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화 (37/224)

동빈의 신원은 곧바로 경찰서에 인계되었다. 가벼운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간단한 신분 확인 작업을 끝낸 동빈은 다시 생활 안전과로 넘어갔고 가해자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러니까… 조직 폭력배와 싸운 동영상이 인터넷에 뜨면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청소년 관련 범죄를 담당하는 경찰이 동빈을 조사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한 남자였다.

“싸우기 싫어 도망치려 했는데 그놈들이 쫓아왔고… 어쩔 수 없어 가해를 입힐 수밖에 없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은 비슷합니다.”

동빈은 주철의 충고대로 말을 아끼지는 않았다. 그날 밤 공원에서 벌였던 행동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정직이야 말로 진실을 밝히는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했지만 담당 경찰의 반응은 영 아니었다.

“내가 경찰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청소년 담당은 꽤 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말이야, 피해자 조사에 의하면 자네 혼자서 20명 정도와 싸웠단 말인데…….”

“죄송하지만 20명이 조금 더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명도 넘어… 진짜 할 말 없게 만드는 놈이네.”

동빈을 담당한 경찰은 계속 조사를 해야 할지 의문이 드는 모양이었다. 컴퓨터로 조서를 꾸미는 것을 잠시 접어두었다. 이십 대 일의 싸움. 괜히 기록을 했다가 상관의 질책이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동빈이 진짜 싸운 인원수를 밝혔다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때린 것은 인정하지만 싸움의 근본적인 발단은 그놈들에게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겠습니다.”

“협조라고?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을 잘 들어봐. 이십 대 일의 싸움이 붙었어. 그 20명은 우리가 직접 조사한 숫자야. 그런 어처구니없는 싸움의 결과를 볼까? 자네는 하나도 다친 데가 없이 멀쩡해. 그렇지? 반면 상대편은 전치 8주에서 12주까지 다양하게 나왔어. 이걸 나보고 믿으라고? 솔직히 말해. 공범이 또 있지!”

진실을 밝혀도 소용이 없었다. 담당 경찰은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찾으려 혈안이 되었다.

“공범은 없습니다. 저 혼자 처리했습니다.”

“정말 답답하네. 혼자서 죄를 뒤집어쓰겠다는 거야? 전치 6주부터 구속인 건 알고 있어? 어느 조직이야? 동영상에 등장하는 그놈들 아니야? 빨리 말하는 게 신상에 좋아!”

“저는 조폭을 싫어합니다.”

경찰의 질문과 동빈의 답변은 평행선을 달렸다. 모두가 일리가 있는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는 상황을 낳게 된 것이다.

“이봐, 사실대로 말해야 내가 도울 것 아니야? 지금은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혼자 감당하기에는 피해자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정당방위도 한계가 있단 말이다. 혹시… 폭력배에게 협박을 받은 거 아니야? 혼자서 죄를 뒤집어쓰라고 위협당했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저의 의지였습니다.”

“제발 그런 쓸데없는 의지는 버려. 정말 인생 망치고 싶어? 아무리 학생의 신분이라도 이번은 대충 넘어갈 수 없어. 게다가 지금은 학교 폭력 근절 기간이야.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내가 진실을 알아야 선처를 호소할 것 아니겠어?”

“저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죄가 있다면 벌을 받겠습니다.”

동빈의 태도는 강경했다. 그러나 담당 경찰에게는 막무가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그냥 포기하겠지만 동빈을 담당한 경찰은 달랐다.

“좋아. 우리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를 풀어가자.”

그는 자신의 의자를 앞으로 끌어당기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차분한 목소리를 회복하고는 다시 조사를 진행했다.

“동빈 학생, 집안에 불만이 많아? 자신을 망가트려서 부모님께 복수할 생각이냐고.”

“집안에 불만은 없습니다.”

“그럼, 부모님을 생각해서도 네가 이러면 안 되지. 나도 미친 척하고 그대로 조서를 꾸밀 수 있어. 피해자 조사와 가해자인 자네의 증언이 일치하거든. 그러나 이건 내가 싫어. 자네가 어떻게 나오건 나는 꼭 진실을 밝혀낼 거야.”

담당 경찰도 만만치 않았다.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서로가 답답해지는 상황이 계속되자 동빈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번에 상대했던 학생들을 불러주십시오. 직접 대면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입니다.”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은데… 피해 신고 학생들은 비밀 보장과 신변 보호 조치를 받고 있어.”

꿈틀.

동빈의 얼굴에 주름이 갔다. 학생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것이 분한 게 아니었다. 동빈은 잔뜩 일그러졌던 인상을 풀고,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 놈들은 비밀 보장이나 신변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놈들 보호할 시간이 있으면 진짜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해주십시오.”

“집안에는 불만이 없지만 경찰에게는 불만이 많은 모양이군.”

“경찰에도 불만 없습니다. 그놈들에게 불만이 있습니다.”

“위험한 말은 삼가는 게 좋아.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하면 가중처벌 받아.”

