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4/224)

복수는 시작되었다

파파팟.

동빈은 수십 명이 버티고 있는 공간으로 몸을 날렸다.

투철한 군인 정신으로 무턱대고 뛰어든 것은 아니다. 이미 상대에 대한 전력 분석은 끝마친 상태. 철저히 부숴버릴 계산을 세워놓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수적으로 불리한 싸움.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일이다.

동빈의 첫 번째 목표는 무리 중에서 가장 덩치가 좋은 놈이었다. 파워 넘치는 동빈의 찍어차기가 덩치의 머리통을 정확히 가격했다.

빠각.

“……!”

육중한 체격 때문인지 덩치의 몸놀림은 둔한 편이었다. 피하려고 움찔하긴 했으나 결국 동빈의 발차기에 당하고 말았다.

“마, 만수야! 괜찮아?”

깜짝 놀란 동료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매우 둔탁한 소리였다. 머리뼈가 깨진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씨, 씨불…….”

“괘, 괜찮구나. 정말 괜찮은 거지?”

체격만큼이나 맷집이 대단한 놈인가?

덩치는 눈 주위만 실룩이는 반응을 보였다. 기분 나쁘다는 욕만 내뱉을 뿐이었다.

동료들의 표정은 대번에 밝아졌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씨불…….”

“마, 만수야, 왜 그래?”

덩치의 상태가 이상하다.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제는 눈까지 뒤집히기 시작했다.

“씨…불…….”

비틀비틀.

커다란 바위가 천천히 기울어지는 모습이었다.

동료들이 부축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두 명이나 매달렸지만 덩치의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풀썩.

덩치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차디찬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마, 만수야… 이런 개새끼를!”

동료가 당했기 때문인가?

열 받아서 눈에 쌍심지를 켜는 놈이 있었다. 가장 많이 떠들며 분위기를 이끌던 놈이었다.

퍼퍽.

이럴 때는 더욱 처참하게 밟아줘야 했다. 친구만 믿고 설치는 부류는 대부분 실력이 형편없었다.

“크엑! 그, 그만……!”

동빈의 현란한 주먹에 피가 튀는 장면이 연출됐다.

실력은 없어도 비명 하나는 대단했다. 공원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며 난리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추하기 이를 데 없었다.

“씨, 씨발… 도, 도와줘! 크악…….”

인간관계가 과히 좋지 않은지 도와주는 놈은 없었다.

동빈의 파상 공세는 계속 이어졌고 깔끔한 뒤돌려차기로 마무리를 지으려 했다.

후앙.

동빈은 뭘 해도 자세가 나왔다.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멋있기만 한 동작도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뿜어 나오는 파워와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쩌억-!

“…….”

투박한 소리와 함께 놈의 고개가 완전히 돌아갔다. 제정신이 아닌지 이번에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휘청휘청.

술 취한 사람처럼 팔과 다리를 심하게 휘청거렸다. 반쯤 벌어진 입을 보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풀썩.

놈은 몇 발자국 움직이지도 못했다. 의리를 과시하기 위함인가? 먼저 기절한 덩치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요란했던 비명이 사라지자 공원 전체가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공원 분위기가 달라졌다.

동빈을 위협하던 무리는 주춤주춤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동빈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한 것이다.

“뭐냐… 졸라 잘 싸우는 놈이잖아.”

“젠장할, 동영상이 사실 같은데…….”

머릿수만 믿었던 놈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며 몸을 사렸다.

중심 세력을 잃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여러 무리가 뒤섞여 있기에 혼란은 더욱 증폭되었다.

“다음은 어떤 놈이야.”

“…….”

동빈의 목소리에 주위가 더욱 조용해졌다. 먼저 나서면 손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모두가 딴청만 피우자 한 놈이 불쑥 튀어나왔다.

“씨발! 이렇게 쪽수가 많은데 한 놈을 못 당하냐.”

현재의 상황이 어처구니없었던 모양이다. 불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그냥 단체로 까면……!”

한꺼번에 덤벼들자는 제안이 확실했다.

그러나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고개를 들어 보니 허공에 떠있는 동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놈은 다급했다. 서둘러 얼굴부터 가렸다. 충격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의도였지만 별로 효과는 없어 보였다.

빠각.

우두둑.

얼굴이 엉망으로 변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괜히 손가락까지 부러지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크악… 소, 손이… 크윽…….”

놈은 진한 피를 줄줄 흘리며 완전히 휘어진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괜히 나섰다가 커다란 낭패를 본 것이다.

“말도 함부로 못 하겠다.”

“그러게…….”

공원은 다시 침묵으로 빠져 들었다. 동빈은 먼저 반응을 보이는 놈부터 처치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누구 하나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치열한 눈싸움은 계속되었다.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동빈을 처치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당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이런… 씹새가…….”

“씨팔! 누가 이기나 해보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판단인가? 양 끝에 섰던 놈들이 차례대로 뛰어들었다.

기습에 가까운 동작이었지만 동빈은 여유롭게 대처했다.

부웅.

맨 처음 달려오는 놈의 주먹을 무릎만 굽혀서 피했다. 헛손질을 한 놈의 중심이 크게 흩어지자 동빈의 가공할 주먹이 곧바로 이어졌다.

