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정점
“경고하는데… 어린이들은 절대로 따라 하지 마.”
꿀꺽!
동빈이 열쇠를 삼키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장난이 아닌 것이 확실했다. 조직 폭력배나 학생들 모두 바싹 긴장한 표정으로 변했다.
“어이, 깡패 두목. 무슨 짓을 하든지 밖에서 들리지 않는다고 했지? 참 마음에 드는 장소야.”
“…….”
동빈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깡패 두목 또한 아무런 대꾸도 못 하는 상태로 빠져 들었다.
“어디… 밤새워서 한번 놀아 보자고!”
파파팟.
동빈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뛰어들었다.
예전의 눈빛이 되살아났기 때문일까? 눈앞에서 거치적거리는 것은 무엇이든 박살 내 버렸다.
와지끈.
나무 의자 정도로는 아무런 방어 막이 될 수 없었다.
동빈의 발차기는 의자 등받이를 간단히 부숴 버렸고, 그 기세를 몰아 조폭의 얼굴까지 그대로 파고들었다.
퍼억.
“컥!”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동빈의 발끝이 상대의 목을 파고든 것이다. 놈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비틀거렸고 동빈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후웅-.
동빈은 발이 땅에 닿자마자 주먹을 휘둘렀다.
파워를 최대한 키운 동작이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체중을 충분히 실은 상태에서 일격을 날렸다.
푸악.
조직 폭력배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진한 선혈을 내뿜으며 고개가 젖히는 모습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동빈을 얕잡아 봤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멍청한 새끼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압해!”
“네, 형님.”
허무하게 쓰러지는 동료를 보고 다른 놈이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체격이 엄청난 놈이다. 육중한 주먹을 뻗으며 달려들었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푸악.
움직임이 둔한 놈일수록 동빈이 상대하기는 쉬웠다.
놈의 주먹을 팔목으로 막으면서 복부를 가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연속 동작이었다.
“허억!”
숨을 못 쉬겠는지 놈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 동빈은 인상만 구기고 있는 놈의 목을 잡고는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았다.
철퍼덕.
거북한 소리와 함께 놈의 얼굴은 처참하게 뭉개졌다.
힘에서도 동빈이 한 수 위임이 증명되었다.
놈은 얼굴이 박살 난 것은 기본이었고 목까지 기이하게 돌아갔다.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기에 조폭들까지 주춤할 정도였다.
“뭘 그리 놀라? 이게 너희들 방식 아니었나?”
동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놈들이 제대로 임자 만났다. 동빈은 언제나 폭력의 정점에 있었던 존재였다.
“젠장, 괜히 좋다 말았군. 아쉽지만 내 밑에 둘 그릇은 넘는 놈 같아…….”
“깡패 새끼가 못 하는 말이 없네? 어이, 네 기준의 그릇이 뭔데? 폭력이 기준이면… 날 담을 그릇은 이 세상에 없어.”
성큼성큼.
동빈은 큰 걸음으로 깡패 두목을 향해 다가갔다.
조용히 말로 타이를 분위기는 아니다. 놈들의 방식대로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허… 골치 아픈 놈을 건드리고 말았군.”
깡패 두목은 여전히 의자에 앉은 상태를 유지했다.
동빈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한쪽에 몰려 있는 일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들은 왜 그러고 있는 거지?”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잔뜩 몸을 사리고 있던 일진이 주춤거리며 반문했다.
저 괴물하고 싸우라는 뜻인가? 점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그들의 불안한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놈이군. 형님들이 당하고 있는데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건가?”
“하, 하지만 형님, 저놈은 완전 괴물이라…….”
호리호리한 체격의 일진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성인 조직 폭력배들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현실이다. 학교에서나 폼 잡고 다니던 일진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상대였다.
“멍청한 새끼. 누가 저놈을 이기라고 했나? 최소한의 성의는 보이라는 뜻이다.”
“그, 그렇지만…….”
“이 새끼들, 오냐오냐해 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그동안 네놈들 뒤를 봐준 게 누군데… 너희 새끼들 편하라고 우리가 그 지랄을 떨었는지 알아!”
“…….”
깡패 두목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졌다.
호리호리한 일진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몰렸다. 동빈과 싸우는 것은 미친 짓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저놈 안 막으면… 너희 새끼들은 내 손에 죽는다.”
“……!”
일진들은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었다.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서로의 눈치만 살피며 어쩔 줄 모르는 반응이었다.
“형님 말씀 못 들었어? 빨리 막아, 이 개새끼들아!”
우르르.
험상궂은 조폭의 고함에 일진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직은 조폭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지 모른다. 부리나케 몰려 나와 동빈의 앞길을 막아섰다.
“존나… 이, 이제 어떻게 하지?”
“나도 몰라, 씨발.”
무작정 동빈을 가로막기는 했지만 대책이 서지 않았다.
조폭에게 맞거나 동빈에게 맞거나… 어차피 맞고 떨어질 억울한 운명이었다.
“꼴을 보니 오래 버티진 못하겠군.”
깡패 두목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일진들의 겁먹은 행동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났다. 일진들의 투입은 미봉책에 불과했음을 시인하는 행동이었다.
“똘마니 새끼들이 막는 동안 너희들은 연장 챙겨.”
“네, 형님.”
두목의 명령을 들은 조폭들은 뒤편으로 사라졌다.
요란한 쇳소리로 보아 무기를 챙기는 것이 분명했다.
“뭐 해? 김동빈이 거의 다 왔잖아!”
“에라, 모르겠다!”
모범을 보이겠다는 뜻인가?
깡패 두목에게 직접 명령을 받은 호리호리한 놈이 제일 먼저 뛰어들었다. 악이 받친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지만 동빈은 아무런 반응도 취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사정권에 들어오자 그때서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파팟.
동빈은 가볍게 몸을 피하며 주먹을 날렸다.
빠각!
학생이라고 봐주는 것은 없었다.
조폭을 상대했을 때와 비슷한 파워로 일진들을 상대했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일진은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에이… 씨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잖아!”
“존나! 그냥 쪽수로 몰아붙여!”
와르르.
맥없이 나가떨어진 일진의 희생이 기폭제가 되었다.
겁먹고 서 있던 나머지 놈들이 동시에 뛰어들었다. 흥청망청했던 일일 찻집의 분위기는 예전에 사라졌다. 지금은 학생들의 처절한 비명만 울릴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빈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