들 기야. 어서 가자우!”
질질질.
“자, 잠깐요. 제가 여자를 워낙 밝혀서… 동빈이 말대로 천하의 바람둥이 맞습니다. 정말입니다.”
멈칫.
주철은 초강수로 맞섰다. 효과가 있는지 거칠게 끌고 가던 송 교관도 주춤했다.
“휴우∼.”
주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송 교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송 교관은 까치발을 하고서 주철을 노려보았다.
스윽.
“……!”
주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송 교관의 눈빛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내 말 똑바로 들으라우.”
끄덕끄덕.
주철은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듣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 송 교관의 카리스마는 거부할 수 없는 살기를 담고 있었다.
“유나랑 사귀고 바람피우면… 나한테 죽을지 알라우.”
“……!”
주철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
살기가 번뜩이는 눈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진짜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마저 밀려왔다.
“날래 가자우!”
질질질.
“도, 동빈아∼!”
“미안하다.”
동빈은 주철의 애처로운 목소리를 다시 한 번 외면했다.
이대로 유나와 사귀어야 하는 것인가?
주철의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주철과 유나의 강제적 만남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을 맺었다.
송 교관이 주철을 데려가자 유나가 더욱 심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송 교관은 점수를 따려다 유나의 신임마저 잃고 만 것이다. 주철은 안도했지만 괜히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여자한테 차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