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4/224)

거북한 소리와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동빈은 상대의 손목을 부러트린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곧바로 몸을 낮추면서 놈의 뒤로 파고들었다. 놈의 어깨를 꺾으면서 뒤를 점한 것이다.

“너는 좀 쉬고 있어… 무기는 내가 압수한다.”

빠드득.

동빈이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놈의 목을 꺾으면서 쇠 파이프를 빼앗았다.

“한 개로는 성이 안 찰 것 같은데…….”

동빈은 땅에 떨어져 있는 쇠 파이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원하던 물건을 찾았다는 반응이었다.

데구르, 데구르.

쇠 파이프를 발로 밟고서 앞뒤로 움직였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자 발끝으로 툭 차서 쇠 파이프를 허공으로 올렸다.

터억.

“무기라… 참 오랜만에 잡아 보네.”

양손으로 각각 쇠 파이프를 잡은 동빈의 얼굴이 변했다.

단단히 각오하라는 경고가 분명했다. 양손으로 들고 있던 쇠 파이프를 힘차게 충돌시켰다.

차앙∼!

청명한 쇳소리가 울리자 조폭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빈이 무기를 사용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너희들 아주 제대로 걸렸어.”

“……!”

동빈은 양손을 천천히 벌리면서 놈들을 노려보았다.

“진짜 쇠 파이프 맛이 어떤지 보여 주지.”

차착.

동빈은 쇠 파이프를 비껴 잡으며 한쪽 발을 뻗었다. 뭐든지 자세가 나오는 동빈이었다. 완벽한 공격 자세를 취하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꿀꺽.

과도하게 긴장한 탓인가?

마른침까지 삼키는 조폭들을 볼 수 있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고… 깡패 새끼들한테는 쇠 파이프가 약이지!”

훙훙훙훙.

동빈은 현란한 몸동작을 선보이며 뛰어들었다.

쇠 파이프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

당황한 표정의 조폭들은 자기 자리만 고수할 뿐이었다. 동빈과 조직 폭력배의 싸움은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살극무는 맨손만을 사용하는 무술이 아니다. 무기가 될 만한 물건은 뭐든지 다룰 수 있었다. 동빈이 맨손을 고집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무기까지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퍼퍼퍼퍽.

동빈은 인정사정없이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무기를 잡고 나서 더욱 난폭하게 변한 것이다.

“크악… 큭…….”

일방적인 난타가 쏟아졌다.

동빈의 현란한 공격은 조폭들의 넋을 잃게 했다.

놈들의 무기는 장식품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얼굴만 감싸 쥐며 뒷걸음쳤다. 그만큼 동빈의 공격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퍽퍽퍽퍽퍽.

“깡패 새끼들이 왜 이리 겁이 많아!”

“크으윽…….”

동빈은 쉬지 않고 몰아붙였다.

상대의 빈틈을 골라 가면서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머리를 막으면 어깨를 때리고, 어깨를 막으면 다시 머리로 공격이 이어졌다.

“그, 그만…….”

풀썩.

계속 밀려나던 놈은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무릎을 꿇은 채 더 이상 싸우지 못한다는 표시를 했다.

물론 동빈은 놈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뭘 그만 해?”

동빈은 상대가 어떠한 반응을 보이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번 무기를 들었으니 끝장을 봐야 했다. 무릎까지 꿇은 놈의 정수리를 그대로 후려쳤다.

빠각.

“크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놈의 눈이 한없이 커졌다. 밖으로 뚝 튀어나왔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고통이 심한지 아픈 부위를 어루만지지도 못했다. 몸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어이? 쥐새끼처럼 숨어 다닐 필요 없거든!”

화악.

동빈은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인가? 쓰러진 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뒤에서 몰래 달려드는 놈의 인기척을 파악한 행동이었다.

쩌엉!

제대로 휘두른 쇠 파이프의 위력은 주먹보다 훨씬 컸다.

몸을 띄워 암습을 하려던 놈은 허공에서 한 바퀴 돌면서 땅으로 추락했다. 쇠 파이프에 정통으로 맞은 무릎은 제 기능을 상실했다.

“커억! 사, 살려 줘…….”

땅에 떨어진 놈은 무릎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러 댔다.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난리를 칠 정도였다.

“너는 차라리 기절하는 게 나을 거다.”

푸욱.

“크엑… 켁!”

동빈은 쇠 파이프 끝으로 놈의 명치를 가격했다.

심한 경련까지 일으키던 놈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변화가 있다면 더욱 커지는 눈동자뿐이었다.

풀썩.

요란을 떨던 놈은 온몸을 축 늘어트렸다.

이제야 일일 찻집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유난히도 거북스러운 비명을 질러 댔던 놈이었다.

“조용해지니 살 것 같네. 이제… 몇 놈이나 남았지?”

스윽.

동빈은 조폭 두목을 향해 몸을 돌렸다.

솔직히 몇 명 남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두목을 포함해도 고작 세 명이었다.

“진짜 짜증 나는 놈이군.”

깡패 두목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이렇게 대책 없이 강한 놈을 상대해야 하다니… 충분히 짜증 날 만한 상황이었다.

“어이, 너도 짜증 나? 실은 나도 짜증이 많이 나거든.”

성큼성큼.

