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120/224)

주철이 최대의 위기

최르르.

퍽퍽!

동빈은 발로만 싸우는 형편이었다.

주철을 보호하면서 측면과 뒤쪽에서 달려든 놈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동빈아, 다 풀었냐?”

이런 와중에도 주철의 칭얼거림은 계속되었다.

“제발 보채지 좀 마라.”

동빈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폭들과 싸우는 것도 문제였고 주철의 매듭을 푸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다.

“주철아, 피해!”

발로만 싸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오른쪽 측면의 놈을 상대하느라 반대편을 신경 쓰지 못했다. 주철에게 달려드는 놈을 놓친 것이다.

후웅.

빠직!

두꺼운 각목이 주철의 머리를 강타했다.

깜짝 놀란 동빈은 발차기로 각목을 든 놈을 밀어내며 뛰어들었다.

“주철아! 괜, 괜찮아?”

“시파… 머, 머리가 어지러워…….”

주철이 헬멧을 써서 다행이었다. 크게 염려할 만한 충격은 받지 않았다.

“거의 다 풀었으니까, 나머진 네가 알아서 해!”

동빈은 조폭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빨리 놈들을 처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푸악.

동빈은 달려들면서 조폭의 턱을 무릎으로 찍어 버렸다.

자유의 몸이 된 동빈의 움직임은 더욱 기민해졌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놈들을 차근차근 제압했다.

“시파! 좀 풀어져라!”

주철은 매듭을 풀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뭔가 착오가 있었다. 손을 약간 뒤로 넣어 당기면 멋있게 풀어져야 정상이었다.

“가정부 아줌마, 왜 이렇게 묶었어요!”

단단히 묶어 달라고 한 게 실수였다. 급하게 나와야 했기에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미친다.”

고개를 돌려 보니 동빈은 조폭들과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음이 급하니 손길이 더욱 무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조금만 더……!”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철은 반색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쇠 파이프를 들고 우악스럽게 달려오는 놈을 보았기 때문이다.

후웅.

사삭.

주철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피했다.

꽤나 운동신경이 좋았기에 이 정도 피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으니 문제였다.

덜컥.

“크엑.”

삐죽 튀어나온 목검이 문제였다. 조폭의 쇠 파이프가 주철의 목검에 걸린 것이다.

벌러덩.

주철은 목을 부여잡으며 넘어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추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이었다.

“에이… 씨!”

지금은 폼이 문제가 아니다.

연이어 쏟아지는 조폭의 공격을 피해야 했다.

데구르.

터엉.

주철은 한 바퀴 굴러서 쇠 파이프를 피해 냈다. 그러고는 서둘러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주철이 공격 자세를 취하자 놈도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

“시파, 스타일 다 구겼네.”

이런 상황에서도 주철은 이미지 관리에 충실했다. 구석에 있는 일진들이 보았을까 걱정이었다.

“제발 좀 풀어져라.”

스윽.

“……!”

기적이 일어났다. 그럴게 안 풀리던 매듭이 마침내 풀린 것이다. 주철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지만 그리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툭.

매듭이 풀린 것이 아니라 끊긴 것이었다. 성급한 마음에 힘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어, 엄마가 만들어 준 건데…….”

스윽.

황당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주철은 목검을 꺼내 들고 각목을 든 조폭과 맞섰다.

“너희들 다 죽었어!”

차악.

주철은 반보 정도 앞으로 발을 내밀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 주철이 상당히 열 받았다는 뜻이었다.

“시파… 나 지금… 눈에 뵈는 거 없다!”

퍼퍼퍼, 퍽.

주철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머리! 머리! 머리! 허리∼!”

비싼 검도? 진짜로 값을 충분히 했다. 목검을 든 주철의 모습은 꽤나 멋있어 보였다. 질풍노도처럼 상대를 몰아쳤고 마무리 또한 깔끔하게 지었다.

풀썩.

연속적으로 주철의 공격을 허용한 조폭은 맥없이 무너졌다. 주철이 때리는 부위를 말하며 공격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별것 아닌 것이 까불고 있어. 동빈아, 나 어떠냐?”

“꽤 하는데… 유치한 말만 빼면 말이야. 머리, 머리, 허리가 뭐냐?”

동빈과 주철은 서로 등을 마주 댄 상태였다.

사방을 경계할 필요가 없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꽤 하는 게 아니라… 졸라 멋있는 거다.”