“복수 따위는 안 합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싶을 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휴∼ 정말 어려운 문제로군. 미안하지만 조금 쉬었다 하자고… 어제 밤을 새웠더니 피곤해서 말이야…….”

담당 경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었고 진짜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박 형사, 무슨 일이야?”

50대 정도의 중년인이 나타났다. 학원 폭력 근절이라는 벽보가 붙어있는 출입문을 들어서더니 곧장 담당 경찰에게 다가왔다.

“과장님, 나오셨습니까.”

담당 경찰은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인사했다. 동빈을 슬쩍 바라본 중년인은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뭐야? 학교 폭력 건이야?”

“그렇습니다, 과장님. 공원에서 벌어진 사건의 용의자입니다.”

“쯧쯧쯧… 어린놈의 새끼가… 공부는 안 하고…….”

생활안전과 과장은 혀끝을 차며 중얼거렸다. 커서 뭐가 될지 걱정이라는 푸념이었다.

“조서가 완성되면 곧 보고드리겠습니다.”

“시간 끌지 말고 지침대로 해결해.”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혼자 죄를 뒤집어쓰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 타일러서…….”

“박 형사, 우리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이야? 이렇게 쓸데없는 일에 매달리면서 만날 인원만 보충해달라는 불평이나 하고, 박봉이네 피곤하네 하는 거는 다 헛소리야. 일처리나 제대로 하고 그따위 소리를 하란 말이야.”

“시간이 문제가 아닙니다. 피해자들의 진술도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정당방위의 성립 여부도 아직…….”

“자네 또 시작인가? 상관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쾅.

과장은 서류철까지 내던지며 언성을 높였다.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담당 경찰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계속 침묵을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찰 짓도 정말 못 해먹을 짓이야. 위에서는 상관이 쪼고 부하직원들은 말대꾸나 찍찍 하고…….”

“…….”

“다시 한 번 말하겠는데 신속하게 처리해.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진작 이렇게 나올 것이지… 그럼 수고하고…….”

담당 경찰이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자 과장의 화가 누그러졌다.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수하를 위로하고는 동빈을 슬쩍 보았다.

“이런 놈을 자식이라고 낳은 부모들이 불쌍하다.”

과장은 충고 한마디 하고 떠나려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주변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죄송하지만 저는 별로 불쌍하지 않습니다.”

“험… 험…….”

소박한 차림의 장군이 등장하자 과장은 괜한 헛기침을 해댔다. 아버지 앞에서 자식을 욕한 것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껄끄러운 행동임은 분명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김동빈 학생의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장군님…….”

동빈은 주춤주춤 몸을 일으켰다. 장군을 볼 면목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장군의 발걸음은 동빈이 아니라 과장에게 향했다.

“과장님이시죠. 시간 있으면 잠시 이야기 좀 했으면 합니다.”

“나, 나요?”

“그렇습니다. 제 아들 건으로 긴히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정중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필요한 일이라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과장은 장군이 고개를 숙이자 안도하는 눈치였다. 자식을 욕했던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이러한 경우라면 따로 만나도 손해날 리 없었다.

“박 형사. 신중하게 처리하게. 이쪽으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과장은 장군을 안내하며 생활안전과를 빠져나갔다. 그들을 바라보는 박 형사의 표정은 잔뜩 굳은 상태였다.

“제길… 건수 채우려고 빨리 처리하랄 때는 언제고… 돈이 보이니 또 마음이 변했지…….”

박 형사는 매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었다. 과장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다시 동빈에게 시선을 주었다.

“앉아라. 다시 시작해야지. 너희 집에 돈 많냐?”

“잘 모릅니다.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놈아. 제발 부모님 좀 걱정시키지 마라. 부모가 뭔 죄가 있냐? 자식들 키워보겠다고 고생하시는 게 안 보이냐? 자식 놈들은 사고 치고도 당당하고 불쌍한 부모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니… 자! 이제 사실대로 털어놔. 진짜로 학생들을 때린 게 누구야!”

“혼자 했습니다.”

“…….”

동빈에 대한 조사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한껏 분위기 잡았던 담당 경찰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한편, 생활안전과 과장은 장관과 함께 복도로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는 복도 끝 구석으로 향했다.

“여기가 괜찮을 것 같군요. 그래,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아시다시피 학교 폭력 근절 기간이라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가기 힘듭니다.”

과장의 목소리는 조금씩 늘어졌다. 뭔가 바라는 눈치가 분명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지 일사천리로 말을 진행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한창 크는 아이들이 싸움 좀 한 것 아닙니까? 복잡하게 만들 필요 없이 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과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배짱 좋은 부모는 처음이라는 반응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대꾸를 못 했지만 곧이어 안정을 되찾았다.

“그 아비에 그 아들라고 하더니… 제정신으로 하는 말입니까?”

“물론 멀쩡한 정신으로 하는 말입니다. 조용히 풀어주시지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과장은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분명했다. 이럴 때는 무조건 강하게 나가야 했다. 과장은 준엄한 목소리로 장군을 꾸짖기 시작했다.

“부모라는 사람이 정신을 못 차렸군!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헛소리나 하고…….”

