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2/224)

우르르.

중학교 하교 시간. 재잘거리며 나서는 학생들로 주위는 북적였다. 아직은 어린 티가 흘러 교복이 부자연스러운 학생도 있었고 교복을 손봐서 최대한 멋을 부린 학생들도 보였다.

“아! 씨발. 졸라 빠른 고딩 때문에 이게 뭐야.”

“당분간 조용히 지내자. 다시 눈에 띄면 작살낸다고 했잖아.”

불량스런 복장과 말투. 동빈에게 대들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중학생들이었다.

“돌겠네. 마땅히 시간 보낼 곳도 없고…….”

“그 고딩 너무한 것 아니야? 우리 아지트까지 뺏고 말이야.”

공원을 폐쇄당한 것이 분할 따름이었다. 이렇게 끝까지 수업을 듣는 것도 적응이 되지 않는 눈치였다.

“선아야, 어디 갈 데 없냐?”

“가긴 어딜 가. 조용히 공부나 해라. 응?”

남학생들과 조금 떨어진 간격을 두고 여학생들이 걸었다. 딴에는 반갑게 인사를 했으나 선아의 반응은 매우 냉담했다.

“너 요즘 왜 그러냐? 너무 이상한 거 아냐? 혹시 생리하냐?”

“시끄러…….”

“야, 괜히 선아 기분 건들지 마라. 그냥 우리끼리 노래방이나 가서 재미있게 놀자.”

남학생들은 선아의 눈치를 살폈다. 선아가 인상까지 구기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노래방 가려면 돈이 있어야지. 삥 뜯어?”

“그러다 걸리면? 진짜 죽고 싶어?”

거의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기에 모든 생활이 조심스럽다. 학생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모험보다는 각자의 돈을 걷는 것이 마땅했다.

“돈 좀 더 내라. 야, 넌 만날 돈이 없냐?”

“어쩔 수 없다. 담배 값이 너무 올랐잖아.”

“야, 저기 좀 봐. 애들이 몰려있는데? 연예인이라도 왔나?”

“글쎄?”

내리막길 근처에서 학생들이 몰려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얼굴이라도 보려고 기를 쓰는 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난 여자 가수가 좋은데…….”

“꿈 깨라. 키를 보니 남자다. 근데 꽤 낯이 익은데…….”

내리막길이고 상대가 등을 돌린 모습이라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꽤 유명한 연예인인가? 상당히 낯이 익은 모습이었다. 중학생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마침내 화제의 주인공을 대면하게 되었는데…….

“……!”

학생들의 눈은 몰라보게 커졌다. 충격을 넘어서 경악에 빠진 표정이었다.

“졸라 빠른 고딩…….”

“설마 우리 잡으러 왔을까…….”

“염병… 나 지금 저놈과 눈 마주쳤다.”

“뭐 해, 씨발… 빨리 튀어!”

파다다닥.

학생들은 허둥지둥 뛰기 시작했다. 잡히면 죽는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일이라 판단했기에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비켜! 씨발 것들아!”

무리 지어 내려오는 학생들은 장애물이 되었다. 피해서 안 되면 그냥 밀치면서 뛰었다. 주변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야, 혹시 딴 놈 잡으러 온 거 아니야. 졸라 빠른 고딩은 조용히 걸어오는데!”

아우성을 치는 자신들과 달리 동빈의 발걸음은 여유로웠다. 몰려드는 학생들을 뿌리치며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다.

“헉헉… 저게 고단수야. 일부러 시간을 끌어 피 말려 죽이려는 수작이지! 졸라 숨차다.”

“띠불! 운동을 좀 하는 건데… 헉헉… 학교는 왜 이리 높아!”

학생들의 뜀박질이 더욱 빨라졌다. 동빈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었다.

“야, 너네, 어디 가? 노래방 간다며?”

여학생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노래방 간다며 설쳤던 놈들이 다시 뛰어오는 것이다.

“씨발! 지금 노래방이 문제야!”

“왜? 돈 없어? 우리가 좀 보태줄까?”

“마, 말 시키지 마. 졸라 빠른 고딩이 왔어!”

우르르.

남학생들은 빠르게 여학생들을 지나쳤다. 졸라 빠른 고딩이라면 동빈이 확실했다. 그러나 여자는 손을 안 댄다는 소문이 있기에 여학생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물론 한 명은 예외였다.

“……!”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본 선아는 사색이 되었다. 그렇게 쫓아다닐 때는 언제고? 동빈의 모습을 보자마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아야, 왜 그래?”

“에이… 씨!”

파다다닥.

뛰는 것도 전염이 되는가? 선아는 가방까지 팽개치며 내달렸다. 저번에도 증명되었지만 상당히 빠르다. 방금 지나친 남학생들까지 추월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서, 선아야, 너 언제부터 그렇게 빨랐나?”

“말 시키지 마!”

선아도 필사적으로 달렸다. 추월당한 남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뭘 그리 멍하니 보고 있어. 빨리 뛰어! 졸라 빠른 고딩도 뛰기 시작했단 말이야.”

“띠불…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선아의 모습을 확인한 동빈이 속력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겁에 질린 남학생들은 이를 악물고 속력을 높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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