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화 (75/224)

미군이 도착한 장소는 스산한 골목이었다.

양편으로 길게 늘어선 건물들은 텅 비어 있었다. 공사를 하느라 반쯤 부서진 건물도 간간이 보였다.

“뭐, 뭐야? 영업 끝난 거야?”

“영업은 무슨… 모두 비어 있잖아?”

미군들은 황당한 표정을 금할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아무리 보아도 성을 팔고 사는 장소는 아니었다.

“데이비드. 확실히 여기가 맞아?”

“그렇다니까? 내가 여기로 배치됐다고 하니까 친구 놈이 꼭 가 보라고 했는데? 규모는 크지 않아도 서비스는 끝내 준다고… 여기 쪽지도 적어 줬잖아.”

예전에는 그런 곳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성매매 단속이 하도 심해서 폐쇄된 지 오래였다.

“열 받네… 그럼 아까 운전한 새끼는 뭐야!”

여기까지 태워 준 미군이 원망스럽다.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를 뗐던 것이 분명했다. 반강제로 차를 얻어 탄 것이 문제였다.

“오늘 진짜 되는 거 없네. 특히… 데이비드.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나 있어? 한국 여자들은 영어 쓰는 남자라면 무조건 넘어간다며? 괜히 클럽에서 패싸움이나 만들고…….”

“내 잘못 아니야. 인터넷에 그렇게 나왔다니까!”

이제는 동료들끼리 말싸움을 벌였다. 고생한 것에 비해서 결과가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정보를 얻으려면 제대로 해야지. 여자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여자는 무슨…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 없다.”

“어이, 말은 바로 해야지. 저기 한 명 있잖아.”

위기에 처한 데이비드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주철이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미군 놈들… 딱 걸렸어.”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다가온 주철은 미군들 앞에서 멈춰 섰다.

“어이, 미군 아저씨들! 말 좀 물읍시다.”

주철은 한국말로 질문했다. 시비성이 강한 어조였지만 당연히 미군이 알아들을 리 없었다.

“이 새끼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돈 달라는 거 아니야?”

미군들은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이었다. 서로가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겠다는 몸동작만 반복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냥 한국 사람을 찾아서 묻는 게 빨랐지만 주철은 포기하지 않았다.

“뭔 미군들이 한국말을 몰라. 내 친구가 이 근처에 사는데요. 이름이 박규라고… 정말 몰라요? 빡큐!”

“……!”

미군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 많이 듣던 욕이다. 한국말에도 비슷하게 발음되는 단어가 있는가? 한번 사고를 친 경험이 있기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다.

“알고 있으면서 쌩 까는 거 아니야? 가운데 손가락이 안 접히는 놈인데… 이름이 박규라고. 빡큐!”

주철은 가운데 손가락만 펴면서 목청을 높였다. 미군들도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파악한 눈치였다.

“이 새끼가 어디서 까불고 있어?”

데이비드는 주먹을 치켜들며 주철을 위협했다.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보디랭귀지. 이쯤 되면 알아서 도망쳐야 하건만 주철은 전혀 반대로 행동했다.

“씨발… 모르면서 왜 인상을 쓰고 난리야? 엉!”

주철은 도끼눈을 뜨고 얼굴을 들이 밀었다. 치려면 쳐 보라는 듯이. 이런 기회를 놓칠 미군이 아니었다.

“이 새끼… 당장 안 꺼져!”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철의 고개가 돌아갔다. 데이비드의 주먹이 주철의 얼굴에 작렬한 것이다.

“오케바리. 먼저 때렸지…….”

“……!”

미군이 봐준 것인가? 주철은 왼쪽 뺨을 어루만지며 묘한 웃음까지 지었다. 당혹해하는 데이비드. 적당히 때린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미안한데… 난 받은 만큼 돌려주거든!”

슉슉.

주철의 반격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데이비드가 방어 자세를 취하기 전에 주먹을 뻗었다. 파괴력은 모르겠지만 상당히 빠른 공격이다. 특수부대 출신의 데이비드가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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