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1/224)

쿠앙!

동빈의 파괴력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방금도 어설프게 달려들던 놈이 처참히 박살 나면서 날아갔다.

“저 괴물 새끼는 지치지도 않잖아!”

동빈의 대한 두려움이 짜증으로 변했다. 그렇게 싸웠건만 동빈은 힘들어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마에 땀 몇 방울 맺힌 것이 고작이었다.

“저런 괴물은 진짜 처음이다. 인조인간 아니야?”

“씨발… 그럴지도 모르지.”

왜 동빈과 싸워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야 싸울 맛이 날 것 아닌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만 불리해지는 상황이었다.

“에이… 씨발! 제발 좀 쓰러져라!”

후웅.

막무가내로 뛰어드는 놈들이 늘어났다.

동료들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에 자극을 받은 것인가? 아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분명했다. 어차피 맞고 쓰러질 운명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턱.

동빈은 오른팔로 놈의 공격을 가뿐히 막았다. 그러고는 놈의 팔목을 잡아채서 위로 치켜 올렸다. 상대의 몸통을 무방비 상태로 만든 것이다.

“제, 젠장…….”

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동빈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동빈은 사정없이 놈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빠각.

와지끈.

내장이 파열되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둔탁한 소리로 보아 여러 개가 한꺼번에 으스러진 모양이었다.

“씨발 새끼야! 대충 좀 해라!”

자신들도 어쩔 수 없이 싸운다는 일진들의 항변이었다.

동빈이가 건드리는 시늉만 해도 그냥 뻗어 줄 용의가 있었다.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끝장을 보는 동빈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분명히 경고했지. 나는 한번 싸우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고 말이야!”

퍼억.

동빈은 측면에서 달려드는 놈을 찍어차기로 눌러 버렸다. 턱부터 땅바닥에 처박힌 놈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서서히 퍼지는 검붉은 피… 동빈의 손속은 더욱 잔인해지고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이 일진들의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뭐 하는 거야! 김동빈 못 잡으면 우리도 죽는 거야!”

“아직 쪽수도 충분해! 누가 이기나 해 보자, 이 괴물 새끼야!”

와르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반쯤 남은 일진들은 독기를 품고 달려들었다. 작정을 하고 덤벼드는 것이라 그 기세부터 달랐다. 배수진을 친 병사들의 심정과 다를 바 없었다.

“나도 한 무술 했던 놈이야!”

후웅.

날렵하게 생긴 놈이 뛰어들며 발차기를 시도했다.

꽤나 자세가 잡힌 놈이다. 공격 타이밍도 괜찮았고 파괴력도 있어 보인다. 그로서는 최선을 다한 셈이지만 동빈의 상대는 아니었다.

차르르.

퍼억.

속도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놈의 발차기가 성공하기 전에 동빈의 돌려차기가 먼저 작렬한 것이다.

“크억…….”

빙그르.

풀썩-.

놈은 한 바퀴 돌면서 땅에 처박혔다.

허공에 몸을 띄운 만큼의 충격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씨발! 겁먹을 필요 없어!”

나머지 일진들은 악이 받쳐서 계속 뛰어들었다.

절박한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었다. 동빈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자신들도 같은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푸악.

동빈은 정면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팔꿈치로 튕겨 냈다. 그러고는 놈의 턱을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강타했다. 놈의 고개가 젖히자 앞차기로 마무리 지었다.

나머지 놈들에게는 살극무의 연속 동작을 선보였다.

터업.

동빈은 상대의 발차기를 양손으로 막아 냄과 동시에 발목을 잡아챘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꺾기 동작이 이어졌다.

우득.

“끄악!”

놈은 기이하게 휘어진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처절한 비명에 일진들의 반항이 주춤해졌다.

퍽퍽퍽퍽.

달려드는 놈이 없자 동빈이 뛰어들었다.

무작정 한 놈을 잡고는 연이은 팔꿈치 공격을 퍼부었다. 놈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동빈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후앙.