동빈은 쇠 파이프를 사선으로 잡아 쥐고 걸었다.

깡패 두목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앞뒤로 크게 흔들리는 동빈의 쇠 파이프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사사삭.

마지막 두 놈이 두목을 보호하듯 막아섰다.

고개를 치켜들고 거만스러운 자세를 유지했지만 땀으로 흥건했다. 입 안이 계속 타는지 연신 침을 삼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꾸악.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놈들의 손에 힘이 실렸다.

쇠 파이프와 사시미 칼을 고쳐 잡으며 동빈을 노려보았다.

스윽.

놈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리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동빈의 걸음걸이는 더욱 빨라졌다. 충돌하기 바로 직전의 거리까지 좁혔다. 양쪽 다 사정권 안에 들어서기 직전이었다.

멈칫.

“……!”

동빈이 발걸음을 멈추자 정적이 감돌았다. 매우 짧은 침묵이었다. 그러고는…….

“이야아-!”

좌측에 있던 놈이 먼저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우측에 있던 놈도 사시미 칼을 앞세우고 동빈을 위협했다. 호흡이 상당히 잘 맞는 놈들이다.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동빈의 얼굴과 심장을 노리고 들어왔다.

후웅.

동빈은 우선 좌측 놈의 쇠 파이프 공격을 고개를 숙여 피해 냈다.

빙그르.

곧이어 이어지는 칼날은 몸을 한 바퀴 틀어 비켜 냈다.

차착.

동빈은 빠르게 중심을 잡았다. 그러고는 쇠 파이프를 휘두른 놈에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쩡!

동빈의 반격이 막히고 말았다.

꽤나 실력이 있는 놈이 분명했다. 자신의 쇠 파이프를 이용해서 동빈의 발차기를 막은 것이다.

“이런, 젠장…….”

놈은 동빈의 엄청난 공격을 막아 내고도 불만이 많다. 점점 인상이 찌푸려지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휘청.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놈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쳤고 고통스러운 표정까지 지었다.

“이,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놈은 휘어진 쇠 파이프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동빈의 발은 쇠로 만들었단 말인가? 동빈의 공격을 막은 놈이 훨씬 더 심한 충격을 받았다.

손에 감각도 없는 모양이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휘어진 쇠 파이프를 만지작거렸다.

“뭘 놀라고 그러시나… 너도 해 보면 되잖아.”

쉬이잉.

“……!”

동빈의 쇠 파이프가 날아오자 놈은 사색이 되었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제는 놈이 쇠 파이프를 발로 막아야 했다. 충격이 가시지 않아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스윽.

놈은 황급히 무릎을 접으면서 들어 올렸다. 꽤나 단련된 정강이로 동빈의 공격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빠각.

“크악! 제, 젠장…….”

의도는 좋았지만 정강이가 버티질 못하니 문제였다.

놈의 정강이는 힘없이 부러지고 말았다. 땅에 발을 딛지도 못하고 휘청거렸다.

껑충껑충.

한쪽 발로 몸을 지탱해야 하는 신세였다.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껑충거렸다.

“어이, 정신 사납잖아.”

푸악.

묵직한 타격 소리와 함께 놈의 고개가 세차게 돌았다.

동빈의 쇠 파이프가 놈의 관자놀이에 적중한 것이다.

비틀비틀.

맷집은 상당한 놈이다. 정강이가 부러지고 머리에 큰 충격까지 받았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끝까지 버텨 보려는 집념을 보였지만 추한 꼴만 연출할 뿐이었다.

“크윽. 내 다리…….”

부러진 다리가 잠시 땅에 닿으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비명을 질렀다. 황급히 아픈 발을 떼어 내면 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심하게 휘청거렸다.

비틀비틀.

“끄악! 다리가 엄청 아파…….”

차라리 그냥 쓰러지는 것이 낫다.

계속 몸을 허우적거렸고 부러진 다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오두방정을 떨었다.

“별놈의 깡패를 다 보겠네.”

한심한 듯 지켜보고 있던 동빈이 다가갔다. 놈은 고통 때문인지 동빈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다.

스르륵.

동빈은 큰 동작으로 몸을 틀었다.

발차기로 마무리 지을 모양이다. 반 바퀴까지 천천히 회전하면서 뒤돌려찰 준비를 끝냈다.

후앙!

반 바퀴가 넘어가자 순간적인 가속도가 붙었다.

푸악.

360도 뒤돌려차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체중을 완전히 실었기에 파괴력은 으뜸이라 할 수 있었다.

우당탕탕.

놈은 목이 꺾인 상태에서 그대로 날아갔다. 난잡하게 널려 있는 테이블을 부수며 벽면까지 밀려난 것이다.

쿠웅.

풀썩.

벽면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놈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남은 인원은 두 명뿐이었다.

“깡패 두목은 제일 나중에 상대해 주지.”

“……!”

동빈은 사시미 칼을 들고 있는 놈부터 노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놈은 주춤하며 몸을 사렸다. 동료가 멀쩡했을 때 같이 덤벼야 했다. 뒤늦은 후회는 매우 추잡하게 표현되었다.

“오, 오지 마, 이 새끼야!”

슉슉슉.

놈은 반쯤 몸을 뺀 상태에서 칼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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