“그래… 다음부터는 매듭이나 잘 묶고 다녀라.”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철도 할 말이 없었다. 상황은 역전되었고 주도권은 동빈과 주철이 쥐었다.

“한 놈만 상대해라. 나머지는 내가 맡는다.”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먼저 잡는 놈이 장땡이지!”

“……!”

파파팟.

주철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뛰어들었다. 동빈은 흠칫했지만 그리 걱정할 상황은 아니었다.

“머리, 머리, 머리, 대갈통!”

주철의 목검은 빠르고 정확했다.

파괴력 또한 대단하여 대적할 만한 조폭을 찾기 힘들었다.

“주철이 덕분에 금방 끝나겠는걸.”

퍼퍼퍽.

동빈까지 합세하자 상황은 금방 정리되었다. 가볍게 한 놈을 정리한 동빈은 공격의 수위를 늦추지 않았다.

빠각!

찍어차기로 또 한 놈을 제압하고 흠칫하여 물러나는 놈의 손목을 낚아챘다.

우득.

“크악!”

동빈의 손에 잡히면 무엇이든 부서졌다. 동빈 앞에 제대로 서 있는 조폭은 이제 없었다.

스윽.

할당량을 채운 동빈은 주철을 바라보았다.

그쪽도 역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머리, 머리, 머리, 허리∼! 미안… 머리를 때려 버렸네?”

풀썩.

마지막까지 버티던 놈까지 쓰러졌다.

무기를 든 십여 명의 조폭이 30분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주철이 넌 가만있어라. 난 행동대장이나 잡으련다.”

“니 맘대로 하세요.”

동빈은 출입문 쪽에 있는 행동대장을 향해 다가갔다.

주철은 떨어진 매듭에만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끝까지 풀려고 혈안이 되었다.

멈칫.

동빈은 적당한 거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번에는 진짜 보스 급이 맞나? 중간 보스는 되겠지?”

“제법이군.”

행동대장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동빈의 엄청난 무력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잡아 줄까? 무기를 꺼내도 상관없어.”

“후후후…….”

“……!”

이상한 일이다. 행동대장은 결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는 것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쉽지 않은 놈일 거라고 예상은 했다.”

행동대장은 조용히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엄지와 검지를 마주쳐 소리를 냈다.

딱!

“네, 큰형님.”

철문 밖에서 대기했던 놈이 반응했다. 고개를 푹 숙인 상태에서 행동대장의 명령을 기다리는 자세를 취했다.

“다른 애들 들여보내.”

“네, 큰형님!”

우르르.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다. 행동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한 무리의 조폭들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서슬 퍼런 칼로 무장한 놈들이었다.

“쪽수는 아직 많거든? 어디까지 가나 해 볼까?”

“뭐야? 소환몹이었어? 얼마든지 상대해 주지.”

다시 상황이 역전되었다.

새로운 무리는 공격 자세를 취했고 동빈은 두어 걸음 물러섰다.

“주철이 너 괜찮겠냐?”

“시파… 진검을 가져올걸…….”

“뭐?”

“저 새끼들도 진짜 사시미 칼이잖아.”

주철은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목검과 진검의 차이는 컸다. 이번에는 만만치 않은 싸움이 분명했다.

“넌 조용히 피해 있어라.”

“쪽팔리게 어떻게 그러냐? 저 새끼들이 보고 있는데…….”

주철은 구석에 있는 일진들을 흘겨보았다.

목격자가 너무 많아서 꼼수를 부릴 수도 없었다.

“나도 다시 무기를 잡아 볼까.”

스윽.

동빈은 주변에 널려 있는 쇠 파이프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위험한 놈들이 분명했기에 확실히 마무리를 해야 했다.

“내가 전방을 맡는다. 준비됐냐?”

촤착.

동빈은 양손으로 쇠 파이프를 교차시키며 물었다.

“당연하지. 강남의 양주철이 포기할 성싶으냐?”

주철이 목검을 사선으로 비스듬히 잡자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점점 더 잔인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동빈과 주철은 절대로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쳐라.”

“이야야!”

나직한 행동대장의 음성과 함께 놈들이 뛰어들었다. 서슬 퍼런 칼날이 난무하는 엄청난 싸움이었다.

챙챙챙챙.

쇠 파이프를 양손으로 잡은 동빈은 놈들의 중앙을 파고들었다.

쇳소리와 비명 소리가 난무하면서 주변은 다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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