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2화 (113/224)

쿠앙!

동빈의 주먹이 조폭의 안면에 작렬했다.

놈은 안면이 부서지는 것도 모자라 뒤통수에서도 피가 튀었다. 동빈의 파괴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벽면에 뒤통수를 박은 것이다.

얼굴과 뒤통수가 동시에 깨진 셈이었다.

주르르.

검붉은 피가 벽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놈은 눈을 부릅뜬 상태에서 동빈을 바라볼 뿐이었다.

“뭐가 불만인데?”

“…….”

동빈이 물어도 대답이 없다.

간신히 서 있기는 했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상체가 점점 아래로 처지고 있었다.

기우뚱.

벽면을 타고 쓰러지던 놈의 상체가 급속하게 기울어졌다. 결국 차디찬 바닥에 머리부터 처박고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스윽.

동빈은 깡패 두목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몇 명 남았지?”

처절한 대결은 중반전으로 접어든 상태. 폭력으로 먹고살던 놈들도 동빈의 무력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쇠 파이프와 사시미 칼로 무장을 하고도 형편없이 당하는 처지였다.

“이 자식이 형님에게 버릇없이……!”

“좋다, 이 고삐리 새끼! 누가 죽나 한번 해 보자!”

일진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을 위해 죽도록 싸우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었다. 또 한 놈이 쇠 파이프를 휘두르며 무작정 덤벼들었다.

사삭.

놈들이 반격을 시작하자 동빈도 반응을 보였다.

뛰어드는 놈과 정면으로 맞서면서 가벼운 주먹을 뻗었다.

퍼벅.

동빈의 공격은 실패가 없었다.

“코, 코피…….”

놈은 코에서 흐르는 피를 만져 보고는 움찔거리며 물러섰다. 워낙 빠른 공격이었기에 어떻게 맞았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깡패 새끼가 코피 좀 터지면 어때?”

주춤하는 상대를 가만히 지켜볼 동빈이 아니었다.

터업.

더욱 몸을 붙이면서 놈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버둥버둥.

놈은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동빈의 우악스러운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놈은 얼굴이 붉어지며 난리를 했지만 동빈은 꿈적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씨팔!”

욕을 내뱉으며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것이 놈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스윽.

동빈은 놈의 상체를 앞으로 당기면서 무릎차기를 시도했다.

놈은 얼굴이라도 보호하려 고개를 돌렸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푸악!

거북한 소리와 함께 놈이 게거품을 물었다.

동빈의 강력한 무릎차기는 얼굴이 아니라 복부를 강타한 것이다.

“허억…….”

챙그랑.

놈은 창백한 얼굴이 되어 쇠 파이프를 떨어트렸다.

동빈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상대를 놔두지 않았다. 놈의 한쪽 팔을 꺾으면서 중심을 잡아 주었다. 놈의 안전을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무기를 들고 뛰어드는 놈들을 제지하는 게 목적이었다.

후웅.

쇠 파이프가 날아오자 동빈은 놈의 머리채를 잡고 방향을 틀었다.

빠각.

“크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놈의 머리에서 피가 튀었다.

쇠 파이프니 망정이지 사시미 칼이었다면 생명이 위태로웠을 상황이다.

“쯧쯧쯧. 너희들은 동료애가 전혀 없구나?”

동빈은 피떡이 된 놈의 머리를 세워서 조폭들을 향해 보여 주었다.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똑바로 보라는 뜻이었다.

“젠장…….”

조폭들은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무기만 고쳐 잡았다. 피를 흘리며 해롱거리는 동료를 보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게… 무기 들고 함부로 설치지 말라고 경고했잖아.”

“미친 새끼, 그놈은 내려놓고 다시 붙어 보자.”

“미안해서 어쩌나… 난 이놈이 마음에 드는데?”

꾸악.

동빈은 조폭의 제안과 정반대되는 행동을 보였다.

놈의 뒷덜미를 꽉 움켜쥐고는 방패로 이용하려 했다. 체구가 작은 놈이라 사용하기도 편리했다.

흔들흔들.

놈은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상태였다. 동빈의 힘이 얼마나 센지 놈은 거의 까치발을 한 상태가 되었다. 동빈이 팔을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렸다.

행사장에서 나풀거리는 풍선 인형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미련한 놈이군. 그놈을 방패로 쓴다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넌 우리한테 찍힌 몸이야. 지금이라도 순순히 말 듣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무슨 섭섭한 소리를 하시나? 난 여태껏 버티는 작전을 쓴 적이 없거든. 내 체질에도 맞지 않고… 거치적거리는 장애물은 무엇이든 부숴 버리지!”

“……!”

동빈은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했다.

서슬 퍼런 칼을 들고 있는 놈들을 목표로 삼았다.

“젠장, 이건 또…….”

칼을 쥔 놈은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같은 편을 찌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문제였다.

놈이 주춤하는 순간에도 동빈은 계속 거리를 좁혀 왔다.

“반가운 친구가 왔는데, 뭘 그리 놀라?”

화악.

동빈은 방패로 삼고 있던 놈은 던졌다.

