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9/224)

유흥가의 발길이 뜸할 무렵.

동빈이 먼저 클럽을 나왔다. 상쾌한 바람이 무척 좋았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못된 놈… 끌고 나갈 때는 언제고…….”

동빈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클럽 입구를 돌아보았다. 군바리 춤은 추지 말라는 주철의 놀림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았다.

“누군 처음부터 춤 잘 추나… 가르쳐준다고 하고 혼자만 신나게 놀고 말이야.”

동빈이 단단히 삐친 모양이었다. 길을 가면서도 계속 주저리주저리 불만을 늘어놓았다. 한참이나 떨어진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서야 조용해졌다.

“여보세요. 네, 털보아저씨… 아니, 교관님. 접니다.”

동빈은 특전사 캠프에 전화를 걸었다. 무단이탈이 아니라 허락을 구하고 나왔다는 뜻이었다. 계속 이상한 일에 휘말렸기에 지금에서야 보고하는 것이다.

“아니요, 같이 있습니다.”

주철의 무단이탈은 특전사 캠프 측에서도 당혹스런 일이었다. 동빈은 주철을 꼭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빠져나온 것이다.

“네, 좀 늦을 것 같습니다. 걱정 마세요. 반드시 끌고 들어가겠습니다.”

동빈은 서두르지 않았다. 최대한 기분을 맞춰주며 데려갈 심산이었다. 주철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기 때문이었다.

“네, 고맙습니다, 교관님.”

동빈은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보고를 했으니 주철을 무사히 데려가는 일만 남았다.

“이놈은 언제까지 춤만 출 거야?”

동빈은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훈련이 힘들다는 놈이 쉬지 않고 춤을 추다니? PT 받으며 힘들다는 주철의 불명이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관두자. 어차피 캠프로 돌아가면 한참 구를 것 같은데…….”

억울한 마음은 잠시였다.

어찌 보면 안쓰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이야 신나게 놀고 있지만 특전사 캠프로 돌아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뭐야? 이놈은 아직도 안 나왔어?”

편의점 앞을 보니 주철이 없었다. 동빈은 편의점 앞에서 기다린다고 하고 먼저 나왔다. 주철이 약속을 어긴 것인가? 동빈은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웅성웅성.

뭔가 이상하다. 좀 전에 나온 클럽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벌어진 모양이었다.

‘뭐야? 사람들이 왜 저러지? 연예인이라도 출연했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얼굴을 보니 근심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사람들이 더욱 많이 몰리자 괜히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술렁이는지 궁금했다.

뚜벅뚜벅.

동빈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클럽 입구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30대 초반의 아저씨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기요. 클럽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

“한국 사람하고 미군하고 싸움이 붙었대!”

“……!”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주철이 보이지 않는 것도 상당히 수상했다. 여자문제만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정의의 기사로 활동했던 주철의 전력이 마음에 걸렸다.

“저기 자세히 좀 설명해주세요. 누가 무슨 이유로 싸우는지…….”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클럽에서 여자 때문에 싸움이 벌어졌다고 하던데? 어떤 잘생긴 학생이 여자를 보호하려고 나섰다고 하던데?”

“내가 미친다!”

동빈은 서둘러 클럽으로 뛰어들었다. 어떤 상황인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였다. 빼곡히 몰려있는 사람들을 헤치며 힘겹게 전진했다.

“젠장! 이번에는 여자문제야!”

그냥 탈영하게 놔두는 것이 좋았었다. 오늘은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

도대체 몇 번이나 싸워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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