뻐억.

관자놀이를 정확히 가격했다.

동빈의 파워는 여전했다. 놈은 머리만 돌아간 게 아니라 몸 전체가 꼬이면서 나가떨어졌다.

한 놈은 완벽하게 처리했지만 나머지 놈이 문제였다.

“야압!”

두 번째로 뛰어든 놈은 만만치 않았다. 운동으로 다져진 놈이 확실했다. 발차기 동작이 예사롭지 않았다. 몸을 날리면서 체중을 실었기에 파괴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치고 빠질 공간이 부족하다.’

놈의 발차기는 벌써 동빈의 안면에 다다른 상태였다.

동빈은 뒤로 한 발 물러서는 동작을 취했다. 직각으로 날아오는 발차기를 잠시 피하는 장면이었다.

작전상 후퇴? 모여있는 놈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동빈은 어떠한 작전에서도 물러난 적이 없었다. 물론, 생명을 담보로 했던 군사 작전도 마찬가지였다.

후웅.

퍼억.

동빈은 측면으로 몸을 틀면서 돌려차기로 맞받아쳤다.

놈의 발차기는 허무하게 비껴갔고, 동빈의 돌려차기는 상대의 목 부분을 가격했다. 상대의 기습을 예측이나 한 것처럼 깨끗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동작이었다. 또한 다른 놈들이 달려들 수 있는 공간을 절묘하게 피해 갔다.

“에이 씨발! 죽기 아니면 살기다!”

“모두 달려들어!”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놈들이 늘어나자 싸움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전면전!

위기의식과 군중심리가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주변은 난장판이 되었다.

“이 개자식아!”

“달라붙어! 씨발!”

학생들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판사판.

앞 놈이 쓰러지면 뒤에 있던 놈이 뛰어들었다. 놈들이 악으로 밀어붙이자 동빈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동빈이 위치를 바꾸는 횟수가 점점 증가했다. 치고 빠지는 동빈과 악착같이 쫓아가는 학생들의 접전은 더욱 격렬해졌다.

“자, 잡았다! 이젠 너도 끝장이다!”

동빈이 계속 밀려난 것이 문제였다. 빈틈이 생긴 것이다.

기회를 포착한 놈이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동빈의 몸통을 뒤에서 잡아채려는 행동이었다.

만약 몸을 붙잡힌다면 움직임에 제약이 심해질 것이 분명했다.

빠악.

“에구…….”

동빈에게 달려들던 놈이 머리를 감싸며 나뒹굴었다. 동빈의 발차기는 자신의 키 높이를 넘었다. 활처럼 몸이 휘면서 뒤쪽에서 달려들던 상대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터업.

“씨발, 내가 잡았다.”

위기는 넘겼지만 상대가 너무 많다. 동빈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다른 놈이 몸을 붙잡고 늘어졌다. 빨리 떨어내지 않으면 다른 놈들까지 합세할 것이다.

푸악.

동빈은 손날로 놈의 목 부분을 찍었다.

상대의 운동 신경을 무력화시키는 기술.

동빈을 잡고 늘어지던 팔이 점차 풀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동빈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놈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도망치면 죽어! 쪽팔려 죽는 거야!”

“뭐 하는 거야! 모두 덤… 컥!

퍽퍽퍽.

몸이 자유롭게 된 동빈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상대의 얼굴을 노리며 빠른 주먹을 날렸다. 무거운 주먹을 쓰기에는 상대의 수가 너무 많았다. 결정타는 발차기를 위주로 쓰면서 상대를 차근차근 무너뜨렸다.

“뭐, 뭐야… 저놈은…….”

“졸라 빠른 고딩… 졸라 무섭다.”

불량 중학생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이런 싸움은 처음이었다.

대충 세어도 20명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절반도 안 되는 머릿수. 말하는 순간에도 한 명이 더 쓰러졌다.

“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다, 다리가 안 떨어져…….”

이제야 자신들의 죄를 깨달은 모양이다. 고통스럽게 쓰러지는 학생들의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저런 괴물을 건드렸다니… 인생 자체가 꼬인 것이나 진배없었다.

“뭐 해? 얼른 담 넘어서 도망치자!”

“나중에 쫓아오면… 저 고딩은 졸라 빠르잖아…….”

“……!”

담을 넘으려고 했던 중학생도 고개를 떨어트렸다. 동빈은 무척 빠르다. 그들이 직접 경험했던 사실이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하자고…….”

“사태를 끝까지 지켜보는 게 좋겠다. 괜히 저 괴물의 관심을 끌 필요는 없잖아. 저 양아치들이 이겨주길 바라야지. 그래도 쪽수가 몇 명인데 말이야.”

“미안하지만… 꿈 깨는 게 좋겠다. 아무래도 저 괴물이 이길 것 같다.”

“…….”

아무도 반박을 못 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양들의 무리에 늑대가 뛰어든 꼴이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이길 수 없다는 뜻이었다.

퍼억!

화들짝.

요란한 타격음이 울리자 중학생들은 동시에 움찔했다.

배를 잡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양아치의 모습. 다시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동빈의 파워는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0