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9/224)

일상으로의 복귀

강남 연합 사건이 인터넷에 뜨지는 않았지만 사태는 더욱 심각하게 돌아갔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고 현장에 있던 증인들이 너무 많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동빈을 범인으로 의심한 것이다.

터벅터벅.

학업을 마친 동빈은 집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수군거리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찾아오는 놈들이 없어서 좋기는 한데…….’

강남 연합 전멸 사건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멋모르고 도전하는 놈들이 일시에 사라진 것이다. 걸리면 진짜 죽는다는 소문이 서울 전역에 파다했다.

‘주철이가 많이 삐친 것 같아 걱정이네.’

사건이 벌어지고 이틀이 경과했고 동빈과 주철 사이에는 이상한 냉기가 흘렀다. 뭐에 토라졌는지 주철은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한숨 푹푹 쉬며 어떻게 할 거냐고 다그치던 때가 그리울 정도였다.

“으응?”

집으로 들어서기 진전. 동빈은 수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대부분이 군용 차량이었다.

“조용히 넘어가나 했더니 틀린 건가…….”

동빈은 장군님께 사실대로 모든 내용을 보고했었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군지 궁금했지만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장군은 동빈의 보고만 듣고는 조용히 쉬라고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덜컹.

“학교 다녀왔습니다.”

동빈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며 인사했다. 평상시보다 집안이 분주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자리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김동빈… 오랜만에 보는군. 사회에서는 처음인가?”

먼저 인사를 건넨 인물은 장군의 최측근이었다. 군에서 항상 장군을 보필하는 인물이었고 동빈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보좌관님.”

꾸벅.

“아, 안녕… 그동안 잘 지낸 모양이군.”

보좌관은 동빈의 인사가 낯선 표정이었다. 거수경례가 아니라 일반 학생처럼 고개만 숙인 인사.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었다.

“마침 잘됐군. 동빈이도 앉아라.”

“네, 장군님.”

동빈은 가방을 벗고 소파에 앉았다. 장군과 보좌관 그리고 송 교관과 동빈. 군사 작전회의가 아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좌관, 계속 말해보게.”

“알겠습니다. 학생들의 피해는 경찰이 담당할 문제입니다. 저희가 관여할 사항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섬광탄입니다. 경찰에서 보내 온 자료를 보면… 특수부대에서 쓰는 것이 확실합니다.”

“언론 통제는 어떻게 됐지?”

“가장 먼저 조치를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수사 협조를 요청해 왔습니다. 극비 사항이라는 명분이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끄덕끄덕.

장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복잡할 때 보이는 반응이었다.

“그 외에 다른 문제는 없는가?”

“비밀 코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또 다른 말썽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서둘러 봉합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비밀 코드! 장군님도 아시는 내용인가?’

동빈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이번 사건의 진짜 범인. 예상대로 국가에서 키운 특수 요원이 분명했다. 어떤 코드인지 장군과는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건…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한다.”

“장군님. 정적에게 약점을 잡힐 수도 있습니다. 국가 인권위원 사건 때도 많은 희생을 감수했습니다. 신속히 처리하는 편이…….”

“그만.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번복은 없다.”

“알겠습니다.”

보좌관은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군의 의지가 정해졌으니 그대로 밀고 나가야 했다. 물론 모든 실무는 보좌관의 몫이었다.

“지금 곧 경찰서로 향한다.”

“네, 차질 없이 준비하겠습니다.”

“동빈이 너도 준비해라. 송 교관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만 집에 있으면 뭐 합니까? 심심한데 경찰서 구경이나 가야지요.”

장군이 일어서자 동빈과 송 교관이 뒤를 따랐다. 보좌관은 신속하게 움직이며 떠날 채비를 했다. 차량이 준비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모두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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