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서슬 퍼런 칼을 들고는 동빈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단단히 각오한 모양이었다.
“칼자국, 그거 내려놓는 게 좋을 거다. 더 이상 동빈이를 화나게 만들지 말자.”
“씨발…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이젠 주철이 만류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현준의 몸을 걱정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동빈이 어떤 사고를 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대형 사고라도 칠 기세였다.
스윽.
분위기 파악 못 한 현준이 칼을 치켜들었다.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진다. 칼이 있으니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김동빈, 어디부터 쑤셔줄까!”
현준이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동빈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를 좁히며 팔을 뻗었다. 맨손으로 서슬 퍼런 칼을 상대하려는 것인가!
사삭.
동빈의 손은 절묘하게 현준의 칼을 비켜 갔다. 그러고는 손목을 쥐고 꺾어버렸다.
으득-.
뼈 부러지는 소리.
동빈은 몸을 측면으로 돌려서 다시 한 번 힘을 주었다.
우드득-.
이번에는 어깨뼈가 으스러졌고 동시에 반대편 팔꿈치로 현준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빠각-.
현준이 고통스런 표정을 짓기도 전에 업어치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철퍼덕.
낙법을 못 쓰고 맨바닥에 떨어진 충격은 대단했다.
현준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지만 마무리가 남아있었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동빈의 주먹까지 작렬한 것이다.
퍼억!
피가 튀는 것은 기본이었다.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목까지 돌아갔다.
한 대로는 성이 안 차는지 동빈은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는데…….
멈칫!
동빈은 순간적으로 주먹을 멈췄다.
이번 공격이 성공하면 현준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이런 고민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전쟁터가 아니라 일반 사회였다.
“…민간인인 걸 다행으로 알아라.”
동빈은 번쩍 치켜들었던 주먹을 내리고 몸을 일으켰다.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도 10명이 넘는 놈들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동빈만의 생각이었다.
“씨발… 저 새끼 괴물이잖아!”
우르르.
나머지 놈들은 줄행랑을 놓았다. 동빈과 싸우는 것 자체가 미친 짓임을 깨달은 것이다. 쓰러진 동료들을 팽개치고 서로 먼저 도망치기 분주했다.
터벅터벅.
더 이상 싸울 상대가 없었다. 동빈이 주철에게 다가갔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싸움이 끝났어도 동빈의 차가운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주철아, 나도 일진이 나쁜 거 잘 알고 있다. 다시는 힘들게 설명할 필요 없어.”
“섭섭하네? 중요한 이야기는 계속 들어도 상관없잖아?”
동빈은 주철이 계속 떠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일진이 안 좋다는 소리를 반복하는 것이 지겨웠다.
“그렇게 잘 아는 놈이 왜 일진을 했었지?”
씨익∼.
“그게 바로 일진의 가장 큰 문제야. 잘못인지 뻔히 알면서 빠져나오기 힘들거든.”
“…….”
동빈은 조용히 주철을 외면했다. 역시 말싸움은 주철이 한 수 위라는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