축 늘어진 몸은 휘청거리며 동료를 향해 날아갔다. 칼을 쥔 놈은 피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와락.

“뭐야, 이 새끼… 더럽게 무겁네!”

어쩔 수 없이 동료에게 덮침(?)을 당하게 되었다.

칼을 쥔 놈은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었다. 동료를 떠안고서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

시야가 잠시 흐려졌지만 동빈이 달려온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다. 동료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동빈을 향해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고삐리 새끼, 죽여 버린다!”

슈욱.

칼을 잘 사용하는 놈이 틀림없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번득이는 칼날이 동빈을 향했다. 가운데 낀 놈 때문에 동빈의 시야도 불리하긴 마찬가지였다.

터업.

묵직한 감각이 손목을 통해 전해 왔다.

성공한 것인가? 놈은 확신을 갖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사람을 찔렀을 때의 감각이랑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칼은 매우 위험한 무기지.”

“……!”

차디찬 동빈의 음성에 놈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실패다. 칼끝은 허전했고 손목으로 전해 오는 묵직한 느낌은 점점 강해졌다.

서둘러 칼을 빼려 했지만 기이한 소리가 먼저 울렸다.

우드득.

“크악!”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엄청난 고통.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고 칼을 쥘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챙그랑.

“크악… 소, 손… 내 손!”

놈은 칼을 떨어트리며 계속 비명을 질러 댔다.

동빈은 놈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허공으로 몸을 띄우면서 무릎을 접었다.

후웅.

동빈은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놈의 뒤통수를 겨냥했다.

방패를 삼았던 놈을 다시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려는 행동이었다.

빠각.

푸악.

거북한 효과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동빈의 무릎에 방패로 삼았던 놈의 뒤통수가 박살 나는 것이 첫 번째 소리였고, 연이어 터진 소리는 방패로 삼았던 놈의 머리가 칼을 쥐었던 놈의 안면을 들이받는 소리였다.

주르르.

“크억…….”

이미 의식을 잃은 놈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안면이 뭉개진 놈에게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곧이어 진한 피를 토하면서 동공이 서서히 풀렸다.

“이런 개새끼!”

후웅.

뒤쪽에서 다른 놈이 달려들었다.

세상에 이런 망신이 어디 있으랴! 놈들도 동빈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상황을 인식한 것이다.

굵은 쇠 파이프를 양손으로 쥐며 휘둘렀지만 동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주춤.

사납게 내리꽂히던 쇠 파이프가 중간에서 멈추었다.

동빈이 다시 방패(?)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절친한 동료가 커다란 방해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뭐 해? 어서 쳐 봐.”

“씩씩… 씩씩…….”

조폭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씩씩거렸다.

동빈에게 방패가 된 놈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실수라도 해서 내리친다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아까 한 말은 정정하지. 그래도 동료애는 조금 남아 있네?”

“씩씩… 비겁한 새끼… 씩씩…….”

“괜히 기분 나쁜데… 깡패 새끼들한테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말이야.”

동빈은 여느 때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싸울 때는 말수가 극히 줄어들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약 올리는 듯한 말투로 놈들을 자극했다.

“이 새끼들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라? 깡패 두목이 열 받은 모양이네?”

대치 상태가 계속되자 깡패 두목의 분노가 폭발했다.

“잡힌 놈은 신경 쓰지 말고 김동빈이나 처리해. 시간을 끌려는 수작에 넘어가지 말란 말이다!”

그는 동빈이 숨을 고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한계가 있다는 소리였다.

“혀, 형님. 그래도 우리 식구가 잡혀 있는데…….”

“오죽 못났으면 고삐리 새끼한테 잡혀. 저런 놈은 그냥 뒈지는 게 조직을 위한 거야!”

슈웅.

깡패 두목이 무언가를 던졌다.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오는 물체. 앞은 날카롭고 뒤는 뭉뚝했다.

번뜩이는 칼날을 가진 단검 종류가 분명했다.

“혀, 형님!”

“……!”

조폭들조차 대경실색했고 동빈의 안색도 변했다.

칼의 궤적은 정확히 동빈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힘없이 늘어져 있는 인간 방패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스팟.

동빈은 인간 방패를 치우며 몸을 날렸다.

신속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약간의 피해는 감수해야 했다. 잡고 있던 놈을 던지느라 잠시 주춤한 것이 화근이었다.

텅.

주르르.

깡패 두목이 던진 칼은 벽면에 부딪치며 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동빈의 팔목에도 피가 튀었다. 싸움을 하면서 처음으로 피를 본 순간이었다.

“이거 만만치 않게 나오시네…….”

동빈은 팔목의 상처를 쓸어 냈다.

가벼운 부상이 아닌가? 닦아도, 닦아도 계속 줄기 되어 흘러내렸다. 동빈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래… 끝까지 해 보겠다, 이거지!”

파파팟.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한 동빈이 뛰어들었다.

상처 입은 야수. 살기를 번뜩이며 달려오는 동빈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었다.

“저 새끼 막아!”

후웅.

가볍게 쇠 파이프를 피한 동빈은 상대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상대의 손목을 낚아채면서 꺾기 동작까지 이어졌다.

우득.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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