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양아치들은 완전히 엉망이 된 몰골이었다. 불쌍한 표정으로 동빈과 주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야 했다. 누워있는 놈도 몇 명 있지만 부러워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은 앉을 수도 없을 만큼 심한 부상을 당한 것이었다.
“저, 저기요. 병원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친구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러게 내 충고를 왜 안 들었어! 눈물만 좀 흘리는 게 훨씬 좋았잖아!”
“저희도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양아치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고 말았다. 주철의 충고를 듣고 눈물만 철철 흘리는 게 나았다. 동빈이 나서자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근데 너희들 몇 살이야.”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뭐야? 우리보다 어리잖아.”
양아치들은 주철의 예상보다 어렸다. 말투나 행동을 봐서는 서너 살은 위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빨간 모자, 너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왜 말을 얼버무려? 말 똑바로 못 해!”
타악.
“1, 1학년 다니다 짤렸습니다.”
빨간 모자는 주철에게 한 대 맞고야 제대로 실토했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것이 자랑은 아닌 줄 아는 모양이었다.
“나도 생양아치들하고 더 이상 말하기 싫거든? 경기 연합 애들이 노는 데가 어디야?”
“겨, 경기 연합요?”
“그래 ,경기 연합. 몰라?”
“아, 압니다. 저, 저쪽으로 가면…….”
빨간 모자는 시내 쪽을 가리켰다.
시작은 좋았지만 끝이 엉성하다.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없는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야! 손짓만 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어딘지 안내해!”
“죄송하지만 거긴 워낙 무서워서…….”
“진짜 무서운 게 뭔지 다시 보여줘?”
“아, 아닙니다.”
주철이 노려보자 놈은 경기를 일으켰다. 동빈의 주먹을 경험했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다른 놈들은 병원 가고, 빨간 모자, 니가 안내해.”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야! 빨간 모자.”
“네? 제가 또 무슨 잘못을…….”
빨간 모자는 잔뜩 겁먹은 얼굴이 되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도 섞여있었다.
“그냥 가면 심심하잖아. 너는 포복으로 기어서 가.”
“기, 기어서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군기가 빠졌구만. PT 한번 진하게 하고 길래? 내가 요즘 빨간 모자만 보면 치가 떨리거든.”
“아, 아니요, 아니요. 기, 깁니다, 기어요.”
특전사 캠프 조교들은 항상 빨간 모자를 쓰고 다녔다. 주철은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불쌍한 양아치는 빨간 모자를 썼다는 이유로 땅바닥을 기어야 했다.
“빨랑빨랑 못 갑니까. 이런 것도 못하면서 진정한 양아치라 할 수 있습니까! 그동안 당신이 괴롭혔던 학생들은 이보다 더 험한 모욕을 당했습니다. 벌 받는다 생각하고 빡세게 기어갑니다.”
벅억버억.
양아치는 부상당한 몸으로 힘겹게 기어야 했다. 주철과 동빈이 바싹 따라오니 요령을 피울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