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2/224)

빨간 모자를 잡아라

주철의 예상은 적중했다.

역시 바닥을 아는 것이 중요한 모양이었다. 어두운 골목을 들어서자 자그만 공원이 보였다.

“이곳도 이상한 놈들에게 점령을 당했군.”

동빈은 이런 공원이 낯설지 않았다.

집 근처와 차이가 있다면 훨씬 많은 청소년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철아, 아는 애들 좀 찾았냐?”

“없는데… 그냥 아무나 붙잡고 돈 좀 달라고 할까?”

“그러기만 해봐. 알아서 해.”

“인상 펴라. 농담이다, 농담.”

주철은 시익 웃어주고는 계속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공원에 있는 청소년들의 입장은 달랐다.

“저놈들 뭐야? 근육 자랑 하러 온 거야?”

“누구를 찾는 거 같은데? 혹시, 여자 꼬시러 온 놈들 아니야?”

이상한 차림으로 공원을 기웃거리니 곱게 볼 리 없었다. 둘 다 체격이 장난 아니었고 특히, 동빈의 몸은 예술에 가까웠다.

남자들은 아니꼬운 눈빛을 보냈지만 여자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주철아, 혹시 저 여자 알아?”

“난 저런 애 모르거든.”

동빈이 확신에 차서 말했지만 주철의 반응은 냉담했다. 슬쩍 쳐다보고는 곧바로 외면하는 것이다.

“잘 생각해봐. 계속 웃으면서 너를 쳐다보는데?”

“너도 참 눈치 없다. 우리한테 관심이 있으니 웃는 거 아니야? 저런 애들은 내 스타일 아니거든.”

“그런 거냐? 몰랐다.”

주철의 외모는 괜찮은 편이었다. 아니, 여자들이 혹할 정도로 충분했다. 동빈은 남자들에게 경계의 눈총을 받았지만 주철은 호감의 눈빛을 받았다.

“여긴 없나 보다. 다른 곳으로 가자.”

“그게 좋겠다. 나도 뒤통수가 근질거려서 말이야.”

동빈과 주철은 서둘러 공원을 나섰다. 술렁이는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고, 바로 그때였다

“어이, 근육맨들. 잠깐만 기다려.”

등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호의를 가진 목소리는 아니다. 위협이 가득 담긴 음성이었다.

“주철아, 혹시 우리를 부르는 거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인가?

동빈과 주철은 동시에 멈춰 섰다.

“귀가 먹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이 불렀으면 면상을 보여야 할 것 아니야?”

“어떤 새낀지 모르지만, 너한테 보이려고 내 얼굴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거든.”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이다. 주철은 천천히 몸을 돌리면서 만만치 않은 독설로 응수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너희들 잠시만 따라와라.”

상대는 혼자였다. 배짱이 좋은 놈인지 주철과 동빈 모두를 조용한 곳으로 불렀다.

“못 갈 것도 없지. 어디로 가면 되는데?”

주철은 호기롭게 따라나섰다.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행동이지만 동빈은 껄끄러운 반응을 보였다.

“주철아, 잠시만…….”

“뭐가 잠시만이야?”

동빈은 주철의 어깨를 잡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중요한 내용을 말하려는 표정이었다.

“혹시 말이야…….”

“나도 알아. 저놈 혼자는 아니겠지.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놈들이 더 있을 거야. 그런데… 너랑 나랑 둘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다 부숴버리면 되지.”

주철도 한때 날리던 몸이었다. 동빈이 걱정하는 내용을 예측하고 먼저 입을 열었지만 정답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면 뭔데?”

“진짜 저 여자 몰라? 네가 걱정되나 봐. 눈물까지 글썽하잖아?”

“미친다…….”

동빈은 애초부터 싸움에 관심이 없었다. 누구와 싸우든 몇 명이랑 붙든, 어차피 민간인이라는 생각부터 앞섰다.

“이 새끼들아, 겁먹었어? 안 따라올 거야?”

“걱정하지 말고 계속 길이나 가시지. 동빈이 너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알았어.”

“이상하다. 분명 아는 사이 같은데…….”

동빈은 고개를 갸웃하며 주철을 따랐다. 여전히 싸움에는 관심이 없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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