퍼억.

뒤에서 달려드는 놈을 180도 몸을 뒤틀면서 날려 버렸다.

단 한 방에 놈이 뻗자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을 다시 잡아챘다. 참 운이 없는 놈이었다.

푸억푸억.

이번에는 무릎으로 상대의 옆구리를 난타했다. 놈이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자 동빈은 다른 재물을 찾았다.

쩌억.

동빈의 공격이 점점 격하게 변했다.

앞차기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고는 비틀거리는 놈의 머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벽면에 찍어 확실히 피를 보았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일진이라고 설치기는……”

동빈은 또다시 희생자를 찾아 주변을 누비고 다녔다. 체력의 한계가 있다는 진리를 무참히 짓밟는 모습이었다.

“미, 미친 새끼… 내가 죽여 버린다!”

간혹 제대로 반항을 하는 놈도 있었다.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동빈의 빈틈을 찾은 것이다. 물론 그러한 동빈의 빈틈은 그놈 혼자만의 판단이었다.

후웅.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놈은 회심의 발차기를 시도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동빈은 허리를 크게 젖히면서 간단히 피했다. 그러면서 동빈의 몸은 점점 더 휘어졌다.

“……!”

엄청난 유연성이다. 놈은 놀란 토끼 눈을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동빈이 활처럼 몸을 휜 상태에서 발차기를 날린 것이다.

빠각.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턱이 돌아갔다. 발차기 공격을 성공한 동빈은 서둘러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는 놈의 손목을 잡아챘다.

우득.

가볍게 손목을 꺾어 주고는 다시 목을 붙잡았다.

퍼억.

마무리는 파괴력이 큰 무릎 공격이 담당했다.

앞으로 고꾸라진 놈은 다시 일어날 가망성이 없었다.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다가 축 늘어져 버렸다.

“깡패 두목, 시시하니까 학생들은 이제 그만 하지?”

동빈은 조폭 리더에서 시선을 돌렸다.

제대로 서 있는 일진은 여자들을 빼고는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완전히 기가 질려서 오들오들 떠는 몇 놈이 고작이었다.

“이 짓거리 하면서 별놈을 다 상대해 봤지만… 너 같은 괴물은 정말 처음이다.”

암흑가에서 잔뼈가 굵은 그조차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의 예상보다 동빈이 훨씬 빨리 싸움을 끝냈다는 뜻이었다.

“깡패의 칭찬은 달갑지 않은데?”

“글쎄, 칭찬일 수도 있고… 마지막 작별 선물일 수도 있겠지.”

우르르.

조폭 리더가 눈짓하자 무기를 든 놈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각목은 기본이었고 쇠 파이프에 사시미 칼까지 들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리는 장면이었다.

“이번에도 경고하는데, 무기 가지고 함부로 설치면…….”

“왜? 쇠 파이프까지 꿀꺽 삼킬 모양인가?”

“아니,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삼키게 될 거야.”

“……!”

농담을 던졌던 깡패 두목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상하게 동빈의 목소리만 들어도 몸이 경직되는 느낌이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행동의 제약까지 일으킨 것이다.

“뭐 해? 내가 먼저 갈까?”

“독한 놈… 언제까지 당당할 수 있는지 보겠다. 너도 인간인 이상 많이 지쳤을 것이다. 얘들아, 확실히 족쳐 버려!”

우와아!

조폭들이 요란한 기합을 내며 뛰어들었다.

거친 인상만큼이나 위협적인 분위기다. 조폭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퍼억!

쇠 파이프를 들고 오던 놈이 동빈의 발차기에 쓰러졌다.

그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각목과 쇠 파이프가 난무하는 피 튀기는 대결이 이어졌다.

퍼퍼퍼, 퍽!

조폭들과 싸우는 동빈의 몸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그동안 동빈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인가? 파괴력도 눈에 띄게 증가하였고 상대를 쓰러트리는 수법 또한 훨씬 잔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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