“닥쳐! 정신 못 차린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

과장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장군의 눈초리는 매서웠다. 위험한 조직 폭력배와 대치했을 때에도 이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았었다.

“한 경감. 아니, 작년에 승진을 했으니 이제 경정이 되었나?”

“다, 당신 뭐야!”

“승진을 하시더니 기억력이 짧아졌군. 내가 방금 했던 말은 일 년 전에 당신이 했던 말이야. 그때 내 아들은 학원 폭력의 피해자였어. 그때는 집중 단속 기간이 아니라 그런 말을 하셨나!”

과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죄송합니다. 결제가 밀려서 그만…….”

“멈춰…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재미없을 줄 알아. 그동안 네놈이 저질렀던 부정은 내가 다 기록해두었다.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 했던 과장이 멈춰 섰다. 찔리는 게 많기는 많은 모양이었다. 부정을 저지른 일이 없다는 변명조차 못 하는 상황이었다.

“한 경정, 내가 충고 하나만 하지. 모든 사고는 말이야, 원칙을 지키지 않기에 발생하는 거야. 특히,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되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거든.”

“나, 나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소.”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이 가장 기운 빠질 때가 언젠지 알아? 너 같은 놈 때문에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까지 똑같은 취급을 당할 때란 말이지.”

“마, 말이 심하군요.”

“심해? 아무리 심해도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보다 심할까.”

과장은 장군의 시선을 외면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의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의 살기가 느껴졌다.

“나, 나한데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이번 사건은 조용히 해결해.”

“부, 불가능합니다. 요즘 학원 폭력은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게다가 피해자들의 상태도 좋지 않고…….”

“더러운 물이 한꺼번에 깨끗해질 수는 없지. 겨우 일 년 전의 일이야. 학교도 그때와 똑같이 쉬쉬하려고 애쓸 테고… 동빈에게 맞은 놈들도 구린 것이 많잖아. 자네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안 그래, 한 경정?”

끄덕끄덕.

과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오금이 저려서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다.

“나는 밖에서 기다리겠어. 한시라도 빨리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군.”

“아, 알겠습니다. 제가 서둘러 처리하겠습니다.”

장군이 길을 열어주자 과장은 부리나케 뛰어갔다. 동빈을 꺼내주려고 서두르는 것인가? 묘하게 변한 과장의 표정을 봐서는 함부로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 경정, 아마도 내 신상 명세부터 파악할 속셈인가 본데…….”

흠칫.

과장은 경기를 일으키며 발길을 멈췄다. 자신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경찰서장 정도는 되어야, 내 기본적인 자료를 열람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진짜 인맥을 사용하면 너 같은 놈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어. 왜 복잡하게 자네를 찾아왔는지 알아? 더러운 일은 더러운 놈이 맡아야 하거든.”

“…….”

장군은 천천히 과장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과장은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장군의 충고를 들어야 했다.

“잘 들어. 이번 일은 끝이 아니야. 나의 복수는 이제부터 시작이지. 사회에서 매장당하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처신해.”

토닥토닥.

장군은 과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 사라졌다. 그 어떤 위협보다 살 떨리는 장면이었다. 온몸에 경기를 일으키는 과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늦은 저녁 시간.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조사가 끝났다. 동빈은 단순한 목격자로 취급되어 풀려난 것이었다. 장군과 과장이 대화를 마치고 곧바로 벌어진 일이었다.

“고생 많았다. 몸은 괜찮으냐?”

경찰서 입구에서 기다리던 장군이 동빈을 맞아주었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동빈을 바라보았다.

“네… 면목 없습니다.”

“고생이 많았다는 위로는 아비로서 한 말이다. 그러나 예전 상관의 입장이라면 위로가 아니라 충고를 했을 것이다. 무력은 말이다, 당하는 놈들이 크게 느낄수록 더욱 효과적이지. 공원에 있던 놈들을 확실히 처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놈들은 너를 언급하는 것조차 두려워서 벌벌 떨었겠지.”

“명심하겠습니다, 장군님.”

“명심까지는 필요 없다. 나는 이제 상관이 아니고 아버지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라.”

장군과 동빈은 큰길로 들어섰다. 장군이 앞서 걷고 동빈은 뒤에서 조용히 따르는 모양새였다.

“늦었으니 저녁이나 먹자꾸나. 뭐 먹고 싶으냐?”

“장군님, 이런 데서 나오면 말입니다. 두부를 먹어야…….”

“그건 교도소지.”

“그, 그렇습니까.”

동빈은 아직도 사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 괜히 민망한지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저쪽에 가면 순두부찌개 잘하는 곳이 있다.”

“네, 열심히 먹겠습니다.”

장군은 결국 두부를 선택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단둘이 외식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일 년 전 이맘때.

장군은 진짜 아들과 이곳을 걸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는 위로를 하지 않았다. 뭐가 모자라서 맞고 다니는 것이냐며 꾸중부터 퍼부었다. 네가 약하게 보이니까 그런 놈들이 더 괴롭히는 거라며 훈계를 했었다.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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