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위에 폭력
한가로운 일요일.
동빈은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식사조차 하지 않았다. 오후의 끝 무렵이 되어서야 가방을 메고 2층에서 내려왔다.
“학원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학원 쉬지 않느냐?”
“원장님이 보충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동빈아, 잠시만 이쪽으로 오너라.”
장군은 피아노 학원을 가려는 동빈을 불러 세웠다.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최대한 평상시와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저기 말이다… 진짜 아무런 고민도 없는 것이냐?”
“없습니다.”
또 대답이 짧다. 장군은 다시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너의 아버지다.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아라. 큰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도 위로는 해 줄 수 있다.”
“죄송합니다.”
동빈은 죄송하단 말을 하고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분명했다. 장군은 조금 섭섭한 표정을 지었지만 크게 드러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 동빈이, 네가 말하기 싫으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그런데 말이다. 머리가 많이 지저분하구나. 오늘은 일요일이니 단정하게 깎아라.”
“죄송합니다. 머리를 기르고 싶습니다.”
“……!”
이번에는 충격이 컸나 보다. 장군은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동빈이 대놓고 장군의 말을 거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그래… 한창 젊을 때니 멋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 학교 규칙에 어긋나는 정도만 아니면… 어쨌거나 잘 다녀오너라.”
“오늘은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쿵.
동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현관을 나섰다.
장군은 아직도 갑작스러운 동빈의 변화에 적응을 못 한 표정이었다.
“장군님. 충격이 크십니까?”
송 교관이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군의 이러한 모습을 실로 오랜만이었다.
“아닙니다. 저 나이 때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조금 멍한 기분이지만… 곧 익숙해지겠지요.”
장군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동빈을 아들로 맞으면서 이미 각오는 했었다. 예상보다 동빈의 변화가 심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