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1/224)

부우웅.

“아저씨, 고맙습니다.”

동빈과 주철은 떠나는 트럭을 향해 인사했다. 인심 좋은 아저씨를 만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캠프장에서 가장 가까운 시내였다.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것 같은데 경기도야?”

“경기도가 얼마나 큰데?”

주철은 이곳이 경기도란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캠프장이 워낙 한적한 곳에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주철아, 이제부터는 어쩔 거야?”

“어쩌기는? 돈부터 구해야지.”

“돈을 어떻게 구하냐? 아버지한테 연락할 것도 아니잖아.”

“너는 왜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냐?”

이제는 동빈이 염세주의자처럼 보였다. 무조건 안 된다는 말투가 입에 붙었다.

“내 말이 틀렸냐? 누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돈을 꿔줘?”

“다 생각이 있다니까. 우선은 학생들이 많은 곳을 찾아야겠다.”

“거긴 뭐 하러?”

“돈을 좀 얻어야지. 그래야 밥도 좀 먹고 옷도 좀 사고…….”

“서, 설마! 순진한 학생들한테 센타 까려고?”

동빈은 깜짝 놀라서 반문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남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쎈타? 너도 그런 말 쓰냐?”

“지금 그게 문제냐? 돈을 갈취하는 행위는 범죄야, 범죄.”

“내가 양아치냐? 얘들 돈을 갈취하게? 그냥 아는 놈들 좀 찾으려고 그런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근데, 이런 곳에 아는 애들이 있을까?”

동빈의 질문은 적절했다. 생전 처음 온 곳에서 지인을 만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서울이건 지방이건 어디나 다 불량스런 놈들이 있거든. 이 시간이면 가장 활개 치고 다닐 시간인데… 경기 연합 놈들이나 만났으면 좋겠다.”

“경기 연합? 그건 또 뭐냐?

“경기도에 있는 학교 일진들이 모인 조직이다. 강남 연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야, 그런 연합이 전국에 다 있냐?”

동빈은 진짜 몰라서 물었다. 강남 연합이 있고 경기 연합도 있으면, 다른 곳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었다.

“어느 미친놈이 말이다, 전국 연합을 결성하려고 난리 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학생 조직을 키우려는 목적이었지.”

“그 미친놈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이냐?”

동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확실한 주철의 과거는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동빈이, 네가 잘 아는 사람은 그 미친놈을 존나 동경했던 추종자다.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설치고 다녔지.”

“너도 사연이 참 많구나. 그래도 다행이다. 일찍 정신 차렸으니 말이야.”

“다행이지. 누구는 학창 시절의 추억이니 어쩌고 하는데, 모두 개소리다! 일찍 정신 못 차린 게 억울한 뿐이지. 이제 어디로 가나… 그래! 저쪽으로 가면 되겠다.”

주철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길목으로 향했다. 그는 뭔가 확신을 가지고 걸었지만 동빈은 뚱한 반응을 보였다.

“사람 찾는다며 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냐?”

“이 바닥은 내가 잘 알거든. 그냥 따라와라.”

동빈은 조용히 주철을 따랐다. 이 바닥까지 들먹이니 어찌하겠는가? 그냥 믿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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