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8/224)

끝없는 싸움

동빈은 평소보다 일찍 학교로 갔다. 이제는 아침 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동빈을 노리는 놈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현했기 때문이었다.

불쑥.

“네가 명성고의 김동빈이냐?”

학교와 집의 중간쯤에 위치한 골목. 조금 으슥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들이었다. 오늘은 운동이나 될까 모르겠다. 단출하게 다섯이었다.

“눈이 삐었냐? 너희들을 위해서 계속 이름표 달고 다니잖아.”

“소문대로 깡이 세군.”

“깡이야 네놈들이 더 세지… 그렇게 박살 나고도 끊임없이 찾아오니 말이다.”

동빈이 경찰서에 불려갔던 사건은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삶에 익숙해진 것인가? 동빈은 가볍게 몸을 풀면서 싸울 준비에 들어섰다.

“김동빈, 긴장 풀라고.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야.”

놈들은 양손을 가볍게 치켜들며 싸울 의향이 없음을 선언했다.

“그럼 아침부터 왜 찾아온 거야!”

동빈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싸우는 게 낫다. 말재주보다 주먹을 쓰는 재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부터 소개하지. 너도 들어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휘성고 일진이다.”

“그런데?”

동빈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일진이다. 동빈을 찾아온 놈치고 일진 아닌 놈이 없을 정도였다.

“용건은 간단하다. 함께 일해보자. 조만간 전국구로 진출할 예정이거든. 대우는 충분히 해주겠다.”

“전국구? 혹하는 제안이지만 늦었어. 나는 이미 다른 조직의 일진이거든.”

“으흠? 언제나 혼자 행동한다고 들었는데?”

놈들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선수를 놓친 것이 아깝다는 반응도 섞여있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도 많지. 이제 알았으면 꺼져 주실까?”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어디 소속이냐?”

놈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동빈을 영입한 일진이라면 보통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너희들은 감당할 수 없는 조직인데… 꼭 알고 싶어?”

“물론이다. 우리와 적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니까.”

“이건 일급비밀인데… 나는 말이야…….”

동빈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놈들은 바싹 긴장한 상태에서 침묵을 유지했다. 상당히 거대한 조직을 언급할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우리 동네 조기 축구회 일진이다.”

“…….”

놈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하도 기가 막혀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뭘 그리 뚱해? 우리 조기 축구회가 얼마나 센데? 예전에 대표 선수였던 사람도 엄청 많아. 너희들은 이진도 되지 못할걸.”

“김동빈… 지금 우리와 장난하자는 거냐?”

“장난이 아니지. 괜히 학생들이나 괴롭히는 일진보다 조기 축구회 일진이 훨씬 보람 있지 않을까? 내 말이 틀렸나?”

분명 장난이 아니다. 동빈의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 너희들과는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면 후회하게 될 거다.”

“실력 행사라도 하시려고? 마침 잘됐군. 아침 운동을 건너뛰나 걱정했는데 말이야.”

이제는 말로 해결될 분위기가 아니었다. 동빈이 공격 자세를 취하자 놈들도 바싹 긴장했다. 일대일로 동빈을 이길 수 없음은 그놈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한꺼번에 덤벼들 모양인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뭐 해? 어서 덤비지 않고! 나 학교 가야 하거든.”

“이 자식을 그냥!”

후웅-.

동빈의 도발이 먹혀들었다. 제일 앞서 있던 놈이 주먹을 날리며 뛰어들었다. 일진이라고 으스대는 놈들이 대부분 그렇듯 실력은 형편없었다.

퍼억.

동빈은 상체를 틀면서 놈의 목을 가격했다. 얼마나 손이 빠른지 제대로 확인조차 못 할 정도였다.

“크억…….”

놈은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숨을 쉴 수 없는지 계속 땅바닥을 뒹굴며 버둥거렸다.

“뭐, 뭐야 이건……!”

“저놈 괴물 아니야?”

나머지 놈들은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꽤나 싸웠다고 자부했지만 실력 차이는 명확했다. 머릿수로 밀어붙이고 악과 깡으로 버티면서 이겼던 싸움과는 차원이 달랐다.

“너희들은 진짜 싸움을 한 번도 못 했구나. 학교 일진이라는 놈들의 수준이 고작 이거야? 조기 축구 일진도 못 이겨?”

“…….”

동빈에 대한 소문은 사실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일진이라는 개념이 싸움을 잘하는 것이라면, 실력 차이는 더욱 확실해졌다. 놈들이 일개 학교의 일진이라면 동빈은 대한민국 특수부대의 일진이었다.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어설프게 쌈질하는 놈들이 꼭 사고를 치지. 어서 덤벼. 폭력이라면 치가 떨리게 만들어주겠어!”

“……!”

파파팟.

동빈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한 방에 한 놈씩 끝내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침 운동 아닌가? 몸이 풀릴 때까지 조금은 길게 끌었다. 반면, 놈들의 괴로움은 배가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병원에 실려 가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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